본의 아니게 낡은 모너럴 음반을 자주 거론하게 된다. 그런데 이것은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골라 듣는 음악과 음반을 언급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본다. 내가 원래 화려하고 매끄러운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그것은 음악의 경우에도 해당하는데 비록 오디오 시스템은 해상력이 좋아야 하고 음색의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믿고 있지만, 정작 그것을 통해서 들리는 음악은 녹음 레벨이 일정하지 않아 소리가 울렁거리고 간혹 칙칙한 스크레치성 잡음이 섞여 있을 지라도 음악적 표현이 보편적인 감동의 감정선을 흔드는 그런 연주를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나는 좋은 음악을 듣기 위해 좀 더 좋은 오디오를 욕심낸 적은 있지만 절대적으로 좋은 소리를 찾아서 오디오를 바꾸고 고민한 적은 별로 없었던것 같다. 그런 내게 50년대의 모너럴 녹음의 LP 음반은 어쩌면 최선의 연주 기록이 아닐까 싶다. 그 시절은 기술적으로 스테레오 녹음이 개발되었고 실제로 상용화 되었지만 이미 가정에 보급된 모너럴 재생 장치를 염두에 두고 롱 플레이 레코드를 대부분 모너럴로 발매하는 상황이었던 탓에 음질은 매우 좋은 경우가 많다.
요제프 시게티(Joseph Szigeti,1892년 9월 5일 ~ 1973년 2월 19일)은 헝가리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이다.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나 부다페스트의 음악원에서 후바이에게 배웠다. 역사상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들 중 한명으로, 이전의 유명 작곡가 중심의 연주 양식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작품에 대한 충실성을 주장하여 스스로 그 모범이 되어 현대 바이올린계에 크나큰 영향을 주었다. 또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연주회의 곡목에 정착시켰으며, 바르톡이나 프로코피예프 등 신인 작곡가들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채택하여 레퍼토리를 크게 넓혔다. 본래 기교파 타입의 바이올리니스트는 아니고 음색도 평범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구도적인 근엄함을 지니고 악곡의 내면으로 깊이 파고드는 진지한 태도는 나이를 먹으면서 더하여 일반적으로 기교가 떨어지는 만년의 연주에도 남이 따를 수 없는 진실한 아름다움이 표현되어 있다고 여겨진다. 1905년에 베를린에서 데뷔한 이후 영국, 스위스, 미국 등지에서 살았으며 1951년에는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위키백과에서 인용]
시게티라는 연주자는 비루투오조 스타일의 연주자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연주자다. 시게티의 연주에서는 기술적인 화려함과 완벽함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말로 치면 좀 어눌한 듯하기도 한 음색과 매끄럽지 못한 프레이징도 자주 귀에 걸리는 그런 연주자다. 그런데 왜 이 사람이 유명한 연주자의 명성을 누리게 되었는지 그것이 궁금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연주 녹음을 들어보면 화려하게 꾸며서 들려주기 위한 연주가 아니라 연주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간절하게 마음을 담아서 연주하고 귀를 기울이게 하는 그런 연주라는 느낌이 든다. 즉 고도록 집중된 내향적인 분위기를 화려함 대신 진지함으로 청중에게 전달하는 그런 연주가 시게티의 연주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듣는 사람도 진지하게 음악에 귀 기울이는 사람만이 시게티의 연주를 픽업하는 경향이 있는것 같다. 이런 시게티의 연주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그리고 모짜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등에서도 여타의 매끌매끌하고 세련되고 화려한 연주와는 다른 선 굵은 대범함과 솔직담백한 표현으로 듣는 이를 사로잡는 힘이 있다. 특히 바흐의 무반주 바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의 경우 명반으로 인정받는 좋은 음반이 많지만, 그 연주와 시게티의 연주를 비교해서 듣다보면, 그들의 연주는 음식에 비유하면 술술 넘어가는 죽을 먹는것 같은 느낌에 감정적인 포만감이 들지 않는다. 물론 이것은 시게티의 연주를 좋아하고 나서 부터 든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시게티의 연주를 젊어서는 좋아하지 않았다. 무엇인가 결핍되고 어긋난듯한 불편함이 있었던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의 대범함과 투박함이 짙게 느껴지는 바이올린 음색에서 세상에 아부하지 않는 청결함까지 느껴게 된다. 세월이 흐르면서 인심도 변하듯이 사람의 감상도 감응도가 달라지는것 같다.
이 음반은 이런 바이올리니스트와 칠레 출신의 젊은 피이니스트 아라우가 1944년 2차 대전 중에 미국의 연방의회 도서관에서 개최된 음악회의 실황 녹음이다. 우리가 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즉 전쟁이 끝을 향해서 치열하게 달려가는 중인데 의회에서 음악회를 개최한다. 그런데, 그 시절에는 선동과 격려의 방편으로도 클래식 음악이 제법 이용되었음을 고려한다면 그다지 많이 이상한 일이라고 볼 것은 아닌것 같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어떤 축제적 성격의 연주회라기 보다는 음악을 통해서 보편적 인류애를 지키기 위한 전쟁의 승리를 기원하는 제의적 성격의 정결한 연주회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실황 녹음이지만 들뜬 열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뱅가드 레이블의 이 음반은 4장의 CD에 10곡의 소나타를 수록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집물이 가격의 압박으로 CD에 음악을 빼곡하게 수록하는 관계로 3매의 CD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집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 곡의 배열이 뒤죽박죽이 되는 심란함을 피할 수 없다.
이 음반외에 좀 더 좋은 음질의 깔끔한 연주를 듣고 싶다면 기돈 크레머와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DG반을 권하고 싶다. 나는 이들의 연주를 낱장으로 하나씩 구해서 4매 구성의 전집을 모두 모았는데 나중에 전집으로 묶여서 나올 때는 역시 3매로 구성되어 나온것 같다. 그리고 좀 더 다양한 해석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원전주의적 입장의 시대연주 스타일의 연주 녹음도 몇 종있는데, 나의 경우에는 벤자민 허드슨의 바이올린과 마리 버니의 포르테피아노로 연주 녹음된 님버스 레이블의 음반이 그 느낌이 좋았다. 이 외에도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집은 좋은 연주 음반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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