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요 며칠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면서 우리 나라 전체가 미세먼지 문제로 야단법석이다.
이곳 고창에서도 며칠 뿌연 대기를 보면서 미세먼지가 제법 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숨쉬기 부담스러운 정도의 탁한 대기를 마주한 상태에서 답답함과 걱정스러움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런데 내가 정작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은 미세먼지의 해결이나 그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는 우리 국민들 수준의 자세는 과연 문제가 없는가 하는 점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우리가 누리는 편의는 당연한 기득권으로 여기지만 불편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반드시 그 누군가에게 돌려서 보상을 요구하는 심리가 만연되어 있는것 같다. 이기적인 인간의 성정상 어쩌면 그것은 또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해와 피해의 대상이 미세먼지 처럼 전방위적이고 광범하여 이익 향유자와 피해자를 특정해서 그 인과관계에 따른 책임을 묻기가 어려운 문제에는 모든 사람들의 고통 분담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건전한 상식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에 대해서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 그 정확도를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국내외 연구자료에 기초하면 대략 미세먼지의 1/3정도는 중국의 영향이 있는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나머지 2/3에 해당하는 우리 자체의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고 그것을 위해 우리가 감당해야 할 불편과 비용은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부담할 용의가 있어야 할 것인데 그렇지 않은것 같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원래 바람은 제갈공명이 남동풍을 빌어 조조군을 물리쳤다는 예외적인 사례를 제외하고는 그 방향을 사람이 멋대로 조정할 수 없는 것이므로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를 현실적으로 모두 막아낼 수는 없다면 우리쪽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일 방안을 모색하여 실천한 후,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 중국에 대해 방지 노력을 촉구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순서가 아닐 수 없을 텐데, 정부에서도 그리고 국민들의 정서도 미세먼지 책임에서 우리쪽은 슬쩍 외면한 채 오로지 중국탓만 하는 것은 옳바른 자세가 아닌것 같다. 그러니 중국쪽에서도 중국책임의 <과학적 근거>를 운운하는 지경에 이른것이 아닐까 싶다.
경유차가 미세먼지 발생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그런 사실은 외면한 채 경유값이 싸다는 이유로 경유차를 사서 타면서 경유값 인상을 이야기하면 발끈하는 국민들의 모습도 나는 이해가 되질 않는다. 휘발유값과 경유값이 어떤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되는것이 타당한지는 객관적인 기준이 없는 것이 우리의 유가 구조이다. 즉 가격이 정책목적의 한 수단으로 작동하는 상황에서 미세먼지 저감책의 일환으로 경유차 이용을 억제하기 위해서 경유가격 인상을 정부대책으로 내놓는다면 그것은 정책당국으로서는 당연하게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그것이 경유차 운전자가 1,000만영이라는 현실에서 유권자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부 여당으로서는 감히 시행할 정책이 못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수혜자만 있고 부담자는 없는 정부정책이 어떻게 있을 수 있다는 것인지 답답하기 그지 없다. 즉, 유가정책으로 경유차 사용 억제를 미세먼지 대책의 하나로 선택한다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정책 수용성을 국민이 갖는게 맞다고 본다. 국가 구성원 개개인은 아무도 손해를 보지 않고 막연하게 국가와 정부가 그 모든 부담을 떠맡으라고 하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라는 억지와 다르것이 없지 않겠는가.
같은 맥락에서 자동차 운행 2부제의 경우도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국제 행사를 치룰때 간혹 시행하여 교통혼잡을 상당 부분 완화한 사례를 볼 때, 대도시의 경우, 차량 운행을 절반으로 줄이면 대기오염이 상당한 수준으로 줄어들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런데 그런 대책을 검토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는 무책임한 정책"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그렇다면 과연 국민들 개개인으로 구성된 국가사회에서 그 구성원인 국민 개인이 아무 부담도 지지 않는 정책을 만들어 시행하는 나라는 이 지구상에 어디에 있는지, 그런 지상낙원 같은 국가의 사례를 거론하면서 그런 주장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아무도 책임과 불편을 부담하지 않고 편익과 이익만 누리려는 사회는, 사회적인 연대는 물론이고 공공적인 문제의 합리적인 해결을 애초에 기대할 수 없는 법이다. 최근 우리사회의 흐름이 그런것 같다. 잘되면 내 탓이고 안되면 정부탓인게 우리 사회의 문제인것이다. 내가 정부 여당을 특별하게 두둔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사회가 건전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들이 최소한 공동의 이해관계에 관련해서 일정 부분의 희생과 비용을 부담할 자세는 기본적으로 있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둔하게 내 이익밖에 챙기지 못하는 사회가 무슨 정의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나라라면, 그냥 각자 마스크, 또는 방독면을 쓰고 제 식구 끼리 잘 살아가는 길을 각자 모색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