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선운산 등산
남들이 모두 등산에 빠져있을 때, 나는 정작 산을 다니지 않았다.
젊은 시절에는 사진기를 들고 이산 저산을 거의 휘젓고 다니다 시피했지만, 월급쟁이 생활을 하면서는 멀지 않은 북한산을 사무실 사람들과 가끔씩(체육행사) 올랐을뿐이었다. 그나마 십수년전 부터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산에 몰려다니는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기에 아예 등산은 관심을 끄고 살았다. 지금도 그렇게 서울에서 사람들이 등산을 열심히 하는지 모르겠다. 어디선가 듣기로는 언제부턴가 등산을 제치고 낚시가 레저 인구 구성에서 앞섰다는 말을 있었던것 같다. 그렇게 사람들이 한쪽으로 쏠리는 성향은 우리 민족에게 유난히 강한것 같다.
그랬던 내가 이곳에 와서 근처에 있는 선운산을 아내와 함께 운동삼아 찾기 시작했다.
2월부터 시작되었는데, 대략 1주일에 2번 꼴로 산을 찾는다. 아내와 등산을 다닌 경험도 없을뿐더러 아내 역시 서울에 있을때는 등산을 가는 일을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살아왔다. 살림을 할 때는 살림살이에 쫓겨서, 내가 퇴직한 후 광화문에서 베트남 음식점을 할 때는 식당의 운영과 관련한 크고 작은 일 때문에 가까운 산조차 오르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여유없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고창으로 이사를 오고나니 대략 시골살이가 익숙해지고 이런 저런 생경함이 사라지면서 건강을 생각해서 심하지 않은 수준의 등산을 하기로 한것이다. 굳이 주말이 아닌 평일에 아무때나 짬이 나면 찾는 산이니, 그 호젓함과 마음의 넉넉함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주는것 같다.
대략 왕복 8~10km내외의 거리를 오가는데 걸음수로는 11,000보에서 14,000보를 걷게되는데, 이 정도의 산행을 아내가 무척 좋아한다.
첫날에는 선운산 정상에 해당하는 천마봉까지 올랐는데, 마지막 정상부분에서 경사가 급하여 오르는 길은 문제가 없었지만 내려오는 길에는 아내가 계단길을 내려오면서 무릎이 아프다고해서 무척 긴장했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천마봉까지는 무리라고 생각해서 그 아래쪽 도솔암까지만 다녀오다가 오늘은 좀 더 힘을 내서 도솔암 바로 위 용문굴까지 다녀왔다. 이곳은 예전에 대장금이라는 드라마를 찍을 때 산속의 장면의 무대였던 곳이라고 한다. 시골에 와서 좋은 것들이 여럿이 있지만, 이렇게 가까운 곳에 힘들지 않게 자주 찾을 수 있는 산이 있고 그 산을 찾을 수 있는 여유가 있으니 참 좋다.
늘 하는 말이지만 인물사진을 임의로 복사하여 사용하시면 큰일 납니다.
여담인데, 남들은 셀카를 잘들도 찍더만, 나는 팔이 짧은 사람도 아닌데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는게 무척 서툴다. 하긴 사진을 찍되 내 얼굴이 나오는 사진을 찍은 경우가 거의 없었기에 셀카 자체가 내겐 너무도 낯선 장르(?)일 것이다. 또한 아이폰에 내장된 카메라, 이건 정말 물건이다. 언제부터인가 블러그에 사용할 사진도 더는 디카를 쓰지않고 대부분 폰 사진으로 커버하는데, 문득 문득 드는 생각이, 이러니 별도의 카메라라는 상품이 점차 시장에서 관심을 못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핸드폰에 카메라가 들어갔을 때 이런 상황은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지만 이젠 그 흐름을 역전시킬 수 없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폰7의 사진도 아쉽지 않은데 11의 사진은 또 얼마나 대단할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직 시골까지는 5G 폰이 그 쓰임새가 없으니 몇 년은 더 버텨도 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