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9년을 맞으며

sunis 2019. 1. 4. 12:30






































해가 바뀌어 2019년, 내가 이곳 봉촌으로 이사온지 만 1년이 지나 귀농 2년 차가 되었다.


지난 12월 27일 부터 이곳 봉촌에는 많은 눈이 내렸다. 

그래서 해가 바뀐 첫날까지도 산야에 적설의 흔적이 남아있다.

금년에는 전년에 했던 고추 농사가 약 50% 정도 늘어날 것이고, 늘어난 고추의 위생적인 관리를 위해서 고추 세척기와 전기 건조기도 준비하기로 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사실상 12월에서 1월 중순까지가 농한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지난 12월에는 3차례 정도 서울에도 다녀왔고, 또 이달 안에는 아내가 울산의 4촌동생을 보고싶다고 해서 울산에도 다녀올 것이다. 모든것이 낯설고 막막했던 지난해에 비하면 지금의 상황은 매우 개선된 처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의 위험은, 스스로 익숙함에 젖어들어 타성으로 나태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경고해야할 것이다.


새해 벽두에 나에게 마음을 무겁게 하는 고민스러운(?) 세상사가 발생했다. 

기재부에 근무하다가 퇴직한 한 어린 사무관의 내부고발건이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이다.

시골에 내려오면서 세상사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 사건은 그냥 입을 닫고 있기가 힘들다. 한마디로 말해서 내 자식뻘 되는 후배의 곤경을 목격하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래서 솔직하게는 내 나이가 부끄럽다. 아직 어린 나이의 공직자로서 자신이 보지 못한 부분을 미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도있다. 자신의 판단에 성급하거나 경솔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은 어쩌면 오히려 정상적이고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후배를 따끔하게 질책하고 선도해야 할 선배 공무원들이 정부조직의 위력과 국가권력을 총동원하여 순수한 젊은이를 멍청하거나 심지어는 파렴치한 인간으로 몰아가는 모습을 보면, 참담한 마음을 가누기 힘들다. 게다가 어제는 여당의 한 국회의원이라는 여인이 SNS에 정말 분노스러운 글을 올린 사실도 알게 되어 마음이 더 참담하다.

한평생을 살아오면서 젊은 시절의 순수한 열정과 정의감을 단 한 때라고 갖어본 적이 있는 인간이라면 신재민 사태에 대해서 그렇게 쉽게 또 아주 용감하게 말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무식하면 옹감하다는 말이 그냥 있는게 아니다. 나이가 아깝고 그런 인간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는 나라에 산다는 사실이 그래서 정말 부끄럽다.


이번 신재민 사태를 보면서 적어도 내 나이 또래의 꼰데 그룹에 속한 사람은 우리 자식들이 자신이 맡은 일을 하면서 공정성에 의심을 품으면서 갈등하는 사태를 여전히 방치한 것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조금이라도 더 발전된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자기 자식이 아비의 하는 일에 대해서 동조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끄러워하면서 심적 갈등을 느끼는 일을 기꺼이 하려는 부모가 어디 있을 것인지를 생각하면 된다. 이 정권은 박근혜 정권의 불공정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발판으로 들어선 정권이기에 이 정권에서 공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 특히 젊은 공무원들이 어떤 시각으로 정책결정 과정과 집핼을 바라볼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정무감각이라는 애매모호한 말로 모순과 불합리를 덮으려 하지 말고 공정성에 대한 감수성을 기반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소위 이 정권의 위정자들이 말하는 "횃불(촛불) 정신"인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신재민이 한 일은 온전한 정신이 있는 사람들에게 큰 경종을 울린 일이라고 본다. 물론 손혜원 같은 부류의 인간들에게는 이 사건이 그저 시간이 가면 잊혀질 하나의 해프닝에 불과할 것이지만......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에게는 인간성이 존재할 수 없다. 나이든 인간에게야 더 말해 무엇하랴......






2019.1. 29 추기


이 글을 돌이켜 보던 중, 신재민 사태와 관련하여 잔인할 정도로 가혹한 말을 서슴없이 해서 나를 놀라게 하고 분노하게 했던 그 국회의원이 최근의 목포 사태와 관련하여 오직 <진심과 선의> 을 강조하면서 세인의 의혹과 비난을 당돌하게 맞받아치는 모습을 보니, 참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인생 교훈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은 지성은 물론, 기본적인 인간성이 없다>는 사실이다. 나와 남을 같은 저울에 올려놓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