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 쯤이면 소나무에서 새순이 올라온다.
이곳에 이사와서 처음 알게된 솔주가 봄에 새로 나는 솔순으로 담그는 술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물론 맛도 처음 느꼈다. 나는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애주가라고 할 만한 정도의 술에 대한 입맛은 갖고 있다. 그런 내게 담금주의 편견을 일소해 준 술이라 작년에 처음으로 솔순을 따서 솔주를 담가봤다. 그렇게 만든 솔주를 추석 무렵에 갈무리해서 서울에 올라가는 길에 친지들에게 복분자주와 함께 1.8L짜리 병에 담아서 한 병씩 나누어 준 적이 있다. 내가 좋게 느낀것을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나눈다는 뜻에서 한 일인데 그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올 해도 이장과 함께 솔순을 따서 솔주를 담갔다.
22L짜리 술담는 용기에 솔순 3.5kg을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제거한 후 넣고 담금주를 만드는 소주 10병을 넣었다. 솔순의 떫은 맛을 줄이고 발효를 촉진하기 위해서 설탕을 40g정도 넣었다. 설탕을 많이 넣어서 단맛을 강하게 하면 담금주는 원재료의 고유한 향취가 흐려지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설탕은 가능한 한 적게 넣는것이 좋다고 한다. 그렇게 담금 솔주를 햇볕이 들지 않는 서늘한곳에 옮겨놓았다. 대략 5개월 정도의 숙성기간을 거치고 걸러내면 솔향이 입안에 가득 퍼지는 솔주를 마실 수 있다. 금년에도 제대로 솔순이 숙성되어 솔향 가득한 솔주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런 소소한 가외의 마련도 큰 돈이나 고단한 품이 들지 않는 시골살이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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