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검찰개혁과 공수처 신설

sunis 2020. 9. 9. 09:11

명분이라는 것은 편파적인 대의로는 얻을 수 없다.

검찰 개혁이라는 말은 이 정권에서만 들었던 말은 아니다. 과거 역대 정권에서도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무력하고 죽은 권력에 냉혹한 모습을 보이자 권력에 따라 검찰권 행사의 내용이 달라지는 것을 한탄하고 검찰 권력의 통제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적폐 정권이라는 과거 정권도 검찰내 특정한 검사에 대한 인사권의 행사외에 검찰권능 자체를 무력화 시키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권력은 5년을 담보하지만 검찰권은 국가의 영속성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무슨 일인지 자기들이 가장 신뢰할 만한 검찰총장감이라는 사람을 파격적으로 발탁하여 검찰총장으로 임명해 놓고 그가 보이는 모습이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이유로 검찰권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일에 전심전력하고 있다. 

 

명분이 없는 검찰개혁은 검사출신 대통령과 연예인급 팬덤을 거느린 검사를 만들었다.

조국사태는 특별히 여기서 내가 다시 언급하고 싶지 않다. 그가 보인 모습이 보통의 부모들이 보일 수 있는 모습이라고 하고 그걸 뛰어 넘을 수 없었던 범속함을 구차하지만 사과한다면 차라리 솔직할 수 있다. 조국이라는 사람은 평소 자신이 세상과 타인을 향해 퍼부었던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모든 행동을 역시 그도 남못지 않게 해오고 있었음이 공직에 취임하여 알려지게 되었고 그것이 현정부 지지자들의 눈에는 그리 큰 흠으로 보이지 않는지 모르지만 특정 정권의 지지 여부와 무관하게 그의 모습이 파렴치하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음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와 그를 지지하는 민심의 일부, 그리고 여당은 그런 조국에 대한 비난을 검찰개혁을 저지하려는 적폐 세력의 음모론으로 맞받아쳐 왔다. 여기서 검찰개혁이란 말은 껄끄러운 검찰권의 행사를 막기 위한 편의적인 대의로 전락하게 된것이다. 그래서 검찰 개혁의 본질과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게 된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은 선출된 권력에 언제나 굴복해야할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권력은 선출 여부에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권한에 따라 그 범위와 강도가 정해지는 것이다. 어찌보면 지금은 선출된 권력이 그 범위를 넘어 선출된 권력이라는 사실에 기대어 너무도 방자하게 그 권한을 남용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본다. 최고의 선출 권력인 대통령이 탄핵으로 몰려난 것이 얼마나 되었다고 선출된 권력이 이토록 오만방자한 모습을 보이는지 답답할 노릇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보자.

이것은 애초에 권력형 비리를 처벌하기 위해서 김대중 정부 후반기부터 부패방지법과 함께 논의가 되었던 것이다. 즉 이 법은 권력형 비리가 상존할 조건을 없애기 위해서 특정한 범위의 수사 대상을 특별하게 수사할 목적으로 그 신설이 논의 되었던 조직이다. 그러니까 검사, 판사, 그리고 현직 정무직 공무원 및 국회의원 등을 수사하는 특별 검찰을 만들자는 것이 원래의 취지였다. 그런데 지금 논의되는 공수처는 그런 당초의 의도와는 분명하게 다른 모습이다. 어찌보면 검찰을 무력화시키는 대체 조직으로서 정파적으로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는 조직으로 기능하기 좋은 모습으로 만들어가는 모양새다. 그러니 세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퇴임 후 안전판으로 만드는 조직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나도 그런 생각에 동조한다. 즉 전직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 관할을 공수처로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권력형 비리 문제의 핵심은 현재의 살아있는 권력이 그 권력을 등에 업고 벌이는 비리라는 것이고, 이를 차단하여 청정한 공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도구로 공수처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권력자가 그 임기를 다하여 퇴임한 후에는 마땅히 시민의 일원으로서 검찰의 기소 대상이 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함에도 이 정권은 퇴임한 대통령의 독점적 수사 관할을 공수처에 부여하여 현재 살아있는 권력이 구성한 공수처에 자신의 퇴임 후의 안위를 부탁하는 꼴이 된 것이다.

 

이런 것이 권력의 사적인 사용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본다. 그 권력을 제도화하는 방편인 법을 자의적으로 만든 것이다. 대한민국이 5년의 임기 동안 운영되는 특정 정권의 전유물이 아님은 너무도 당연하다. 단지 주어진 기간 동안 국가의 운영을 위임받은 것에 불과한데 이 권력을 위임받은 자들이 국가 권력의 행사 범위와 한계를 염두에 두지 않고 제 입맛대로 처리하려는 것은 위임의 범위를 벗어난 권한 없는 행위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만일 그렇게 하고 싶다면 혁명의 대의를 천명하고 헌법을 바꾸는 일을 먼저하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반반의 지지를 분위기에 따라 넘나드는 우리의 정치 현실에서 일시적으로 위임 받은 권력을 마치 아무렇게나 자기들 뜻대로 처리해도 된다고 믿는 그 터무니 없는 무모한 만용이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 실망과 분노는 조국에서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더니 이제 추미에에 이르러 완연한 형태를 갖춘 채 민심이반으로 굳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