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을 하다보면 작물이나 잡초를 불문하고 그 무서운 생명력을 느끼게 된다. 잡초의 생명력은 그렇다치고 작물의 경우, 파종이 끝나고 싹이 트면서 성장해 가는 모습에는 인간이 쉽게 말할 수 없는 엄청난 생명력이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지난 4월 말에 노지 밭에 땅콩 파종을 마친 후, 맑은 날씨가 계속되면서 생각보다 싹이 터오르는 것이 미미하게 느껴져서 은근히 파종에 실패한 것이 아닐까 걱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비록 작은 양의 비라도 저녁에 내린 후에는 밭에 나가보면 하루 하루가 다른 모습을 발견하면서 놀라게 된다. 노지밭에 콩종류를 파종할 때는 늘 새가 파종한 씨앗을 파먹을 것을 염려하고 기타 들짐승들이 밭에서 씨앗을 헤집어서 농사를 망친다는 말을 들어서 염려를 했는데, 땅콩을 파종한 모든곳에서 싹이 나서 줄기를 형성하면서 커져가는 모습을 보니 정말 신기하다고 밖에 다른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러면서 인간의 의식으로 감당할 수 없는 어떤 생명의 섭리가 있는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나름 자연의 불리한 조건을 극복해 보겠다고 농사에도 이런 저런 노력과 기술이 적용되지만 궁극적으로 자연의 위력앞에는 눈꼽같은 존재감 이상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시골로 내려와서 농사일을 하다보니 단지 작물을 길러서 파는것을 넘어 우리의 삶에 관련된 자연-생태적 문제나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생각을 기능주의적인 관점을 넘어서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앞에 겸손해져야 할 인간의 모습이 절실하다는 것을 또한 느끼게 된다. 나이를 먹어서야 느끼게 되는 것들이 적지 않지만, 시골에 와서 느끼는 것들은 그래서 더욱 절실하게 와 닿는다. 사람의 지혜와 꾀가 자연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옛날 부터 많은 사람이 말해왔지만 그것을 번뜩 스쳐가는 한 순간의 어떤 찌릿한 감전력과 같이 느끼게 되는 순간이 수시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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