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전주 나들이

sunis 2019. 6. 9. 13:25

어제(2019년 6월 8일)는 아내와 이곳에 이사와서 사귄 새로운 이웃과 함께 전주 나들이를 다녀왔다.

지금 처럼 번잡한 농번기에 하루 일을 작파하고 전주 나들이를 할 형편은 아니지만, 그 이웃이 전주 소리문화회관(모악홀)에서 열리는 장윤정 콘서트 표를 예매해 두었으니 아내와 함께 가자고 한 것이 계기가 되어 내가 운전기사를 겸하여 모처럼 전주 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예전에 월급쟁이 시절 전주는 몇 번 출장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벌서 20여년 전쯤 되었을 것 같다. 그 시절의 전주는 한적하고 조용한 농촌지역의 중심 도시였다. 전형적인 농촌과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또 광역시 단위의 고도로 상업화된 그런 대도시와는 다른 나름의 멋과 분위기가 있고 사람들의 인심도 순후한 곳이었다는 기억이 난다. 


어제 모처럼 찾은 전주는, 그 지역에서 현재 살아가는 현지인들이 느끼는 것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과거의 전주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 다시 찾은 입장에서는 그렇게 좋아진 모습은 아니었다. 소위 혁신도시라는 것이 전주 서쪽 지역에 들어섰고, 옛날 전주 도심에서 한 발 물러서 있었던 시청 부근은 완전히 도심으로 변모했으며, 구 도심 지역은 경기전을 중심으로해서 소위 "한옥마을"이 제법 큰 규모로 새롭게 조성되어 많은 사람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옛날에 이 지역을 천천히 산책하면서 고졸한 고도의 멋과 흥취를 음미했던 기억과 현재의 모습을 대비 시켜 볼 때, 과연 이런 변화가 지속가능한 변화의 모습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 벌써 한옥마을의 일부 상가는 문을 닫고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 문구가 창문에 붙은 곳이 적지 않았다. 문화와 지역적인 분위기를 상업화 시켰을 때 볼 수 있는 모든 부적절함과 어색함이 전주 한옥마을에서 느껴졌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전주 한옥마을이 도심 재생사업의 성공한 케이스로 평가받고 있는것 같다. 내 판단과 예측이 빗나갔으면 좋겠다. 그러나 이런 식의 자생력이 바탕이 되지 못한 오고 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한 관광 중심의 상업적 도시 재생사업은 결국 시간이 가면서 슬럼화할 수밖에 없다고 보여진다. 즉 자연스럽게 시간과 함께 숙성된 요란하지 않은 분위기로 옛날의 추억을 반추할 공간과 경험을 제공할 수 없다면 그곳은 지속가능성 있는 관광지로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게 필연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아무튼 오랜 만에 전주에 다녀왔고, 아내는 이웃과 함께 2시간 동안 장윤정 콘서트를 모처럼 즐겁게 봤다고 하니, 내 서운한 감정은 크게 마음에 담아 둘 일이 아니라고 위로하면서 돌아왔다. 아내가 콘서트를 즐기는 시간 동안 전주 구 도심을 다시 천천히 둘러보았는데, 전주 객사는 복원공사가 한 참 진행 중이었고, 그 주변의 구 도심은 소위 <객사길>이라고 이름지어서 새로운 상업지구로 꾸며놓았다. 그곳에 위치한 교보문고가 눈에 띄어 잠시 들러보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서울의 작은 서점 정도에도 못 미치는 규모의 서적을 놓고 그 한켠에서는 그보다 더 큰 문구점(핫트랙스)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면서 잠시 시골살이의 불편함 또는 서러움(?)이 느껴졌다. 인문서적과 역사서적 코너는 내가 집에 마련한 책에도 못미치는 규모의 서적이 어지롭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외의 곳이라고 크게 다를것은 없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 매일 퇴근길에 들러 책이며 음반을 보던 내 눈에 찰리가 없는 상황이기는 하겠지만, 서울과 지방의 격차라고 하는 그 실상이 이 정도일지는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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