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를 건조할 때 친지들이 태양초를 원하기에 세척건조를 하고 싶어도 미루어왔다.
그런데 최근 길게 지속된 장마비에 날씨가 태양초 건조에 적합하지 않아서 고추를 세쳑하는 작업을 했다. 고무로 만든 물통(300L)에 절반 정도의 물을 받아서 식초2L를 희석한 다음 고추를 물의 절반 정도씩 나누어 물통에 넣은 후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고추를 위아래로 저어주면서 초벌 세쳑을 한다. 다음으로는 좀 작은 100L 물통에 초벌 세척한 고추를 옮겨서 흐르는 수도물에서 세척을 한 후 과일을 담는 작은 콘테이너 박스(27L)에 덜어 담은 뒤, 다시 호수에 연결한 수도물로 행구어 준다.
과일용 콘테이너 박스는 통상 배박스라고 하는 높이가 302cm(48L)짜리가 많이 쓰이는데, 우리는 오디를 수확해서 담아두는 그 절반 정도 높이(18cm)의 콘테이너 박스(27L)가 있어 이곳에 식초 희석한 물에서 1차 세척한 후 흐르는 맑은 물에서 다시 한 번 세척한 고추를 덜어서 따로 수도물로 행구어서 물기가 빠지도록 둔 후, 건조기 채반에 담아서 건조기를 통해서 건조를 하기로 한 것이다. 모든 작업은 작업자의 성격과 행동 양식에 따라 능률성이 우선될 수도 있고 다소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나름의 기준에 따른 적합성이 우선될 수도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효율을 숭상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므로 모든 작업은 항상 한 발 느리고 일의 진척은 더딘 경향이 있다. 과일 담는 컨테이너 박스의 경우에도 작은 컨테이너 박스를 쓰면 좋은 점이 2가지가 있는데, 우선 박스에 담긴 고추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호수에 연결한 수도물로 마지막 헹굼을 할 때 고추가 좀 더 깨끗이 헹구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박스의 상단 부분을 넘지 않을 정도의 고추를 담아서 행구면 이 양이 딱 고추 건조기 채반 하나에 담길 정도의 양인 것도 내 마음에 들었다. 즉 건조기 채반에 담기는 고추의 양을 일정하게 하면 건조의 균일성이 확보될 것으로 여겨진다.
먼저 고추에 남은 물기를 건조시키기 위해서 40~45도의 저온 온풍으로 3~6시간 정도 고추 표면의 수분을 건조시킨 후, 표면의 수분이 마른 것을 확인 한 다음 건조 온도를 50도에 맞추어 48시간 동안 1차 건조를 한다. 50도로 세팅한 상태로 48시간 건조를 하면 고추가 완전하게 건조되지는 않고 수분이 상당 부분 건조된 상태가 되는데, 이 후 마무리 건조는 날씨를 보아가면서 결정해야 할것 같다. 이때 날이 좋으면 다시 건조장으로 옮겨 며칠간 반태양 건조를 하기로 하고, 날씨가 좋지 않으면 계속 건조기로 완전 건조를 시킬 것이다. 이 작업은 비가 계속 내린 상태에서 어제 고추를 수확한 후, 이번 주에도 계속 비가 예보되었기에 오늘 아침에 부랴부랴 시험삼아 세척 건조를 시험삼아 하기로 한 것이다. 이것은 우선 우리가 가족과 함께 먹어 보고서 태양초와의 차이점을 확인 할 예정이다. 만일 그 결과가 좋다면 좀 더 위생이 보장된 이 방식으로 말린 고추를 친지들에게 권할 예정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대적으로 태양초를 원한다.
대략 2주간의 시간이 걸리는 태양초 건조작업이 녹녹치 않은 탓에 사람들은 사실상 밀폐된 건조장에서 고추를 찐 후 건조 작업을 하는데 이 때 밀폐된 비닐하우스 건조장의 내부 온도는 60도를 넘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물론 건조시간도 일조량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략 1주일에서 10일 내외로 줄어든다. 나의 경우 첫번째 고추 농사때 처음하는 고추 건조작업에 이와 같이 고추를 먼저 찌는 방식을 따랐던 적이 있는데 이 경우 고추가루가 시간이 갈 수록 변색되는 단점이 드러났다. 건조추는 상온에서는 시간이 가면서 색이 짙어지는 점이 있지만 김치를 할 경우 태양초로 자연건조한 경우에는 김치색이 변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태양초로 담근 김장김치가 시간이 가면서 색이 심하게 짙어진다면 그것은 자연건조가 아닐 확률이 높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즉 건조기에 넣지 않았어도 최초에 고온으로 밀페시켜 찌는 방식은 순수한 태양초 건조방법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 내가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이었다. 그래서 작년부터 세척기를 사서 세척한 고추를 건조기에 말리려고 했으나 주변의 수요조사 결과 압도적으로 태양초를 선호하기에 세척기를 사지 않고 고온으로 찌는 과정도 없이 태양초를 만들어서 친지들에게 공급했었다.
이 세척 과정과 건조 결과에 대한 사진은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 애초에 포스팅을 목적으로 한 작업이 아니었기에 따로 스마트폰 조차 챙기지 않고 나가서 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번 작업이 있게 되면 이 과정을 일관하여 사진자료를 만들어 둘 필요를 느낀다. 그래서 우선 앞 뒤가 바뀐 상태에서라도 고추 건조 결과에 대한 사진부터라도 준비해 두었다가 다음번 세척 과정을 촬영한 후 작업과정을 일관하는 사진 자료는 따로 보충해서 올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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