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이야기

2020, 선진농가 방문

sunis 2020. 6. 12. 15:56

오늘은 대산면에서 고추 농사를 32마지기(대략 6,400 평) 하는 선진농가를 방문했다. 고추농사 장인을 만난 것이다.

고추 농사의 규모는 창고쪽에 건조기가 20여대 죽 도열한 모습을 보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외 여러가지가 초보 농부의 눈에는 생경한 것이 많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농사를 짓는 분의 농사에 대한 생각이 별스럽지 않으면서 또 상식적인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 분(아직은 본인의 양해를 구하지 않아서 실명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다)은 친환경이라든지 또는 별스런 농법을 주장하는 것이 없다. 그냥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서 농사를 짓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니까 폭 7m 하우스에 고추를 1열로 3개의 이랑만을 만들어서 재배한다든지, 또는 노지 고추도 하우스와 크게 다르지 않은 조건으로 넉넉한 공간에 널직하게 고추를 식재하고 두둑을 높게 성형한 후 점적호수를 설치하여 물관리를 잘한다든지 등등, 어찌보면 매우 평범하고 이미 알려진 공추농사와 관련된 좋은 방법들을 본인의 조건에 적합하게 적용하고 있었다. 함께 간 농업기술센터 지역상담소장의 말에 의하면 한마지기에서 고추를 1,000근을 딴다고 하는데 그 말이 실감이 나지는 않았다. 내가 대략 작년 기준 2마지기에 미치지 못하는, 그러니까 350평 정도에서 1,500근 정도의 고추를 수확한것에 비하면 그리 과한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믿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수준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고추를 많이 심은것이 아닌 조건에서.....

 

여러 가지 좋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농사에서 한가지 좋은 부분을 보태면 반드시 상대적으로 잃는 부분이 있는 법이라는 말은 매우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세상사에 비추어보더라도 만사 모든것이 다 좋은법은 없는것이 아니던가. 가령 내병계 고추를 길러보니 그 고추들은 예전 고추에 비해 고추맛이 좀 많이 떨어지는 느낌이 있었다는 말인데, 그건 나도 작년에 고추모종 상표에 PR이란 것을 특히 강조한 고추를 심었다가 그 알싸한 맛이 없이 무덤덤한 느낌의 고추맛에 실망했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매우 솔직한 생각을 드러내는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고추를 한 줄로 심지만 멀리서 보면 2줄 재배를 하는것 처럼 보이게 고추 유인을 하나 건너씩 교차하여 해 준 부분이다. 마치 과수 유인을 한 것과 같은데, 나의 경우에도 고추모종의 재식 거리를 넉넉히 하고 한 줄 재배를 한다고 해도 결국 고추가 성장하면서 내 어깨를 넘어서는 지경이 되면 고추모종이 서로 뒤섞이는 상황을 경험했는데 이런식으로 고추유인을 하면 고추가 실재로 점유 가능한 공간이 거의 2배가까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금년에는 고추가 제법 성장한 상태이므로 바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내년쯤에는 한 번 시도해 볼 필요가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아울러 비닐 하우스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 35%차광망을 하절기에 씌워 둘것을 권해 주셨다. 그것도 비닐하우스 지붕부분을 모두 덮는 것이 아니라 대략 폭 4M정도의 차광망으로 지붕 상당부 절반 정도만 덮어주면 따로 걷고 설치하고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타당한 말이라 여겨 바로 시행하려고 차광망을 알아보니 35% 차광망은 대체로 폭이 6M규격으로만 시장에 나와서 시판되는 형편이다. 이걸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할 부분이다.

 

아무튼 오늘 선진농가를 방문하여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는데, 농사를 남보다 잘 짓는 사람은 별스러운 비법을 쓰는것이 아니라 상식선에서 작물의 성장 조건을 유리하게 조성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많은 것을 거두려는 욕심을 갖고 많은 것을 심는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넉넉한 공간을 확보해서 작물이 편하게 자랄 수 있게 하는 것이라는 배울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고추를 교차하여 유인한 사진을 한 장 첨부한다.

 

 

 

멀리서 보면 2열 재배와 같이 보인다.
가까이에서 확인하면 1열 재배이나 좌우로 교차하여 유인한 것이다.

 

참고로 우리 고추밭의 1열 재배 모습 사진을 함께 기록해 둔다. 나름 풀을 직접 뽑고 고추 유인을 위해 줄을 쳐주고 V자형으로 지주를 설치하여 고추가 넓게 자리잡도록 신경을 쓴 밭이지만 선진농가의 모습과는 다르다. 특히 고추가 성장하면서 위로 올라갈 수록 옆에 있는 고추들끼리 서로 가지가 섞이는 점이 우리 고추유인방식의 단점이다. 

우리 봉촌농원의 1열 고추밭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