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도 그랬는데, 올 해에도 마늘을 수확한 후 고구마순을 이식했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니 특기할 것이 없을 수 있는데, 개인적인 경험으로 토양의 변화와 농사일에 적응해가는 내 자신의 진화(?)에 대해서 이번에 마늘 수확과 고구마순 이식과정에서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에 특기해 두기로 한다.
마늘을 수확하는 일을 특별하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냥 마늘을 뽑아서 줄기를 자르고 마늘 아래쪽 뿌리 수염을 자르면 되는 일이다. 그리고 고구마순을 이식하는 일도 특별할 것이 없다. 마늘을 심었던 밭을 일구어서 두둑을 만들고 비닐을 멀칭한 후 한 뼘 간격으로 고구마순을 심으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이 일이 특별하지 않다는 느낌을 갖은 것은 지난 3년의 시골생활 경험이 있어서 가능한 것임을 문득 느꼈다.
우선 밭을 일구기 위해서 역시 삽질을 했다.
내 기억으로 첫번째 해에 마늘을 심기 위해서 방치되어 있던 텃밭을 일굴 때 삽질을 하면서 삽이 들어가지 않아서 애를 먹었던 것 같다. 그런데 금년에는 제법 땅도 부드럽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런 느낌은 내가 나름 삽질하는 요령도 터득한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대략 20cm 정도의 깊이로 삽질을 해서 흙을 뒤집으면 사실상 쟁기질을 한 효과나 난다. 즉 겉흙은 안으로 향하고 속에 있던 흙이 겉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일일이 삽지를 해서 고르게 땅을 뒤집으려면 제법 많은 삽질이 필요하고 이건 순수한 육체노동의 과정이다. 그러므로 6월 초순의 날씨에 아침부터 서둘러도 이내 땀이 비오듯이 온몸을 적시게 되는데 이런 땀을 흘리는 과정을 겪으면서 육체적 고통을 느끼는 단계를 지나다 보면 또 그런대로 몸에 탄력이 붙어서 그 고된일이 버겁지 않게 할 수 있다. 여기서 나는 남들에게 좀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왜 그렇게 힘을 써서 삽질을 하느냐고.... 그런데, 또 내가 삽질을 하지 않으면 누가 대신 삽질을 해 줄 것도 아니라면 그런 의미 없는 걱정은 말치례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리고 그들이 아는지 모르는지는 별개로 하고 사람이 근골을 사용하면서 땀을 흘리는 행위는 단지 고단한 노동에 불과한것 만은 아니다. 일정한 고통을 넘어서면 느껴지는 묘한 희열, 그걸 경험한 사람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특정한 상황에서 인내를 감당하거나 또는 지례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로 갈리는 법이다.
그렇게 삽으로 쟁기질을 한 밭을 다음번에는 로타리를 하듯이 곱게 갈고 평탄화시켜야 두둑을 성형할 수 있는데, 이젠 이 일도 나름 요령이 생겨서 쇠스랑으로 뭉쳐진 흙덩이를 펼치고 부수면서 밭을 오가면 제법 그럴듯하게 흙이 분쇄되고 골고루 평평하게 밭이 정리가 된다. 물론 이 수작업 로타리 과정 이전에 토양개량에 효과가 높은 용성인비와 칼슘유황 비료를 뿌려서 비료가 땅에 잘 뒤섞이도록 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고구마밭에는 질소질이 많으면 고구마가 제대로 맛이 익지 않고 크기만 한다는 것을 알아 토양에 잔류한 비료성분으로 고구마를 길러 보기로 하고 퇴비를 비롯해서 별도로 질소 성분은 추가적으로 섞지 않았다.
그렇게 로타리 작업을 끝낸 후 두둑을 만들고 비닐을 씌운 후 아내와 함께 고구마순을 이식했다. 아내는 고구마순을 이식하고 나는 물을 주는 작업을 했는네 이 모든 작업이 금년에는 한 나절에 다 이루어졌다. 작년의 경우 이런 과정에 3일의 시간이 들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내가 농사일에 나름 적응해 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렇게 일이 수월해 진데는 토양이 이전에 비해 상당히 부드러워진 것도 한몫 했을 것이다. 그간 남들이 화학비료를 대충 뿌려주는 텃밭 농사에도 나는 꼭 유박을 뿌려주었고 밭을 만들 때 늘 삽으로 쟁기질 하듯 땅을 뒤집어 주었는데 이것이 토양의 물리적 특성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어주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농사일을 어떻게 보면 대단하지 않아도 이런 저런 기술이 필요한 부분도 적지 않지만, 가장 근본적으로는 토양을 얼마나 잘 가꾸는가가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중요한 것은 그런 과정을 거쳐서 마지막 결실에 이르렀을 때 스스로 만족할 수확을 거두는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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