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끼고.. 27

[음반] 텔레만, 파리 4중주곡집 Paris Quartets

여름의 초입이고 농사일이 번잡해진 요즘, 내가 문득 편안하게 듣는 음악이다. Georg Philipp Telemann (1681-1767) 은 바흐와 같은 시대를 살고 음악가로 활동했다. 현대에 와서는 바흐를 모르는 사람은 없어도(음악의 아버지 등등..) 텔레만을 아는 사람은 적거나 거의 없는 실정이지만, 당대에는 독일은 물론 유럽에서 바흐와는 비교할 수 없는 유명세를 누리던 음악가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음악이 바흐의 음악 만큼 오늘날 주목을 받지 못한 이유는 여러측면에서 말할 수 있집만, 나는 개인적으로 서양음악의 주도권을 쥔 독일-오스트리아 권에서 독일-오스트리아의 범위를 넘어선 국제적인 텔레만의 음악 보다는 바흐의 음악을 더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라고 본다.이것은 영국에서 활약한 헨델의 경우에도..

耳順

마음에 특별히 욕심이나 남에게 돋보이려는 마음이 없으면 보고 듣는것이 다르다. 심지어 예전에는 잘 몰랐던 존재의 가치를 문득 깨닫고 아쉬워 할 때도 있다. 내가 지휘자로서 크게 그 존재감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던 이가 있는데 그 사람이 바로 베르나르트 하이팅크였다. 소위 말해서 평균 이상의 실력은 보장이 되있는 지휘자라고 인정하지만 특별한 개성이나 독특한 매력이 부족하다고 여겨서 늘 음반 선택에서 2번째 또는 3번째로 밀리거나 원하던 음반이 없을 경우 할 수 없이 선택하는 경우였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그런데, 요즘 하이팅크의 말러와 부루크너를 듣다보면 내가 젊은 시절 경솔했고 또 그래서 성급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에 들리지 않던 하이팅크의 음악의 감추어진 매력이 점점 크게 느껴진다...

바흐 평균률을 듣다가...

웹 서핑 중 바흐 평균률 관련 안드라스 쉬프의 입장을 음반 내지에서 번역한 글이 보여 옮겨서 보관한 것이다. 원글의 번역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며 출처를 공개한다. 다른 유익한 내용이 많은 블러그이니 수시로 들러서 엿보기를 권한다. https://redee.tistory.com/37 쉬프의 바흐 평균율 신반(ECM) 내지 번역 J.S.Bach : The Well-Tempered Clavier Andras Schiff ECM 새벽에 할 일이 없어 쉬프의 평균율 신반에 실린 쉬프 본인의 글을 번역해봤다. 근데 나의 번역 수준이 너무 떨어져 내 번역을 올리지는 못하겠고 내. redee.tistory.com 새벽에 할 일이 없어 쉬프의 평균률 신반에 실린 쉬프 본인의 글을 번역해봤다. 근데 나의 번역 수준이 ..

[음반] 슈만(1810-1856)의 피아노 작품집

나는 슈만이 태어난 시대를 천재의 분출 시대라고 부르고 싶다. 슈만과 쇼팽은 동갑이고, 멘델스존은 슈만 보다 1년 앞선 1809년에 태어났으며, 리스트는 슈만 보다 1년 후인 1811년에 태어났다. 같은 시대에 음악계의 천재가 한꺼번에 쏟아져서 세상에 출현한 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지명도가 낮은 사람은 아마도 슈만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내 판단은 그렇다. 그런데 무엇보다 슈만은 동시대의 다른 천재에 비해 좀 복잡한 측면이 있어서 그 정체성을 일별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 것도 대중적 지명도가 떨어진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직전에 멘델스존의 무언가를 언급한 김에 슈만을 빠뜨릴 수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슈만은 어찌보면 멘델스존과 상반되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부유하지 않은 집안 출신의 슈만은..

[음반] 멘델스존(1809-1847)의 무언가(Lieder Ohne Worte)

멘델스존이란 음악가는 내가 그리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이 사람의 음악은 듣는 즉시 달콤하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매력이 있으나 듣고 나서 시간이 흐르면 다시 듣고 싶은 여운이 남는 음악은 별로 아닌듯한 느낌이 든다. 이건 나만의 생각은 아닌듯 하다. 멘델스존의 생존시에 영국을 방문해서는 매우 열렬한 환영을 받았지만 그의 사후의 인기는 시간이 가면서 떨어진것 같다. 그리고 천재라는 소리를 듣는 음악가로서 모짜르트와 비교하면 멘델스존의 음악이 왜 여운이 길게 남지 않는지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소위 부루주아라는 말은 멘델스존 정도의 재력이 있는 집안에 해당하는 말일텐데, 부족함이 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었던 멘델스존과 늘 시대와 불화하면서 고단하게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한 모짜르트가 같을..

[음반] 브람스(1833-1897)의 클라리넷 음악

브람스의 4곡의 클라리넷 음악은 모두 인상적이다.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2곡, 피아노, 클라리넷과 첼로를 위한 3중주 1곡, 그리고 클라리넷 5중주 1곡이 있다. 브람스의 클라리넷 곡들은 모두 비교적 브람스 최만년의 작품인데 그래서 가장 완숙한 브람스의 음악적 감성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로 표현된다는 점이 공통된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작품이 만들어진 순서는 클라리넷 3중주곡이 가장 먼저 만들어졌고, 다음에 5중주곡이 만들어졌으며 마지막으로 소나타 2곡이 만들어졌다. 3중주곡의 경우, 작곡에서 손을 뗀 브람스가 1891년 클라리넷 주자인 리하르트 뮐펠트를 만나서 새롭게 창작욕을 갖게되어 만든 음악이라고 한다. 대중적인 인기도나 지명도에 있어서는 클라리넷 5중주가 워낙 압도적이라서 비..

[음반] Bach, St.Matthew Passion BWV 244

인류 음악사 최고의 작품이라는 말까지 있는 곡이다. 음악을 들어오면서 늘 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혀 성악곡의 접근에 어려움을 느겼었는데, 시간이 많아지면서 오페라를 나름 체계적으로 듣기 시작한 것이 20여년 전이었고, 그와 함께 바흐의 마태수난곡도 주의깊게 듣게 되었던것 같다. 물론 어린 시절, 곡의 명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접근한적은 있었지만 그 감동은 감각적인 경이로움 이상을 넘어서지 못했었다. 내가 처음 구입한 이 곡의 음반은 클렘페러의 EMI반(1961년 녹음)이었다. 그러나 독일어를 모르는 내가 3시간 30분이 넘은 연주를 다 소화하는 것은 벅찬일이었다. 곡이 성경 내용(마태복음 26장, 27장)을 중심으로한 복음사가와 예수의 레치타티브(서창,敍唱)로 골격을 유지하면서 세부적인 내용을 합창, 코랄(찬..

[음반] Beethoven 바이올린 소나타집/ SZIGETI _ ARRAU

본의 아니게 낡은 모너럴 음반을 자주 거론하게 된다. 그런데 이것은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골라 듣는 음악과 음반을 언급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본다. 내가 원래 화려하고 매끄러운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그것은 음악의 경우에도 해당하는데 비록 오디오 시스템은 해상력이 좋아야 하고 음색의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믿고 있지만, 정작 그것을 통해서 들리는 음악은 녹음 레벨이 일정하지 않아 소리가 울렁거리고 간혹 칙칙한 스크레치성 잡음이 섞여 있을 지라도 음악적 표현이 보편적인 감동의 감정선을 흔드는 그런 연주를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나는 좋은 음악을 듣기 위해 좀 더 좋은 오디오를 욕심낸 적은 있지만 절대적으로 좋은 소리를 찾아서 오디오를 바꾸고 고민한 적은 별로 없었던것 같다. 그..

[음반] Schubert 피아노곡 음반/ Edwin Fischer

나는 이제 작곡가 또는 연주자 별로 대표적인 음반을 한장씩 정리해 보려한다. 시골 생활 중에 서울에서 일부 정리를 하고 가져온 음반들이 있지만 일부는 없어서 아쉬운 음반도 있고 또 일부는 여전히 별로 듣지 않는 음반이 있어 일부러 찾아서 들어주는 경우까지 있고 보면 이런 내 음반을 좀 내 스스로 정리해 둘 필요가 있을것 같다. 소위 말하는 명반이라는 것들이 그런 선택 조건에 가장 유리 할 것이지만, 내 기준에 따른 음반의 정리이므로 나의 기호와 취향 그리고 개인적인 집착과 편견이 작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 예전에 친구들과 특정한 곡에 대해서 딱 한 장의 음반만 선택하게 된다면 골라 잡아야 할 유일한 음반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여기서 소개되는 음반은 애초에 객관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음을 미리 ..

[음반] 로시니 Rossini / 스타바트 마테르 Stabat Mater

정명훈이 빈 필과 녹음한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 오페라 작곡가로 유명한 로시니가 오페라의 작곡에서 손을 떼고 만든 종교음악으로 가톨릭 전례 음악인 성모 애가(스타바트 마테르)이다. 이스트반 케르테츠가 런던 심포니와 녹음한 데카반이 명반으로 성가가 높지만 정명훈의 이 녹음은 비록 명성은 그에 미치지 못할지 모르나, 개인적으로는 케르테츠의 녹음보다 더 종교적인 느낌에 충실한 연주이고 빈 필이 모나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차분한 분위기를 기조로 각 곡의 느낌을 진지하게 잘 살려서 연주한 명반이라고 생각한다. 케르테츠의 녹음은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참여했는데, 대체로 이런 음악에 마음껏 자신의 노래 재주를 과시하면서 노래를 불러 제끼는 파바로티의 창법은 종교적인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게 내 개인적인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