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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체사레 보르자 Cesare Borgia

sunis 2019. 3. 17. 17:57

마키아벨리를 사로잡은「군주론」의 모델

체사레 보르자(Cesare Borgia), 세러 브래드퍼드 Sarah Bradford, 김한영 역




옛날 이야기는 우선 재미있다. 그리고 잘 씌여진 옛날 이야기를 읽고나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비교하고 돌아보게된다.

굳이, 유명한 Edward H, carr의 역사란,<현재와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직관적으로 우리는 옛날 이야기의 교훈적 성격과 현실을 비춰보게 하는 기능을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옛날 이야기는 읽기에 큰 부담이 없는 특징이 있다. 물론, 그것은 나와 같은 성향의 사람에 국한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옛날 이야기, 그러니까 역사와 관련된 책은 읽기 쉬운 책으로 여겨진다.


체사레 보르자는 아는 사람은 알고 또 모르는 사람은 평생을 살다가 죽어도 모를 그럴 인물이다. 그러니까 나처럼 옛날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서양 르네상스와 관련된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는 사람외에는 알지 못할 수도 있는 사람이다. 나는 이 사람의 이야기를 두권의 책을 통해서 읽게 되었다. 이 글에서 언급된 새러 브래드퍼드의 책외에 일본의 여류 문필가인 시오노 나나미의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한길사>을 통해서 였다. 한 때 이 여류작가는 <로마인 이야기>시리즈로 우리에게 이름이 제법 알려졌었고 나도 그 책을 나오는 대로 한권씩 사서 12권까지 읽어가다가 나중에는 너무 똑같은 노래만 불러대는것 같은 진부한 논조에 실망해서 끝내 나머지 몇 권을 외면한 기억이 있다. 물론 <로마인 이야기>의 초반은 아주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옛날 이야기로서의 역사를 이렇게 주관적인 관점을 뚜렷하게 반영하여 역사학자들의 비난을 의식하지 않고 당당하게(?) 고급스러운 이야기 거리로 풀어내는 방식에 호감을 갖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마인 이야기> 후속편이 출간되는 공백기에 사오노 나나미의 다른 책들도 몇 권 읽게 되었는데 그 때 얻어 걸려서 읽게된 책이 바로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이란 책이었다.



15세기는 서양사에서 흔히 르네상스 시대의 출발 세기로 이야기 된다. 교황 알렉산데르 6세의 아들인 체사레 보르자는 그 생몰연대가 1475년 - 1507년으로,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에 교황권과 유럽 세속 군주들의 권력 각축의 무대에서 짧은 생애를 불꽃처럼 살다간 당대의 야망과 모순이 모두 반영된 대표적인 인물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체사레 자체에는 큰 호기심이 없다. 나는 그처럼 권력욕이나 야망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흔히 예술과 문화의 측면에서 강조되는 르네상스 시대의 이면에서 세속적인 삶의 투쟁을 벌인 인간 군상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나는 이 책과 그 내용에 흥미를 느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의 속성이 시대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인지 시대를 불문하고 야망이 크고 욕망이 많은 인간의 모습은 비슷한 점이 있다. 그래서 시오노 나나미 같은 여류 작가는 체사레 보르자를 시공을 옮겨 놓은 후, 그 이름 처럼 거의 케사르와 동일한 수준의 관심과 비중을 두고 묘사했다. 아카데믹한 역사에서는 그 구체적인 내용이 소상하게 설명되어있지 않지만, 르네상스 시기 이탈리아에 프랑스와 스페인, 그리고 나중에는 신성로마제국에 이르기까지 외세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세속적이며 동시에 매우 사적인 이해가 뒤엉킨 역사적 동기들이 체사레와 그의 부친인 교황 알렉산데르 6세의 삶을 통해 알기 쉽게 설명된다는 점에서, 체사레 보르자 개인의 비범함에 과하게 편향된 시오노 나나미의 책 보다는 새러 브래드퍼드의 책을 더 높이 평가하게 된다. 고상하고 우아한 르네상스의 화려한 모습이나 초인적인 광대한 지식과 미적 감각이 종횡무진 펼쳐지는 묵직한 르네상스 이야기가 아니라, 그 이면의 속물적인 인간 군상들이 숨기고 감추려 했던 르네상스 시대의 음습한 그림자 속까지 들여다 보고 싶다는 동기에서 접근한다면 당연히 보다 많은 자료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구성한 세러 브래드퍼드의 책이 읽을 가치가 있다고 본다. 약간 빗나간 이야기지만 일본인 작가들은 자기가 보는 대상에 너무 근접하거나 자신의 관점이나 논리에 집착하여 사람과 사건을 객관적으로 넓게 보고 설명하지 못하는 교양 결핍을 자주 드러내는것 같다. 물론 르네상스를 서양 문화사의 큰 줄기를 타고 천천히 음미하고 싶다면 당연히 야콥 부르크하르트(Jacob Burckhardt)를 읽어야 할 것이다. 


짬짬히 읽어야 할 다음 책으로는 폴 리퀘르의 <시간과 이야기>와 요한 호이징하의 <중세의 가을>을 골라 두었다. TV를 보는 시간을 대체하면 저녁에 아주 피곤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하루 2시간 정도는 책을 읽을 수도 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