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정리해 두어도 자주 듣지 않으면 잊는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작품 목록을 정리한 글이다.
빌헬름 켐프의 음반 내지에도 작품 목록에 대한 언급이 있었지만, 이렇게 간결하게 표로 정리한 글을 찾아 반갑다.
https://m.blog.naver.com/streicher/130019759687
◇ 슈베르트의 피아노 독주곡(21개 또는 23개의 소나타. 그 중 8곡은 불완전한 여러 악장을 포함)
▶제1번 E장조 D. 157 (1814)
▶제2번 C장조 D. 279 (1815)
▶제3번 E장조 D. 459 [5개 피아노 소곡 Funf Klavierstucke으로 출판. 후반 3곡은 D. 459A로 구분함] (1816)
▶제4번 a단조 D. 537 (1817)
▶제5번 A♭조 D. 557 (1817)
▶제6번 e단조 D. 566/506 (1817)
▶제7번 D♭조 D. 567 또는 E♭조 D. 568 (1817)
▶제8번 F#조 D. 571/604/570 (1817 단편) [ 최근에는 단편들을 별개의 곡으로 연주 녹음]
▶제9번 B장조 D. 575 (1817)
▶제10번 C장조 D. 613/612 (1817 단편)
▶제11번 f단조 D. 625/505 (1818 불완전)
▶제12번 c단조 "환상곡" D. 655 (1819 불완전) [현재 소나타로 분류되지 않음]
▶제13번(제12번) A장조 D. 664 (1819)
▶제14번(제13번) a단조 D. 784 (1823)
▶제15번(제14번) C장조 "유작 Reliquie" D. 840 (1825 미완성)
▶제16번(제15번) a단조 D. 845 (1825)
▶제17번(제16번) D장조 "가슈타인 Gastein" D. 850 (1825)
▶제18번(제17번) G장조 D. 894 [예전에 "환상곡"이라고 불렸다] (1826)
▶제19번(제18번) c단조 D. 958 (1828. 9)
▶제20번(제19번) A장조 D. 959 (1828. 9)
▶제21번(제20번) B♭조 D. 960 (1828. 9) [c단조 "환상곡" D.655(구,제12번)을 제외하면 제20번이 된다.]
▶환상곡 C장조 "방랑자 환상곡 Wanderer Phantasie" D. 760 (1822)
▶소나타 제22번 (1822)
▶4개의 즉흥곡 D. 935 (op. 142)
▶소나타 제23번 (1827)
▶소나타 단편[제12번을 제외한 P. 바두라 스코다에 의해서 보필 출판되었다(헨레 Henl)]
▶13개의 변주곡 D. 576안젤름 휘텐브렌너 Anselm Huttenbrenner의 주제에 의한] (1817?)
▶그라츠의 환상곡 Grazer Fantaisie C장조 D. 605 (1818?)
▶디아벨리의 왈츠 주제에 의한 변주곡 Variation uber einen Walzer von Anton Diabelli D. 718 (1821)
▶악흥의 때 Moments musicaux 6곡 D. 780 (1823, 1824)
▶12개의 독일무곡 German Dances (Ländler) D.790 (1823)
▶4개의 즉흥곡 D. 899 (op. 90, 1827?)
▶알레그레토 c단조 D. 915 (1827)
▶피아노곡 C장조 D. 916B와 피아노곡 D. 916C (1827 불완전 교정, 브루자티 O. Brusatti, 도블링거 Doblinger)
▶3개의 피아노곡 또는 즉흥곡 D. 946 (1828)
▶매우 많은 춤곡과 행진곡
- 클래식 코리아(http://www.classickorea.co.kr)에서 인용, 일부 누락된 내용은 추가로 보충 정리함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작품번호는 혼란이 불가피하다.
슈베르트 자신이 워낙 불완전한 작품을 많이 남겼고 그것을 따로 정리해 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너무도 이른 죽음에 슈베르트 본인도 자신의 작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준비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일부 음악학자들은 자필 원고를 분석해서 나름대로 추정해서 작품을 구성하기도 하는데, 위의 작품목록표에 표기된 내용 중, 소나타 8번 부터 12번까지는 피아노 소나타 작품목록에서 따로 작품번호를 부여하는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많고 따라서 요즘의 경향은 이를 별개의 소품처럼 취급하여 연주하거나 녹음하고 있다. 비록 불완전한 상태의 원고나마 워낙 그 음악적 아름다움이 아까워서 작품목록에 반연하고 연주 녹음되고 있지만, 엄격하게 말하면 d.575(9번)과 d.664(13번)이후의 곡들, 그러니까 대략 10여곡이 그 형태와 내용이 비교적 분명한 작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켐프의 녹음도 전곡이 수록되지는 않았다.
켐프의 경우, 위 목록에서 밑줄 친 작품들(단편 2곡과 환상곡 1곡) 3곡을 제외한 18곡을 녹음해서 수록했는데, 이는 논란의 여지가 많은 슈베르트 작품의 불완전성을 고려할 때 사실상 전집에 가깝다고 본다. 슈베르트 소나타에 천착한 파울 바두라-스코다의 경우에도 제12번으로 분류되는 환상곡을 피아노 소나타 녹음목록에서 제외한 채 전집을 녹음했다.
비교적 최근 녹음으로 내가 높이 평가하는 게르하르트 오피츠의 음반은 지금껏 내가 한 장씩 낱장으로 모아 모두 12장을 모았는데, 이후 이 녹음이 12장짜리 박스물로 나온것을 보면 더이상의 녹음계획은 없는것 같다. 오피츠의 전집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단편들을 조합하여 소나타 작품을 구성하는 대신 별개의 소품으로 취급하여 녹음했다.
그외 비록 후기의 소나타 8곡만 수록한 브렌델의 피아노곡집과 헤블러의 선집 및 미쯔코의 선집도 매우 좋고, 디터 체흘린의 녹음 등도 논란이 되는 소나타 작품번호를 제외한 경우가 있지만 사실상 전집에 가까운 선집이라고 본다. 그외 라두 루프의 4장짜리 선집도 내가 자주 듣는 슈베르트 피아노 곡집이다.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작품 구성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한가지 사례는, 미완성작인 D.566(6번으로 불린다)의 경우, 대부분의 경우, 스케르초 악장까지 3악장을 녹음했는데 켐프의 경우는 모데라토 악장과 알레그레토 악장 2개 악장만 녹음으로 남긴 점이다. 켐프가 녹음을 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음반 제작과정상의 오류인지는 확인하지 못해서 답답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2개 악장만 녹음한 음반이 내게는 더 있는데 옛날 동독 시절의 피아니스트 디터 체흘린의 경우에도 켐프 처럼 모데라도-알레그레토 2개 악장만을 녹음했다. 그래서 체흘린 음반의 내지 설명을 찾아보고 비로소 그 연유를 알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이 작품의 앞 3개 악장의 악보가 1888년, 1907년, 1928년도에 각기 제법 오래된 시간의 격차를 두고 출판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원래의 작품이 4개 악장으로 구성되었고 D.506의 론도 악장이 이 D.566의 마지막 악장인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이렇게 해서 4악장 체제로 처음 연주된 것은 1948년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사실을 근거로 했는지 바울 바두라-스코다의 경우에는 D.566에 D.506 론도를 마지막 악장으로 구성하여 녹음을 남기고 있다. 오피츠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연주자들은 3악장 구성으로 이 곡을 연주하고 녹음하고 있다. 그런데 더 기가막힌 것은 스비아토 리히터의 1978년 녹음 음반의 경우, 이 작품의 구성을 모데라토-스케르초-알레그레토로 바꾸어 연주한 점이다. 이것은 음반 편집상의 오류인지 리히터의 결정에 따른 것인지 궁금하지만, 대부분의 리히터 작품이 그 출처가 확실하지 않은 음원자료가 많이 유통되는 점과 음반 부클릿에 자세한 연주와 녹음에 관한 기록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그 사정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을것 같다.
슈베르트의 감춰진 보물 - 빌헬름 켐프의 연주노트
---빌헬름 켐프 (번역: 최현희)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를 떠올리면 나는, 젊은 시절 내 곁에 있던, 일곱 개의 봉인을 뜯지 않은 채 두었던 책을 떠올린다. 나는 스스로 그 소나타들 중 베토벤적 정신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 위대한 작품, A마이너 소나타 작품 42 (D 845)만을 연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에 나는 내가 앞으로 하게 될 심오하고도 가치 있는 작업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슈베르트의 음악적 영혼의 측정할 수 없는 그 깊이 속에 감춰져 있던 보물과도 같은 작품들을 연주하는 작업 말이다. 그 때에 (1차 세계대전 전의 시기) 나는 슈베르트의 가곡 연주에 반주자로 참여할 수 있는 모든 기회들을 찾아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면, 포글은 지극히 적절한 논평을 들려준 것 같다. 그것은 슈베르트 해석에 있어 시금석이 될 수 있는 발언으로, 내게는 슈베르트의 음악 세계를 탐색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해 준 것이었다. 슈베르트는 "그 자신의 내부에 살아 숨쉬고 있는는 것의 정체를 전혀 모르고 있다! 그건 끊임 없이 덮쳐오는 홍수이다!"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의 대부분은 거대한 콘서트 홀의 눈부신 조명 아래에서 연주되어서는 안 된다. 그 작품들은 극도로 상처 받기 쉬운 영혼의 고백이거나,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독백이다. 그 독백은 너무나도 부드럽게 속삭이는 것이라서 큰 콘서트 홀에서 그 음향은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슈베르트는 그의 가장 내밀한 비밀을 그의 피아니시모 악상들을 통해서 우리에게 들려준다.)
외향적인 비르투오조는 슈베르트에게서 아무 것도 발견해낼 수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 스스로가, 끊임 없는 동경 속에서 애타게 찾아 헤매었던 곳으로 통하는 길을 내었던 영원한 방랑자 슈베르트와 함께 그 길을 동행해야 할 뿐이다. 슈베르트의 소나타가 지니는 현저하게 서정적이면서 서사적인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다 남성적이면서 동시에 보석과 같은 단어들로 말을 거는 베토벤이 우리에게 남겨준 문제들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슈베르트의 세계에 더 깊이 접근해 들어갈 수록, 우리는 그에 대한 비판의 논거로 제기되곤 하는 "천국 같은 길이"가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더욱 놀라게 된다. 만약 작품의 길이가 지루함의 명확한 요인이 된다면, 그 잘못은 연주자에게 있다. (나는 나의 경험에 근거하여 말하고 있다. . .)
슈베르트가 그의 "Strum und Drang" 시기 동안에 작곡한 소나타에는 많은 작곡가들의 영향이 광범위하게 드러나고 있는데, 이것은 참으로 묘한 일이다. 여기 몇 개의 예가 있다. 1817년에 작곡된 A마이너 소나타(D 537)에서 우리는 광시곡적으로 건반을 휩쓸고 다니는 스케일을 보면서 브람스를 발견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1818년에 작곡된 아름다운 F마이너 소나타(D 625)에서 쇼팽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위협적인 유니즌 페시지를 담고 있는 이 소나타의 피날레는 후일 작곡된 B플랫마이너 소나타(쇼팽 소나타 2번)의 피날레 악장의 초고처럼 들린다. 1823년에 작곡된 화려한 A마이너 소나타(D 784)에서, 그리고 더 큰 규모를 보여주면서 "미완성"으로 불리곤 하는 1825년의 C메이저 소나타(D 840)에서 우리는 브루크너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러한 경우를 두고 사람들은 아마도 시간과 장소에 관한 인간의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영혼들 사이의 신비한 교류라고 일컫고 싶은 유혹을 느낄 것이다.
40년 동안의 경험에 비춰볼 때 나는 "미완성" 소나타(D. 840)야 말로 진정한 발견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그 작품의 악보를 보았을 때,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큰 스케일을 보이고 있어서, 나는 그것이 꼭 교향곡을 피아노 용으로 편곡해 놓은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작품에서 최초로, 발전부는 광대하고 풍성한 공간을 형성하고 주 선율은 그 공간을 거인의 발걸음으로 활보하고 있다. 슈베르트는 화려하게 구축된 2악장 (발라드 형식의 안단테) 뒤에 3, 4악장을 작곡하려고 노력했었다. 그러나 그는 그 시도를 포기해야만 했다. 극심한 피로와 절망 속에서 그는 펜을 놓을 수밖에 없었고, 뮤즈도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말았다. 그래서 이 소나타의 첫 두 악장은 마치 골로세의 거상처럼 외롭게 남겨져 있다.
이 때부터 슈베르트의 음악은 정점을 향해 치달아 간다. 1828년은 슈베르트가 최상의 성취를 보여준 해이다. 많은 일들 속에서 그는 C메이저 현악 오중주와 최후 세 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한다. 이 작품들은 그가 소나타 양식을 완전히 정복했음을 증명해준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가 그 작품들에 그의 가장 내밀한 혼을, 그의 살아있는 숨결을 불어넣었다는 점이다. 마치 나무가 그 수액을 가장 멀리 뻗어있는 가지에까지 순환시키듯이 말이다.
그러나 1828년은 말의 다른 의미에서 슈베르트의 '성취'가 이뤄진 해이기도 하다. 그는 초인적으로 그의 온 힘을 쥐어 짜서 창작에 임했지만, 죽음은 그의 경우에 있어서만은 예외를 주었다. 죽음은, 사려깊게도 슈베르트가 그의 펜으로 마지막 음표를 그려넣을 때까지 허름한 방 문 앞에서 그를 기다려 주었다. 슈베르트의 영혼은 "끊임 없이 덮쳐오는 홍수" 속으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슈베르트가 그의 마법의 하프 소리를 들려줄 때에, 마치 모든 물질적인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져 음향의 바다를 유영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슈베르트는 자연의 영혼이었으며, 천상의 피를 이어 받은 사람이다. 엄격하고 모난 것들은 그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의 가곡들이 자주 들려주는 그런 것, 끊임 없이 솟아오르고 흘러넘치는 그런 것이 바로 그의 존재의 일부분이다. 그래서 제2의 오르페우스인 그는 괴테의 "물 위의 영혼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인간의 영혼은
물과 같다:
하늘로부터 내려 와서,
하늘로 올라갔다가
그리고 반드시 다시
대지로 돌아오는,
영원히 변화하는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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