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이야기

고추 칼슘 부족

sunis 2018. 6. 14. 18:20

아직까지 살균제는 사용하지 않고, 진딧물을 발견한 이후 살충제만 사용했는데, 오늘 3번째 유인줄을 설치하면서 고추에 이상 증상을 발견했다. 마치 고추가 병이든것 처럼 짓무르면서 괴사해가는 모습이 보였다. 가슴이 철렁했다. 그래서 나의 고추 농사 멘토인 마을 선배에게 물었더니 1개월 이상 가물고 날이 더워서 칼슘 부족에 따라 일명 <배꼽썩음병>이라는 것이 생긴 것이라고 한다. 


 고온 건조한 상황에서 칼슘 흡수가 원활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증상인데 칼슘제를 사다가 살충제와 함께 엽면시비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왜 아직까지 칼슘제를 사서 시비하지 않았는지 되레 되묻기까지 한다. 나는 나름 고추농사를 하기 위해서 밭을 만드는 과정에서 칼슘은 크게 부족하지 않은 수준에서 밭을 만들었다고 생각했고, 또 점적관수를 실시하므로 건조한 기후조건에서 생기는 작물의 생리적인 장애는 내 고추농사와 무관할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비닐하우스 내부의 공기와 비닐 멀칭을 한 이랑을 제외한 밭고랑이 매우 건조하다는 것이었다. 초보 농부가 나름 머리를 굴려서 생각한 것이 틀린 첫번째 사례가 아닐까 싶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니 칼슘 부족현상은 고추 열매가 제법 많이 열리면서 간혹 한 두개의 고추에서 그 끝부분이 상처가 난것 같이 이상 상황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판단할 능력이 없었고 그냥 불운한 고추의 흉한 모습으로 치부하면서 보이는 대로 과감하게 따서 버리고 말았다. 대략 1주일 전부터 이런 상황이 있었는데 무지의 소치로 좀 늦게까지 칼슘부족 상황을 방치한것 같다. 

  

  그래서 재빨리 농협 농자재판매센터에 가서 증상을 이야기하니 <해초칼>이라는 복합 영양제를 권한다.  물 20l(이걸 한 말이라고 한다)에 30_40ml 정도를 희석하여 엽면시비하라고 한다. 이전에 은근히 신경이 쓰였던 진딧물은 농협에서 추천한 <팡파레>라는 약으로 방제한 후 눈에 띄에 감소해서 새로운 진딧물 증식은 없고, 기존에 보였던 것들도 상당 부분 사라지기도 한것 같다. 그렇지만 여전히 지금 처럼 고온의 건조한 상황은 늘 진딧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또 총채벌레와 담배나방등의 방제도 필요할것 같아, 관련 약제를 함께 사왔다.


 농사가 은근 이런 저런 약이 많이 들어가는것 같다. 

이건 마치 위생적인 조건에 예민한 현대인이 예방 약품과 건강보조 식품, 그리고 각종 위생용품을 자주 사용하는것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이는 아프기도 하고 또 더러는 다치기도 하면서 자라는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말하지만, 그것이 내 자식의 경우에는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키우는것과 작물에 대한 농부의 마음도 그와 같지 않을까 싶다. 


  오늘 전체 밭에서 대략 10여개 정도의 이상 증상이 보이는 고추를 모두 따내서 버렸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는 일찍 약제를 조합해서 방제 작업을 하기로 하고 오후 5시경에 스프링 쿨러로 건조한 하우스 밭 전반에 걸쳐 물을 산포해 주었다. 이번 약제는, 총채벌레약 - 렘 페이지(액), 진딧물약 - 모멘토 에너지(액), 담배나방약 - 라피탄(액)으로 조합했다. 이것들에 칼슘제로 해초칼을 함께 섞어서 시용할 예정이다. 처음에는 농약에 대해서 두려움과 함께 상당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이것을 하나의 <이상 증상에 대한 대처>라는 입장에서 이리 저리 신경을 쓰면서 그 대책을 궁리하다 보니 그런대로 납득이 가는 수준에서 약제를 선택하는 묘미(?)가 나름 흥미롭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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