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과 블로그를 연결하면 사람들은 당장 농산물을 판매할 목적으로 블로그를 만들면 좋을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농사의 경험과 숙달된 기술이 부족한 귀농인의 농촌적응과 농사기술 향상의 방편으로 블로그를 만들것을 제안하는 것이다. 사실 주변에서 목격한 귀농인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부족한 경험과 기술을 도외시하고 누가 어떤 작물을 재배해서 억대 수입을 올리는 성공을 거두었다는 등의 성공담에 귀를 솔깃하곤 한다. 나도 그런 말을 들으면 관심을 갖을 수는 있지만, 세상사 인간이 살아가는 이치는 도시와 농촌이 크게 다를것이 없는 법이라 그렇게 반색하고 귀를 기울이지는 않는다. 즉 보통사람의 경우를 넘어선 성공과 성취는 보통 사람과 다른 수준의 노력과 노하우, 그리고 행운이 함께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귀농하여 억대 수입을 올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나와는 다른 조건과 또 차이가 많은 노력과 자본을 투자해서 힘들게 얻은 성과라고 미리 전제하는게 좋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도시에서 성공적으로 살아온 사람이 결국 농촌에서도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야 한다. 즉 남의 성공과 자신의 노력을 가늠하지 못하고 그 결과를 탐하고 부러워하는 마음으로는 도시에서건 시골에서건 아무일에서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귀농전에 따로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등을 정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블로그를 만들어서 제법 오랜 기간 운영(?)해 왔다. 그 당시에도 내가 읽은 책, 또는 비교해서 들은 음악의 음반, 또 다른 취미인 사진과 관련한 기기와 촬영 등에 관한 내용을 틈틈이 정리해 왔는데 시골에 이사해서 농사에 관심을 갖고 보니 그 블로그는 초보적인 농촌생활자의 블로그로는 좀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 블로그 <봉촌일기>를 따로 만들게 되었다. 그러나 서울에서의 삶과 시골에서의 내 삶이 단절되고 분리된 삶이라는 생각으로 그런것은 아니고, 새롭게 시작하는 농촌생활에 좀 더 집중된 관심을 새로운 기분으로 정리하는게 좋겠다는 생각 때분이었다.
농사와 관련된 개인의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나 사례를 나는 이미 인터넷을 통해서 다양한 블로그로 접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나처럼 경험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실효성이 있는 유익한 타인의 선행 경험이었다. 나는 그런 타인의 귀농 및 농사관련 블로그를 탐색해 나가면서 내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도 따로 정리해두는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즉 경험이 몸에 익혀지고 뇌리에 조금씩 쌓여서 지혜로 숙성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게 마련인데, 그것이 부족한 초보 농부로서 축적된 시간의 경험을 그대로 다 따라할 수 없다면 그 시간을 단축하고 압축하기 위한 방편으로 내 생각과 시도 그리고 결과를 기록하고 스스로의 농사일을 되짚어 보면서 이론과 주장의 현실적합성을 검증하는 것이 필요할것이기 때문이다. 이런게 일종의 공부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블로그 작성을 염두에 두면서 농사일을 한다면 스스로 좀 더 흥미와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그렇게 나자신에게 엄격한 의지가 강한 인물은 못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자신의 블로그를 만들어서 유지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 내용의 깊이와 수준을 차치하고, 스스로의 경험과 생각을 돌아보는데 자신의 블로그가 얼마나 유익한지 알 것이다. 물론 허위와 과장으로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나 경제적 이익을 염두에 두고 불순한 의도로 만들어서 운영한 블로그는 그 목적한 바의 결과의 성패만으로 가치를 판단할 것이니, 내가 말하는 블로그와는 그 존재의 필요와 가치가 애초부터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도 귀농이나 농업관련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보면 그런 불순한 블로그가 적지 않음을 느낀다. 부동산(집과 토지)을 팔아치울 목적으로 갖은 허위와 꾸밈으로 시골생활을 미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자신이 농사를 지어 생산한 작물이 아님에도 마치 자신이 온 정성을 기울여서 직접 기른 농산물인것처럼 거짓으로 꾸며서 온라인 쇼핑업을 하는 농업인의 탈을 쓴 사기꾼들의 블러그도 적지 않다.
귀농인에게 블로그가 중요한 점을 다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자신의 농사와 관련한 경험을 기록으로 남겨서 뒤날 되돌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 차원에서 개인사를 주제로한 역사책을 만든다는 상상을 해 보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추가할 것이 있다. 블로그 말고 사소한 일상사를 메모해 두는 수준의 영농일기와 같은 육필 기록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이것은 마치 개인사의 기초사료와 같은 존재인데, 훗날 블로그의 내용을 검토할 때 착오한 부분을 교정하는데도 필요할 것이고 그 성격상 블로그에 공개하지 못할 내용도 개인적인 기억의 근거로 남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자신의 농사와 관련된 경험을 타인에게 공개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조금이라도 더 신경을 써서 농사일을 하게 하는 파급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사람은 늘 자신이 남에게 주목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 더 자신에게 엄격할 수 있기 마련이다. 즉 자신의 존재나 행동을 아무도 관심있게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익명성의 그늘에 숨에서 해이해지기 쉽고 반대로 누군가가 자신을 주목한다고 의식하면 스스로 혼자 있어도 좀 더 신중하고 분별력있게 처신하는게 보통사람의 성정이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삶과 자신이 하는 농사일에 좀 더 긴장감을 불어 넣는 역할을 블로그에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런 점 때문에 진솔한 블러그는 나와 타인의 훌륭한 소통의 기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험부족을 채워가는 지도와 나침판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위의 두가지 역할이 결합하여 얻을 수 있는 블로그의 효용이라고 본다. 미숙한 귀농인(귀촌인)이 주변의 선배나 경혐자가 들려주고 보여주는 조언과 충고를 참고한다고 해도 그것은 오랜 기간의 경험을 전제로 한 단편적이고 일회적인 힌트에 지나지 않을 수밖에 없지만, 개인 블로그의 기록들은 개인적인 차원의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통해서 다음 작기의 농사에 한 발씩 진전된 대안을 스스로 모색할 기반이 되는 법이다. 그런면에서 귀농인의 블로그에는 반드시 회고와 반성의 부분이 포함되는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사이비 귀농인 처럼 부동산 중개나 온라인 쇼핑몰 운영 목적의 블로그라면 오직 성공의 기록만이 화려하게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사람은 늘 자신을 돌아보면서 미흡한 부분과 후회스러운 부분을 떠올리고 그것을 인정할 용기가 있을 때에만 전 보다 나은 내일과 성장하고 발전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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