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이야기

농촌생활에 필요한 기본 덕목

sunis 2018. 3. 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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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살던 사람이 농촌으로 가는 이유는 큰 줄기에서 보면 차이가 없지만 개인적인 상황과 처지, 그리고 그 사람이 살아온 이력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다를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런 전제하에 내 경우의 농촌생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지난 해 10월에 봉촌마을에 이주한 이후, 지금까지 대략 4개월이 넘는 기간을 살아온 경험과 그 경험속에 스며있는 내 생각과 느낌을 털어놓는다면, 농촌생활은 <부지런한 육신의 움직임>과 <넉넉한 마음의 조절>이 가장 중요한 2개 항목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것 같다. 짧은 기간이지만 나는 새로 장만한 밭을 만들기 위해 아내와 함께 서툰 노동력으로 땀을 흘리고 제법 고생도 했다. 언뜻 생각하면 몸으로 직접 할 일을 돈을 주고 기계로 대신할 부분도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굳이 내 육신의 고단함에 새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야 내가 농촌의 삶에 적응할 수 있다는 어떤 믿음같은 미련한 생각이 그 뿌리일 것이다.


이제껏 한 일을 생각하면 제법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폐농 상태의 뽕나무밭 250평 정도에는 전지한 나무가지가 널부러져 있었고 캐내지 않은 뽕나무 밑둥은 그대로 남아있었고 그외 농사를 지으면서 쌓이고 덮인 쓰레기가 적지 않게 있었다. 그걸 하나씩 치워나가는 일부터 시작했다. 막상 일을 시작할 때는 막막하고 그 끝을 기약할 수 없을것 같았지만 그래도 하루의 고단함 뒤에 남은 노동의 흔적을 확인하는 것에서 하루의 보람을 느낄 수도 있었다. 이런 노동의 진지한 고단함은 주변 사람들에게 백마디 말로도 부족한 신뢰를 얻는 지름길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고 본다. 외지에서 온 사람의 서툰 노동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을 사람들이 오가면서 한 마디씩 거드는 충고와 격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고받는 말과 표정의 교환이 농촌에서 인간관계 형성의 오솔길과 같은 작용을 한다고 여겨진다. 당시에는 매우 고단했지만 이제 밭을 거의 완성해 가는 단계에 이르러 보니 돈으로 사람과 기계를 사서 쉽게 싹 해치웠으면 느끼지 못할 보람을 느끼게 된다.


가끔은 면사무소와 농협에 갈 일이 있다.

이런 관공서와 기관을 방문해서 그 업무처리 과정을 보는 것은 처음에는 무척 힘든 고문과 같았다.

한마디로 일처리가 나이스하지 못하고 스마트하지도 못하다는 느낌에 답답함을 느꼈으니까.... 서울 같으면 10분 정도에 끝날 일이 이런 저런 사정과 이유로 1시간이 걸리는게 다반사였다. 물론 공적인 업무에서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야박하고 무식한 인간은 아니지만 어떤 때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답답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차차 그런 비능률적인 업무과정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즉 농촌지역의 고령화와 행정 비능률은 그 인과관계를 같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행정업무의 처리과정에 인정과 사정을 개입시켜서 주관적인 해결방법과 결론을 요구하는 노인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 그리고 가능하면 그 결과를 만들려고 하는 과정은 공무원들이 나이스하게 일을 처리하지 못하게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느껴졌다. 그래도 한 때 그들의 선배로서 먼저 중앙부처에서 공무를 담당했던 나이기에 가능하면 그런 티를 내지 않고 참고 인내하면서 그 과정을 지켜본것이 다행이었다는 느낌이다. 만일 내가 조급하게 일 처리를 재촉했다면 그들은 나를 얼마나 인정없는 야박한 인간으로 보았을 것인가?


개인사를 이야기하면 늘 말이 길어지고 늘어지게 마련이다.

4개월여의 시골생활을 통해서 내가 느낀점을 요약하자면, 육체적인 부지런함과 마음의 여유 이 두가지는 귀농인 귀촌인이 가장 마음에 새겨두어야 할 생활덕목이라는 것이다. 게으른 사람은 자신만이 아니라 타인에게도 잠재적인 불편과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리고 마음이 넉넉하지 못해서 늘 자기것을 먼저 챙기고 이박한 계산으로 사람과 일을 대하면 인간관계의 넉넉한 공간을 스스로 없애버리는 일이 되는 것이다. 이 두가지가 삶에서 실천으로 이어질 수 없다면 그런 사람은 농촌생활을 할 수 없다고 봐도 무방할것 같다. 나는 귀농 귀촌을 <국내이민>으로 봐야 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즉 이주민이 원주민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 속에 동화되려는 노력의 과정이 없이는 그 이민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 이것은 귀농, 귀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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