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50평짜리 비닐 하우스를 텃밭으로 쓰면서 수박이며 참외, 그리고 토마토와 오이, 상추 등을 길러서 잘 먹었다.
그런데 그 규모가 소꿉장난 하는 수준이고 또, 농사일에 전혀 배경 지식이 없이 이웃에서 나누어 주는 모종이며 권하는 모종등을 얻어서 반 강제적으로 심어서 경황없이 길렀기에 그 내용을 따로 불로그에 정리를 해 두지 않았었다. 그런데 농사의 규모가 크건 작건간에 기록은 필요한 것이고, 또 텃밭 농사도 도시에서 귀농하는 사람들이 처음 농사를 접하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농사일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불러 일으킬 여지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 고추와 오디등 농사규모가 내 수준에서는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것은 따로 농사이야기 게시판에 정리를 해두기로 하고, 텃밭 작물을 기르는 부분은 이곳 귀농이야기 게시판에 구분해서 정리해 두리고 한다.
오늘은 비닐하우스내 고추모종을 기르던 자리를 정리하고 서둘러서 텃밭 만들기를 시작했다.
작년에는 한꺼번에 트랙터로 로타리 작업등을 했지만, 올해는 고추밭 3개 동만을 트랙터 작업을 해서 밭을 조성했다. 그 이유는 작은 텃밭 비닐하우스는 트랙터가 들어오는 길목에 마늘과 양파를 심어서 한 참 자라고 있는 중이라 작은 비닐 하우스로 트랙터를 끌어 올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항상 사람의 온전한 땀으로 작동하는 인력에 의존하는것이 농사일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아침을 먹고 삽 한 자루를 들고 작은 비닐 하우스로 가서 먼저 고추 모판을 놓았던 자리를 정리한 다음, 삽으로 일일히 쟁기질 하듯이 땅을 뒤집어 주었다. 땀이 비오듯 쏟아지면서 농사일 중 가장 힘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일을 올해 다시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게 처음에는 늘 언제 끝낼 수 있을까 아득하지만 일단 땀으로 옷이 젖으면 타력과 가속이 붙어 일은 걱정 보다는 빨리 끝난다. 아침 먹고 오디밭이며 고추밭 비닐하우스를 둘러본 후 10시 가까이 돼서 밭일을 시작했는데 대략 1시가 조금 넘어서 일이 끝났다. 트랙터로 쟁기질 하는 모습을 보아 온 터라 삽으로 깊이 땅을 파서 흙을 뒤집어 주는 식으로 삽 쟁기질을 했다.
오른쪽 귀퉁이에 비닐 멀칭한 밭이랑이 보이는데 이는 미리 주변에서 재촉하여 심은 감자밭이다.
그리고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성미 급한 아내가 서둘러 심은 상추와 샐러드용 채소 몇 종이 이미 텃밭 상단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는 입제로 된 토양 살충제를 산포하고 나서 유박과 부숙퇴비 그리고 뿌리왕왕이라는 야채용 복합비료를 함께 뿌려 주었다. 유박과 부숙퇴비만으로도 비료는 충분할 것 같지만, 질소와 칼리(칼륨) 등 비료의 주된 성분외에 수용성 인산과 황산칼륨, 유황과 붕소등의 미량 요소등이 뿌리왕왕 복합비료에 포함되어 있어 함께 조금 뿌려 주었다. 그렇게 기본적인 시비를 마친 후 대략 1주일 정도의 시간을 두고 밭 이랑을 만들 때 이곳 텃밭에도 점적 테이프를 설치할 지 조금 고민을 해봐야 겠다. 농사의 편의성으로는 단연 점적 테이프를 설치하고 물을 공급하는게 좋은데, 그렇게 하면 매일 손으로 물을 주면서 작물을 하나씩 돌보는 텃밭 농사의 재미는 좀 덜해지는 면이 없지 않다. 세상일이 편한 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고, 불편한 것에도 이득이 되는 점이 있는 법인데 농사에도 예외는 없는것 같다.
나는 이 텃밭에서 나는 과일이며 야채등을 우리가족과 서울의 친지들과 나누어 먹을텐데 그 농사 방식은 고추와 크게 다르게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니까 내가 먹을 수 있는 수준의 비료와 일정한 해충 방제 목적의 농약 시비는 피할 생각이 없다. 즉 유기농법이니 무농약 농법이니 하는 조금 특색있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도모하는 경우가 제법 많이 보이는데, 나는 그냥 <상식농법>이라고 스스로 이름지은 방식으로 농사를 지을 작정이다. 즉 사람이나 동물, 그리고 식물까지 포함해서 생명이 있는 것이 그 생존을 유지하고 번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와 조건을 상식의 수준에서 판단하면 된다는 것이 <상식농법>의 요점이다. 즉 사람이 더워서 목이 마르면 물을 찾듯이 동물이건 식물도 갈증이 날 상황이면 수분을 공급해 주어야 하고, 위험한 해충이나 질병 요인은 차단할 수 있는 방식이 있다면 그것이 물리적 방법이건 화학적 방법이건 선택하는게 좋다는게 내 생각이다. 그러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부가적으로 무엇인가를 더 추가하는 방식, 가령 성장 촉진제나 기타 과실의 색감과 모양을 좋게 만들기 위해서 작물에 변형을 가하는 방법을 쓰는 것은 내가 스스로 이름 지은 <상식농법>의 범주에는 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즉 상식은 특이한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의 경험이 기반이 되어서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에게 이해 가능한 것이 상식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특이한 것 보다는 무난하면서 별스럽지 않은것, 그래서 유행이나 시류에 따르지 않고 묵묵히 지속가능한 좋은 먹거리를 만드는것, 그것이 나의 <상식농법>의 목표이다. 어쩌면 이런 소박한 상식에 따라 살고 싶다는 것이 내가 굳이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하향한 진정한 목적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나는 고추와 오디외에 텃밭 농사에서도 시험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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