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동안 움직임이 없어 둔해진 몸을 좀 가볍게 할 욕심도 있어 요즘 열씸히 걷고 있다. 대개 걷는 장소가 선운산이나 운곡습지로 굳어지는것 같다. 집에서 멀지 않으면서 또 일상을 함께하는 동네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서 산보를 할 수 있으니 가장 무난한 장소인것 같다. 처음 이사온 해에 나와 아내는 이른 저녁을 먹고 소화를 시킬 겸 동네에서 어슬렁 거리면서 산보를 한 적이 있었다. 시골 인심이 대놓고 싫다 좋다는 말은 하지 않지만 안보이면 뒤에서 서울서 이사온 사람들... 하면서 뒷말을 하는 법이다. 천천히 시간이 흘러가면 그 때 몰랐던 것들이 다 알아지는게 또 시골 인심이다.
어제까지는 날이 따뜻했는데, 오늘은 제법 쌀쌀한 바람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모처럼 사진기를 들고 나선 산보길에 눈에 보이는 정경이 그리 따스한 정감이 담기지 않는다, 그보다는 을씨년 스러움과 다소의 삭막함 까지 느껴졌다. 대체로 왕복거리 7km남짓에 만 보를 약간 넘는 거리니 운동 삼아 걷기는 딱 좋은 거리인데 오가면서 보이는 풍광은 갈 때 마다 그 느낌이 매 번 다르다. 좀 더 정확하게는 내 마음이 달라서 그 마음에 담기는 풍경이 다른 느낌으로 새겨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오늘은 좀 쓸쓸했다. 그나마 반환점이 될 운곡서원 곁에서 마침 구름 사이로 나온 햇빛을 받아 눈에 띈 이른 봄꽃이 마음을 좀 가볍게 해주었다. 나무를 보고 꽃을 보면 턱하고 그 이름을 아직은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자신이 없지만 매화가 아닐까 싶다. 보통 매화는 홍매와와 백매화가 있는데 내가 오늘 본 것은 백매화인가 보다. 오늘은 산보를 하는 내내 리스트의 순례의 해가 머리속에서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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