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이 빈 필과 녹음한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
오페라 작곡가로 유명한 로시니가 오페라의 작곡에서 손을 떼고 만든 종교음악으로 가톨릭 전례 음악인 성모 애가(스타바트 마테르)이다. 이스트반 케르테츠가 런던 심포니와 녹음한 데카반이 명반으로 성가가 높지만 정명훈의 이 녹음은 비록 명성은 그에 미치지 못할지 모르나, 개인적으로는 케르테츠의 녹음보다 더 종교적인 느낌에 충실한 연주이고 빈 필이 모나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차분한 분위기를 기조로 각 곡의 느낌을 진지하게 잘 살려서 연주한 명반이라고 생각한다. 케르테츠의 녹음은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참여했는데, 대체로 이런 음악에 마음껏 자신의 노래 재주를 과시하면서 노래를 불러 제끼는 파바로티의 창법은 종교적인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게 내 개인적인 느낌이다(그러고 보면 나는 대체로 파바로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정명훈이 남긴 음반 중, 빠리 바스티유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남긴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과 이 로시니의 사타바트 마테르가 가장 뛰어난 연주 녹음이라고 생각한다.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는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이 전문인 작곡가가 만든 종교 음악이기에 세속적이고 오페라적 느낌이 짙다고 평가되고 이런 점이 이 작품에 대한 폄훼의 이유로 거론되기도 하는데, 어차피 음악이라는 감각적인 매체를 통한 대중의 종교적 감응을 의도하는 종교 음악의 특성상 이런 비판은 정당하지 않다고 본다. 사실 모짜르트의 미사곡, 심지어 레퀴엠도 오페라 같은 느낌이 짙은 부분이 적지 않고 이것은 노래로 대중의 감동을 유발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라고 봐야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가끔은 종교 음악을 듣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것은 내 개인사의 고단함이나 세상사의 혼돈스러움이 마음에 사무칠 때, 작게나마 허전함이나 분노를 다스리고 싶어서가 아닌가 싶다.
아래의 가사는 음악 컬럼리스트 황장원 님의 글을 전제한 블러그(전승훈/온몸으로 느끼자/네이버 블로그)에서 재인용하여 전재했다.
제1곡(Introduzione) : “Stabat mater dolorosa” [합창 & 독창자들]
안단티노 모데라토. 차분하게 출발하여 커다란 기복을 만들어내는 도입부로서, 관현악 전주에 이어 혼성합창이 제1절을 조용히 노래하고 4인의 독창자가 중창을 이루어 같은 가사를 반복한다.
“주 예수 높이 달리신 십자가 곁에 성모 서서 비통하게 우시네”
제2곡(Aria) : “Cujus animam gementem” [테너 독창]
알레그레토 마에스토소. 유명한 테너 아리아로, 장중한 전주에 이어 리드미컬한 반주가 부각된 후 테너가 제2절에서 4절까지를 밝으면서도 기품을 지닌 음성으로 서정적으로 노래한다.
“기쁨을 잃고 슬픈 성모 성심 수난 칼에 깊이 찔려 참혹하게 뚫렸네 / 간택되신 동정 성모 독생 성자 운명하니 애통하심 한없네 / 아들 수난 보는 비통 가슴 에이는 고통 중에 성모 홀로 계시네”
제3곡(Duetto) : “Quis est homo” [소프라노(Ⅰ/Ⅱ) 2중창]
라르고. 두 명의 소프라노를 위한 곡으로, 먼저 제1 소프라노가 제5절을 노래하고 이어서 제2 소프라노가 제6절을 노래한 뒤, 두 소프라노가 2중창을 이루어 두 절을 다시 노래한다.
“예수 모친의 이런 고통 받으심을 보고 누가 울지 아니하리요 / 성모 그 아들과 함께 고난 겪음 보고 누가 통곡 아니하리요”
제4곡(Aria) : “Pro peccatis suae gentis” [베이스 독창]
알레그레토 마에스토소. 베이스 독창곡으로, 재치 있는 표정을 지닌 전주에 이어 베이스가 등장하여 튀는 듯한 반주 리듬 위에서 제7절을 노래하는데, 같은 가사가 되풀이될 때에는 조성, 가락, 반주에 변화가 일어난다. 계속해서 제8절이 같은 형태로 노래되고, 마지막에는 묵직한 박력이 솟아오르며 마무리된다.
“아들 예수 우리 위해 모욕 채찍 감수함을 성모 친히 보시네 / 십자가상 아들 흘린 피에 젖은 붉은 땅을 성모 친히 보시네”
제5곡(Coro e Recitativo) : “Eja, mater, fons amoris” [무반주 합창 & 베이스]
안단테 모소. 무반주 합창과 베이스 독창이 어우러진 곡으로, 먼저 합창의 베이스 성부가 제9절을 무거운 어조로 노래한 다음, 베이스 독창이 제10절을 1행씩 노래하면 합창이 어우러지며 진행된다. 알레그레토 모데라토의 후반부에서는 템포와 리듬이 빈번히 바뀌면서 격렬한 표정의 기복이 만들어진다.
“사랑의 샘인 성모여 나에게도 슬픔 나눠 함께 울게 하소서 / 내 마음에 천주 예수 사랑하는 불을 놓아 타오르게 하소서”
제6곡(Quartetto) : “Sancta mater, istud agas” [독창자들]
알레그레토 모데라토. 4중창곡으로 제11~15절까지가 노래된다. 로시니적인 색채로 가득한 리드미컬한 반주 위에서 먼저 테너가 애상감 넘치는 노래를 부르고, 그 후 제1 소프라노와 테너의 2중창, 제2 소프라노와 베이스의 격렬한 2중창, 다시 리드미컬한 4중창, 그리고 한결 차분한 4중창이 차례로 이어지며, 반복부에서 음악은 차츰 고조되었다가 다시 조용해져서 마무리된다.
“아 성모여 못 박히신 주의 상처 내 마음에 깊이 새겨주소서 / 나를 위해 상처 입고 괴로움 겪은 주의 고통 내게 나눠주소서 / 사는 동안 내가 울고 주와 함께 십자 고통 참아 받게 하소서 / 십자가 곁에 성모 따라 내가 서서 통곡함이 내 원이로소이다 / 동정 중의 동정이여 나를 버리지 마시고 함께 울게 하소서”
제7곡(Cavatina) : “Fac, ut portem Christi mortem” [소프라노Ⅱ]
안단테 그라치오소. 제2 소프라노가 부르는 카바티나로 제16절과 제17절이 노래된다. 평온한 목가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전주에 이어 소프라노가 다정한 선율을 감상적으로, 또 열정적으로 노래한다.
“예수의 죽음 수난을 마음 새겨 그 상처를 양모하게 하소서 / 예수의 거룩한 상처 나도 입어 그 성혈에 취하게 하옵소서”
제8곡(Aria e Coro) : “Inflammatus et accensus” [합창 & 소프라노Ⅰ]
안단테 마에스토소. 제1 소프라노의 아리아와 합창이 어우러지는 드라마틱한 곡으로, 강렬한 금관 합주를 앞세운 장엄한 전주에 이어 불안정한 리듬 위에서 소프라노가 제18절을 노래하면 합창이 같은 가사를 반복하고, 이어지는 제19절에서도 소프라노와 합창의 호응이 나타나며 음악은 더욱 극적으로 고조된다.
“정결한 성모 마리아 심판날 나를 지키어 영벌 면케 하소서 / 아 그리스도여 내 죽은 뒤 성모의 고통으로 인한 승리 기쁨 주소서”
제9곡(Quartetto) : “Quando corpus morietur” [무반주 합창 & 독창자들]
안단테. 무반주 합창과 독창자들이 한 데 어우러지는 곡으로 제20절을 가사로 하며 성부간 교대·응답의 효과가 두드러진다. 경건한 기도의 느낌과 잔잔하지만 깊숙한 애상감이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인상을 남기는 심오한 곡이다.
“예수여 육신 죽어도 영혼이 천당 영복을 누리게 하옵소서”
제10곡(Finale) : “Amen. In sempiterna saecula” [합창 & 독창자들]
알레그로 – 안단티노 모데라토. 로시니 풍의 싱싱하고 활기찬 느낌이 생동하는 피날레로서, 웅장한 2중 푸가에 기대어 극적인 고조를 이끌어내며 마친다.
“아멘. 세세에 무궁토록 영광 드리세”
유튜브를 뒤져보니 정명훈의 녹음 음원자료가 있어 링크를 걸어둔다.
다음 블러그가 개편된 후 이런 부분은 좀 과거보다 불편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https://www.youtube.com/watch?v=WPJB3vaXL20&list=RDWPJB3vaXL20&start_radio=1&t=0
'보고 듣고 느끼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반] Beethoven 바이올린 소나타집/ SZIGETI _ ARRAU (0) | 2021.04.13 |
---|---|
[음반] Schubert 피아노곡 음반/ Edwin Fischer (0) | 2021.04.11 |
[음반] 베토벤 교향곡 6번 (0) | 2020.08.21 |
[음반] 베토벤 후기 현악4중주곡 음반 (0) | 2020.06.17 |
[음반] 슈만 교향곡 4번 (0) | 2020.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