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이야기

태양초 건조방법

sunis 2018. 7. 20. 12:24

  햇볕과 바람에 의지해 건조시킨 고추를 태양초라고 한다.



  고추 건조법은 크게 건조기에 의한 방법과 햇볕에 의한 방법으로 나눈다. 

나는 처음 수확한 고추를 태양초로 만들기로 했다. 태양초를 만든다는 것이 말은 쉽지만 그 과정은 제법 번거롭고 까다롭다.

역시 초보자는 주위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왜냐? 아는게 없으니까......


  그런데 여기서 첫번째 난관에 봉착했다. 

각자의 태양초 건조법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시골에서는 자신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신의 권위가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받는것 같아서 난감해 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가장 큰 차이는 고추를 처음 비닐 하우스에 널어서 말릴 때, 찔것인가 말것인가이다.

한 분은 2일 정도 하우스를 밀폐하여 찐 후 말리라고 하고, 다른 한 분은 찌지 말고 그냥 말리라고 한다. 이럴 경우, 나는 급히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나름의 입장을 빨리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두 분의 말씀은 다 일장일단이 있고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즉 쪄야 한다는 주장은 고추가 고르게 잘 마르게 하기 위해서는 같은 조건에서 고추가 녹녹하게 골아져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하우스를 밀폐한채 고온상태에서 고추를 쪄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분의 주장은 고추를 찌게되면 색깔이 고와지지 않아서 고추가루의 색이 예뻐지지 않고 김치를 담가도 맛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인터넷으로 검색한 결과를 비교한 후, 내 나름의 건조방식을 결정했다.


  우선 고추를 수확할 때 잘 익은 고추를 선별해서 따는 것이고 그 고추를 따서는 마대에 넣은 상태로 차광망을 씌운 하우스에서 일조조건에 따라 1~2일 후숙을 시킨다. 즉 아무리 잘 익은 고추를 골라서 딴다고 해도 더러는 덜 익은 고추가 섞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고추가 바로 건조과정에 노출되기보다는 일정한 건조 조건에 적응하는 것도 필요할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후 고추를 역시 차광망을 씌운 하우스 안에 골고루 널어서 직사광선을 바로 쐬지 않은 채 역시 하루 정도 습기를 천천히 제거한다. 즉 나는 태양초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고추에게 가능한 한 스트레스를 덜 주는 방식을 택하기로 한것이다. 처음 마대에서 하우스에 고추를 풀어 놓으면 생각보다 많은 수분이 고추에 있는것을 느낄 수 있다. 즉 후숙 과정에서 고추가 발산하는 열기로 수분이 많아지는데 이런 수분을 은근한 일조 조건에서 바람에 하루 정도 천천히 건조시키는 것이다. 


  그런 다음, 고추를 고르고 평평하게 널어놓은 상태로 본격적인 건조작업을 시작한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난관에 처한 건조방식의 차이가 발생한다. 즉 고추를 하우스에서 찌는 방식과 그냥 태양광에 건조하는 방식의 차이다. 그 각각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고추를 건조할 때 먼저 쪄야 한다는 주장은 기상 조건이 태양과 바람에 완전하게 의존하여 고추를 완벽하게 건조하기 어렵다면, 우선 완전하게 밀폐된 하우스에서 5시간 정도(햇볕의 강도에 따라 6시간이 될 수도 있다) 고추를 녹녹하게 풀어주어야 하고 이때 하우스의 온도는 대략 60도 정도를 오가는데, 이런 상태를 겨치면 고추들이 모두 적당하게 숨을 죽이는 상태가 되고  이후 태양광에 의지해 고추를 어렵지 않게 건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방법은 고추를 건조기에 한 번 쪄내는 방법과 완벽하게 같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엄격하게 말하면 양건과 화건의 절충형태인 셈이다. 


  그런데 한가지 유념할것은 이런 찌는 과정을 2일 이상을 하게되면 건조속도는 빨라서 건조시간을 단축시킬 수는 있는 장점이 있지만, 사실상 건조기에서 건조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고추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태양초와 화건 고추의 차이점이 시각적으로 건조된 고추의 색깔에서 차이가 난다는 점인데, 색깔이 검은색에 가까울 수록 고추의 캡사이신 성분은 많이 손상되어 맛과 풍미가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일조량이 풍부한 조건이라면 굳이 밀폐된 하우스에서 고추를 찌는 과정을 거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즉 기상조건이 불규칙적이서 고추 건조시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면 부득이 밀폐된 하우스에서 고추를 찌는 과정을 거칠 수 있겠지만, 온전한 태양초를 만들고자 한다면 찌는 과정이 없이 고추를 건조하는 것이 진정한 태양초를 만드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이런 고추 건조방식은 고추위에 부직포를 씌워서 소위 고추의 때깔을 좋게 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을것 같다. 그래서 온전한 태양초는 일기를 완전하게 예상할 수 없는 만큼 그 생산량을 미리 가늠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후, 지금 처럼 태양이 작렬하는 고온건조한 때에는 햇별이 강렬한 12시에서 오후 3~4시까지는 비닐하우스의 차광만을 씌워서 고추가 강한 햇볕에 데이는 것을 방지하면서 대략 4~6일 정도 고추를 건조하는것이 좋다. 그런데 햇볕과 바람의 상태에 따라서 건조시간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데 아주 볕이 쨍하고 바람이 잘 부는 조건이면 1주일 정도에도 찌는 과정없이 태양초 건조는 가능하다고 본다. 나는 결국, 고추를 찌는 방식은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처음에는 의견이 다른 사람의 주장에 따라 한 나절 고추를 쪄낸 후 고추를 건조했는데, 이런 저런 정보를 종합한 결과 조금 더 조심스럽고 번거롭기는 하지만 찌는 과정이 없이 후숙과 그늘에서의 습기 제거 후 바로 태양에 건조하는 방식이 태양초 건조의 정석이라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고추 건조 과정을 요약하면, 

홍고추를 수확한 후, 1) 고추를 비닐 하우스에 고르게 펼쳐서 차광망을 씌워 직사광선을 피한 조건에서 2일 정도 정도 후숙 과정을 거친 다음, 2) 태양광과 바람에 의존해서 본격적으로 말리는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주의할 점은 태양광에서 고추를 말리는 과정에서 너무 햇빝이 강하고 더운 조건(폭염경보 발령 수준)이라면 일조량이 많고 자외선이 강한 12시에서 3시까지는 차광망을 덮어서 말리는 것이 좋을것 같다는 점이다.

즉, 태양초라고 하면, 태양광과 바람을 를 기반으로 한 천연 건조방식을 말하는데, 비닐 하우스로 된 건조장에서 고추를 말릴 때, 고추를 빨리 고루 말리기 위해서 하우스를 밀폐하여 찌는 방식을 거쳐 고추를 건조하게 되면 진정한 의미의 태양초라고 할 수는 없다는 점을 꼭 강조해 두고 싶다. 나는 건조장 하우스에 온도계를 설치해 두었는데, 건조장 측창과 앞뒷문을 모두 닫은 상태의 건조장 온도는 60도를 넘어가는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열풍 건조기의 고온 건조시의 온도에 맞먹는 온도인데, 이런 건조방식은 사실상 건조기에서 초벌로 건조를 한 후 태양광에 말리는 방식과 아무 차이가 없다는 점을 꼭 강조해 두고 싶다.  

 

나는 양건과 화건의 절충방식이 무조건 나쁜 방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절충방식으로 태양초와 똑같은 고추건조를 실현할 수 있고, 실질적으로 품질에도 차이가 없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그 사실을 분명하게 밝혀서 소비자가 자신이 소비하는 고추의 실질적인 상태를 분명하게 알고 선택하도록 하는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역설적으로 그 많은 시장에 풀린 태양초에 옥석이 섞여서 소비자에게 복불목으로 간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여담으로, 오늘 아침 건조된 고추를 아내와 함께 얇은 면수건으로 하나씩 닦고 있는데 고추장사가 방문을 해서 고추를 팔것인지 물었다. 부부가 함께 고추를 수집하러 다니는 모양인데, 내 고추의 상태를 넌지시 물어보니 고추의 품종도 좋은것 같고 건조상태도 흠잡을 곳이 없이 좋다고 한다. 그러니 아내는 궁금증을 못이겨서 고추시세를 물어본다. 당연히 고추 수집상은 한 푼이라도 적게 부를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는 높은 고추값을 불렀다. 얼핏 흘리듯이 한 말이 근당 1만원이라는 것인데, 거래가 흥정 단계에도 이르지 않은 상태임을 고려한다면 고추값이 예년에 비해서는 높다는 말이된다. 동네 분들에게 이런 사정을 이야기하니 작년의 경우, 초벌 고추는 근당 6천원 내외에 팔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동네 선배는 우리 고추는 1만원은 너무 아깝고 1만 2천원은 준다고 해야 팔것인지를 고려하라고 한다. 그러나 농산물 값은 고정된것이 아니고 그날 그날 수급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니 그 값을 내가 정해서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보다는 일단 처음으로 만들어낸 고추 상태가 나쁘지 않다는 말에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