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이야기

홍고추 첫 수확

sunis 2018. 7. 13. 08:53

어떤 일이든 첫번째는 각별한 의미가 있는 법이다. 


2018년 4월 17일 비닐하우스에 정식한 고추를 2018년 7월 12일 첫번째 수확했다.

처음이라 궁금해서 그 수량을 계량한 바, 100kg정도의 고추를 수확했다. 상태가 불량한 것들, 일명 희나리라고 하는 불완전한 고추는 제외하고 깔끔한 고추만을 수확한 것이니, 200평 비닐하우스에서 1,100주 정도를 정식한 곳에서 나온 첫번째 고추로는 적지는 않은 양인것 같다. 


이 고추를 태양초로 건조하기 위해서는 먼저 적절한 건조장을 만들어야 했다.

아내와 함께 건조장 바닥에 비닐를 깔고 그 위에 제습과 통풍을 위해서 마른 볏짚을 꼼꼼하게 덮었다. 

그리고 그 볏짚위로 새로 산 방초망을 덮고 그 위에 다시 촘촘한 그물망을 덮었다. 옆집 아주머니가 건조장을 둘러보면서 웃으며 한마디 한다. "오매 건조장에서 잠을 자도 되겠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직사광선을 차단할 수 있는 차광망을 비닐하우스 건조장 위에 덮어 고추 수확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그리고는 아내와 함께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고추를 수확했는데 모든 일이 익숙하지 않으면 힘이 들고 더딘 법이다. 그래도 생애 처음으로 거두는 농작물이라는 가벼운 흥분속에서 고단함을 견디고 100kg정도의 홍고추를 수확할 수 있었다. 주변의 친지들이 너도 나도 우리가 생산한 고추를 소비해 주마고 예약을 해주었기에 우리는 고추를 더 꼼꼼하게 추려서 수확했다. 마을 분들은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아까운 고추를 왜 버리느냐고 한다. 좀 시원찮은 고추도 말려두면 희나리로 고추 장사에게 돈을 받고 팔 수 있으니 웬만하면 다 거두어서 건조하라고 한다. 좀 번거롭기는 하지만 나는 내 방식대로 일단을 깨끗한 고추만 수확해서 건조하기로 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그렇게 해야 내 마음이 편한것 같기에 그럴 뿐이다. 그래도 슬쩍 섞어서 버리지 않은 성하지 않은 고추가 보이기는 한다. 그 고추는 따로 한쪽에 격리해서 치워 두었다. 





이 홍고추가 잘 건조되면 건고추가 얼마나 생산될지는 모르겠다. 

건조기도 있기는 한데, 마을 분들이 날씨가 불량하지 않으면 태양초로 건조할것을 권한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고추 건조법을 알아보니 건조하기 편리하기는 열풍건조 방식인것 같다. 나는 얼마 되지 않는 작은 규모의 고추농사이기에 역시 자연건조법을 우선 적용하여 태양초를 만들기로 예정한다. 이후 일기가 불순해서 자연건조방식이 불편한 상황이 오면 건조기를 사용해야하겠지만....

그런데 자연건조와 열풍건조는 일장일단이 있는것 같다. 고추의 맛과 품질이라는 면에서는 월등하게 자연건조방식의 태양초가 우월하지만, 위생적인 측면 즉 세척고추는 자연건조 방식으로는 어려움이 있단다. 즉 하늘의 빛과 자연의 바람에 건조를 의존하는 탓에 일기가 예상에 맞지 않으면 고추가 물러버리는 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열풍건조의 경우 건조 조건을 처음부터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고추를 세척하여 건조기에 넣고 건조시키면 그만이기에 <청결고추> 또는 <세척고추>라는 이름으로 상품화시키기 이로운 점이 있다. 그렇다면 자연건조 태양초는 그냥 말려서 상품화시키느냐? 그건 또 아닌것 같다. 아내의 말에 의하면 고추를 일일이 행주로 닦아주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한다. 결국 고추의 본래적인 품질이 중요한 태양초는 생산자가 직접 세척 후 건조할 수 없기에 소비자가 일일히 건고추를 닦아내야 고추 외피에 묻은 먼지와 이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나는 처음하는 고추농사인지라 건고추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도 고추를 닦아서 보낼 예정이지만, 혹시나 깔끔한 성격인 분들은 한 번 더 고추를 닦아내야 될 것이다. 물론 고추가루를 만들어 달라는 사람들에게는 직접 꼼꼼하게 닦아서 고추가루를 빻아야 하겠고...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어느블로그에선가 세척한 청결 태양초를 만들어서 통신판매를 하고 있었는데, 그 비법이 무척 궁금해서 마을 선배들에세 물어본 바, 한 줌 정도의 작은 양은 그렇게 해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판매할 정도의 수량이면 그렇게 고추를 물에 적신 후에 말릴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마도 한 번 건조기에서 쪄낸 후, 건조장에서 말린 고추를 그렇게 말한것이 아니겠냐고 한다. 더 좋지 못한 농민들 중에는 그런 고추를 태양초와 같이 만들기 위해서 꼭지 변색기법까지 사용한다고 한다. 어디고 돈이 오가는 곳에는 좀 더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 이런 저런 기발한 꼼수가 생겨나게 마련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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