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농사일은 손을 대기 시작하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면이 있다.
2주넘게 텃밭용 하우스의 철 지난 작물을 제거하고 밭을 만들다가 드디어 어제 배추 모종을 밭에 심고 무도 파종을 했다.
애초에 배추는 100포기를 심을 예정이었지만 우리가 기른 모종이 벌레의 침입으로 절반정도 쓸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되자 아랫집에서 모종 한 판을 지원해주면서 빨리 밭에 심으라고 채근해서 어제 오후 아랫집 아주머니와 아내가 배추와 무를 심었다. 배추는 대략 150포기 정도 될것 같다. 물론 우리가 기르던 배추 모종 중 벌레가 침입해서 온전하게 자라기 힘든 것들은 모두 제거하고 흰색 밀가루 같은 가루약을 뿌려서 나중에 심기로 한 것이 50여 포기가 되니 대략 200포기 정도의 배추를 심은 것이다. 우리가 먹을 것만 생각하면 처제네 김장용까지 합쳐서 50여 포기면 충분하지만 좀 많이 심게 되었다. 아랫집을 포함해서 동네사람들과 나누어 먹으면 될것이다. 한 켠에는 아내가 시금치와 갓도 심었고 밭 주변 하우스 주변에는 쪽파와 감자도 일부 심었다.
시골생활의 즐거움 또는 보람은 작물을 심는데서 시작되는것 같다.
내 노동과 정성이 들어간 행위에 대한 기대가 작물과 함께 심겨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른 배추와 무, 그리고 올 여름 나름 분투하면서 기르고 수확해서 보관해 둔 고추가루로 올 가을 김장을 담글 수 있을 것이다. 작년에는 10월 말에 이사를 온 탓에 김장감은 모두 남의 것으로 충당해야 했다. 그나마 배추와 무도 대량으로 계약 재배해서 출하한 밭에 남은 것들로 부족함 없이 김장을 하고 한 겨울 내내 배추와 무를 부족함 없이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올 해는 우리가 직접 재배하고 수확한 무, 배추와 고추 가루로 김장을 담글 수 있다고 생각하니 1년의 시골 생활이 남들의 눈에는 대단할 것이 없을 지라도 우리 부부에게는 나름 보람있는 1년 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배우와 무 등을 잘 기르는 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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