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하다보면,
누구에게나 있다는 일,
즉 모종을 키우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내게 일어났다.
고추모가 잎이 오글오글하더니 그 잎에 짙은 반점이 지저분하게 생기면서 생육이 부진해졌다.
무슨 일이 잘못된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서 이리저리 찾아보니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TSWV)에 의한 병증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주변에 오랜기간 농사를 짓던 사람들에게 문의해도 딱히 병증을 명확하게 진단하는 사람은 없었다.
혹자는 역병이라고도 하고, 혹자는 꼬부랑병이라고도 하고, 또 혹자는 약해일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던 중 농업기술센터 직원에게 문의하니 직접 우리집에 와서 고추모를 보더니 나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
나는 아직 그 고추모를 폐기하지 않고 열씸히 기르고 있다.
그것을 활용할 방도를 찾으려는 심산이 아니다.
이런 병증의 진전상황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그냥 남들처럼 정성껏 병든 모종을 키우고 있다.
물론 임박한 정식에 대비해서 주변의 멀쩡한 모종을 수배해 두었다.
처음에는 이런 상황에 기분이 상하고 심란했는데,
병든 고추모종을 계속 키우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언젠가는 겪어야 할 실패의 경험을 좀 일찍 맞은 것이고,
아직 내가 농사 규모를 크게 늘리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한 것이다.
나는 나름 매우 빨리 내가 처한 난관을 낙관적으로 해석하고 적응하는 능력(?)이 있는것 같다.
즉 속을 썩여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면, 그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다음에 할 일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그동안 내가 틈틈이 병증이 있는 고추모를 골라서 제거하면서 사진으로 남긴 것들을 이곳에 남겨 훗날의 경계감으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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