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도 고추모종 재배가 실패로 끝난 이야기는 이전에 남겼다.
주변에서는 추려서 쓸 수도 있을것 같다고 하지만, 그건 남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병증이 의심스러운 고추모종을 본밭에 정식하는 것은 대단한 모험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약 3개월 가까이 파종에서 이식을 거쳐 나름 신경을 써서 키우던 고추모종을 일거에 폐기하는 결정은 묘한 씁쓸함을 남겼다. 그러나 대단한 실망감을 느낀 수준은 아니었다. 이것도 또한 농사를 배워가는 과정에서 거쳐야 할 일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선은 아래집 선배의 집에서 온전한 모종 500주 정도를 사기로 했다. 마침 그 집에서 금년에 시험삼아 건조장으로 사용하던 비닐하우스에 고추를 일부 정식한 후이고, 고추모종에 여유가 있다고 해서 매운맛이 강한 <강력대통>을 500주 정도 구해서 2020년 4월 10일 첫번째 하우스에 정식을 했다. 나머지 2개동의 하우스에 정식할 고추모가 시급하게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장에게 문의를 했다. 일전에 이장 친구들과의 산행 후 식사자리에서 3인이 모두 고추를 제법 큰 규모로 심을것이란 말을 들은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이장에게 고추모를 친구중의 한분에게 1,000주 정도 구할 수 있는지 물어봐 달라고 했는데, 이장은 고추모를 넉넉하게 기르는 친구 1인에게 부탁을 하니 가능하다고 한다는 말을 전해왔다. 단, 그 집의 고추모종을 정식한 후에나 고추모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고추모종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자가육묘 후 자기 밭에 심을 목적으로 심은 사람의 고추모를 그 집 본밭에 정식도 하기 전에 가져오는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것 같다.
그 고추모를 2020년 4월 17일 이장이 직접 받아왔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상황이고, 또 마침 아내가 팔목수술을 한 부위의 실밥을 제거하는 병원일정도 있었기에 우선은 정식할 본밭에 고추모를 옮겨놓고 다음날 정식하기로 했다. 그 고추모의 정식을 오늘 마쳤다.
그러니까 4월 10일에 1차 정식한 고추모와 4월 18일 정식한 고추모가 본밭에 나뉘어 심은 것이다.
고추 농사는 본밭에 정식을 하는 과정까지가 대략 농사의 절반이 아닐까 생각된다.
고추모종의 육묘기간이 100일에 가까울 정도로 길기에 그런 생각도 무리는 아닌것 같다.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정식을 마친 금년 고추, 열씸히 정성껏 잘 기르는 일만 남았다.
작년에는 대략 2,500주 정도의 고추모를 정식해서 재배했는데, 초반에 진딧물의 피해로 인해서 대략 500주 정도의 고추모를 밭에서 뽑아서 제거한 일이 있었다. 4줄 이랑의 밭을 만들면, 정식하는 과정에서는 느낄 수 없지만 고추모종이 점차 자라면서 수확기에 이르면 V자형의 지주대를 설치하여 고추를 유인한 상황에서는 고랑의 넓이가 좁아져서 방제작업도 힘들고 수확하는 것도 불편했다. 그래서 금년에는 모든 밭을 3개의 이랑만 만들어서 넓은 고랑을 유지하기로 했다. 고추모는 대략 지난해에 비해서 1,000주 가량 적은 양을 심은 상황이지만 전년도에 대략 500주 정도의 고추모를 작기 초반에 뽑아버린 상황과 수확기 끝까지 고랑이 좁아서 힘들었던 기억을 돌이켜 보면 애초에 마음을 좀 비우고 넉넉하게 고추모를 심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금년의 수확량은 대략 건고추로 1,500근 정도를 목표로 예상한다.
4월 10일 1차 정식한 고추모, 뿌리가 본밭에 제대로 자리잡은 탄탄한 모습이다.
오늘(4월 18일) 나머지 2개동 하우스에 정식한 고추모, 금년은 고랑을 넓게 3줄만 고추를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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