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이야기

2020, 미친 고추가격 (2)

sunis 2020. 8. 21. 13:42

오늘 고추 수집상이 동네를 다니면서 고추를 사려고 매수가를 부르는 모습, 그리고 인터넷 상에서 판매되는 고추가루 가격과 유튜브를 통해서 접한 시장 정보를 통해서 고추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고추를 판매하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것을 느꼈다. 말리지 않은 생고추 40kg은 여전히 20만원에 거래가 된다. 그런데, 인터넷을 검색하다보면 고추를 말린 건고추나 또는 고추가루가 오히려 생고추 보다 싼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생고추 40kg를 말려서 소위 희나리라고 하는 건조중 상태가 좋지 못한 고추를 추려내면 대략 건고추 10근 정도가 나온다고 봐야 한다(통상 생고추 1관, 즉 3.75kg을 건조하면 건고추 1근, 600g이 나온다고 한다). 그러니 생고추가 40kg에 20만원이라는 말은 적어도 건고추는 근당 2만원이 넘어야 정상이라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유통되는 고추가루가 1kg에 3만원대의 가격으로 팔린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가격이다. 물론 비교적 신뢰성이 높은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는 상품을 표시할 때 2018년산, 2019년산 등으로 해당 상품이 햇고추가 아님을 아주 작게 나마 표시하기는 한다. 그러나 그런 표시가 모호하거나 없는 것은 상식적으로 금년도에 수확한 생고추를 건조하여 고추가루로 가공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우연히 유튜브 상에서 고추장의 시세를 알아보는 게시물을 보다 보니 건고추 한 근에 2만 2천원이라는 가격을 부르는데, 그 옆에서 생고추는 여전히 40kg에 20만원을 부른다. 그러니까 생고추를 건조한 고추의 가격이 약 10%가량 비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가격은 나름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화면에 비추어진 고추의 상태를 보니 건고추가 빛깔도 탁하고 건과의 형상도 매우 쪼글쪼글한 것이 금년도 고추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 고추를 장에 내놓고 파는 사람이 아마도 농부는 아닐 것이라고 본다. 나름 고추 농사를 지어서 고추를 건조하고 또 건조한 고추를 보관하고 또 고추가루를 내는 일을 해 본 입장에서는 고추의 건조된 상태를 보면 그 빛깔과 광택도 그리고 건조된 과의 매끄러운 정도를 통해서 햇고추인지 묵은 고추인지는 대략 가늠이 된다. 금년의 경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중국에서 고추를 수입하기도 어렵고 또 중국 자체가 큰 수해로 농업 부분의 타격이 크기 때문에 수출할 물량도 없는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현재 시중에는 햇고추와 작년도 또는 그 이전 년도에 생산된 묵은 고추가 뒤섞여서 판매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막연하게 고추가 없다고 해서 장에가서 값을 묻고 더 이상 오르기 전에 사두자는 성급한 마음을 버리고 천천히 고추를 사라고 말하고 싶다.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벗어난 정도가 클 수록 정상적인 상품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농촌에서 고추를 사러 다니는 수집상은 농민들에게는 날씨가 좋아져서 건고추가 쏟아져 나온다면서 고추 매입가를 낮추어서 부르는 실정이다. 그런데 실제로 시장에서는 그와 괴리가 있는 가격이 형성되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어차피 농민들은 농산물 유통업자들에게 이리저리 뜯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처지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한 것은 피해야 한다. 농민의 입장에서도 가능하면 유통업자에게 넘기는 가격보다 약간 높은 가격으로 물건을 잘 관리해서 상품성을 높인 후 친지들을 통해서 직거래로 판매하는 방식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는 인터넷으로 고추나 고추가루를 구입할 때 가격만을 볼 것이 아니라 상품 정보를 꼼꼼하게 살펴서 소위 바가지를 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오늘 옆집 건고추를 사러 온 고추 수집상은 건고추 값을 1근당 1만 5천원을 주겠다고 하는 것을 봤다. 그런데 정작 장에서 생고추 40kg을 20만원에 판다면, 그 수집상은 생고추 보다 싸게 건고추를 사서 폭리를 취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생고추가 판매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즉 건고추를 믿을 수 없는 소비자는 따로 생고추를 사서 자기가 직접 고추를 말려서 먹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직하지 못한 농산물 유통 실태는 정리가 되어야 한다. 그것을 정부가 해줄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농협이 앞장서서 해주기를 기대하기도 난망한 실정이다. 농민들이 농사를 잘 지어서 상품화 단계에서 상품성 있는 농산물을 만들고 가능하면 정직하게 시장가격을 참고한 적정한 가격으로 소비자와 직거래를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농민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올 해 고추가루 1근(500g)에 23,000원의 가격을 책정했다. 우리 고추가루를 먹는 사람들은 가족과 그 가족의 친지들이므로 고추 가격이 올랐다고 고추가루 가격을 함게 높여 받기가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년의 경우 고추가루 가격을 18,000을 받은 것에 비하면 나름 오른 고추가격을 반영한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농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 홍고추 위탁판매  (0) 2020.10.27
2020, 텃밭 마늘파종  (0) 2020.10.06
2020, 미친 고추 가격  (0) 2020.08.14
2020, 고추세척건조 (2)  (0) 2020.08.01
캡사이신의 효능  (0) 2020.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