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원에서 재배하는 2물에서 4물까지 고추는 대부분 고추가루용으로 저온저장고에 보관하여 고추가루를 만든다. 그 이후 8월 하순부터 수확하는 고추를 수집상에게 판매하는데, 금년은 장마가 길어지는 바람에 첫물고추와 2물 고추와 3물 고추 중 수확 후 건조기간에 일기가 불순하여 화건이 불가피한 고추들은 일부 수집상에게 판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고추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비싸다. 첫물고추는 비오는 틈틈히 간신히 양건으로 말리기는 했는데 고추 상태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8월 2일에 근(600g)당 1만원을 받고 100근을 팔았다. 이 정도면 금년도 고추값이 나쁘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고추 수집상들이 찾아와서 건조장에 널어놓은 고추를 보고는 고추시세를 부른다. 결국 세척한 후 건조기에서 물기를 말려서 날이 좋은날 건조한 고추는 꼭지를 따서 저온저장고에 보관하고 있고, 그외 세척한 후 화건으로 건조해서 저장했던 고추 110근을 근당 2만원을 받고 오늘 판매했다. 보통 1만8천원 내외로 가격을 부르는데 우리 고추의 경우 세척을 해서 광택이 좋은 관계로 1만 9천원을 주겠다고 했는데 아내가 흥정(?)을 해서 2만원을 받아낸 것이다. 이게 농사지어 판매한 사람으로는 얼핏 기쁜일일 수 있지만 정상에서 벗어난 정도가 크면 그리 기뻐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즉 고추 농사를 힘들게 지어서 수확한 것을 판매하는 사람의 입장도 있지만 녹녹치 않은 빠듯한 살림살이를 살아내야 하는 주부들의 입장에서는 양념의 기본인 고추가격이 너무 비싸면 마음에 시름이 쌓이지 않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떤이는 홍고추 40kg을 담은 포대 하나에 20만원을 부르는 사람도 보았다. 40kg의 홍고추를 말리면 그 중 건조상태가 좋지 못한 고추를 추리고 해서 대략 건고추 10근 정도가 나올 것인데, 그렇다면 건고추 2만원 이상의 가격을 부르는 것이었다. 그 사람은 직접 농사지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고추를 수확해서 건조하는 과정의 어려움과 고단함을 빼고서 홍고추를 그 가격을 부르는 것은 선량한 농부의 마음이라고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늘 세상사에서 평균에서 벗어난 편차가 큰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평균이라는 것이 일상사의 다른 측면에서는 상식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금년도 건고추 가격이 시간이 가면서 좀 진정되기를 기대한다. 농사 지은 사람들이 건고추 가격이 더 오를 것을 기대하면서 고추를 내지 않는 것 같은데 그 판단과 그에 따른 결과야 본인의 선택에 따를 일이지만 농산물은 농사 지은 사람외에 그 농산물을 먹을 사람의 존재를 전제하고서 판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금년도에도 우리집에서 말린 고추로 가공한 고추가루를 먹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족과 친지들이다. 그들에게 판매하는 고추가루는 대략 500근 내외인데, 그 정도의 고추는 예년과 같은 가격으로 판매할 생각이다. 그외 수집상에게 판매하는 건고추는 시세대로 판매할 수밖에는 없지만 적정한 가격이 형성되어서 농사지은 사람이나 그것을 사먹는 사람이나 서로 부담이 가지 않는 가격이 유지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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