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홍고추 20KG을 농협유통센터를 통해서 서울공판장으로 올려 보냈다.
그동안 생각은 있었지만 적정한 포장방법이 없었고 또 주변에 홍고추를 출하하는 사람이 없어 홍고추를 판매할 수 없었는데, 아내가 식초교육을 받는 곳에서 함께 교육을 받는 사람이 마침 자기집에 사용하지 않는 고추포장 박스를 줄 테니 홍고추를 출하해 보라고 해서 어제 고추를 수확해서 10KG씩 2개 박스를 농협유통센터에 가지고 갔다.
사실 건고추를 생산할 목적으로 고추를 재배하고 그를 통해서 서울의 친지와 주변 사람들에게 고추가루를 보내면서 작으나마 농사물을 생산하는 입장에서 시골 생활을 하다 보니, 농산물 유통의 폐쇄성으로 인해서 답답한 일이 여러 부분에서 느껴졌었다. 그러니까 추석이 지나서 수확하게 되는 고추는 말려서 판매해도 추석전과는 가격 차이가 크다. 대개 고추 수집상들은 추석전에 고추를 대량으로 수매하고 그 시기가 건고추의 품질과 가격이 가장 좋은 법이다. 그러나 나와 같이 비닐하우스에서 비가림으로 고추를 재배하는 사람은 사실상 추석 이후에도 추석 전과 못지 않은 품질의 상당한 고추 생산량이 이어지는데 같은 고추를 고추 수집상이 제시하는 헐한 값에 팔아서 생산량을 소진시켜야 하는 답답함이 있었다. 그런데 그 시기에 홍고추를 박스에 포장하여 출하하면 건고추보다 가격이 높아서 유리한 것은 알았는데 이것이 그리 잘 홍보가 되지 않고 무엇보다 적정한 포장박스는 작목반을 중심으로 공동으로 제작하여 자기들끼리 나누어 사용하는 관계로 홍고추를 개인이 공판장에 출하하는 것은 어려웠던 것이다. 주변에 방법을 문의해도 시원스럽게 대답을 해 주는 사람이 없기도 했다.
운반비(박스당 1천원)에 위탁판매 수수료(4%)를 제외한 금액이 정산되어 계좌로 입금된다고 하니 그야 말로 시세에 따라 내 농산품의 품질의 평가에 따른 가격을 받는 방식이라 누구를 탓하고 원망할 필요도 없는 매우 편리한 방식이다. 아직 정산이 되지 않아서 고추가격이 좋았는지 내 고추의 품질이 어떻게 평가되었는지는 알지 못하나 시골 이사 3년만에 이런 방식도 알아가면서 시골살이의 방법을 하나씩 더 배워가는 중이다. 서둘러 고추를 농협유통센터에 가지고 가서 이것 저것 궁금한 것을 묻는 과정에서 포장한 홍고추 박스를 사진으로 남기는 것을 잊었다.
서울 가락동 청과물 시장에서 밤 12시가 다 되어서 전화를 받았다.
홍고추 경매가격이 결정되었는데 가격이 예상보다 적게 나왔을것 같아서 전화를 했다고 한다. 즉 홍고추를 수확해서 선별할 때 과가 단단하고 크기가 일정해야 하는데 우리가 올려 보낸 고추는 선별에 미흡함이 있어 크기가 균일하지 않고 또 과실 중 일부는 무른 과실이 있어 가격이 10KG에 55,000원으로 낮게 결정되었다고 알려준 것이다. 전화를 준 청과물 도매상인도 고추 선별과 포장이 좀 미심쩍었는지 고추 농사를 얼마나 지었는지 물었다. 이번에 홍고추는 처음 출하해 본것이라고 하니 친절하게 상품성을 높이는 방법을 알려준다. 가격이 예상보다 낮게 나왔지만 홍고추 4KG을 건조해야 건고추 1근이 나오는 셈이니 20KG이면 대략 5근 정도의 건고추가 나올 것인데, 20KG의 홍고추가 11만원의 가격이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건고추 1근당 2만원 정도의 가격을 고추 말리는 수고를 하지 않고 받은 셈이다.
경험이 없어서 고추를 성급하게 따다 보니 선별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금년에 다시 홍고추를 한 번 정도 더 출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일을 경험 삼아 내년에는 조금 이르게 홍고추를 잘 선별하여 출하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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