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로 아내와 둘이서 고추밭 이랑과 고랑을 정리하는 일을 마무리 했다. 그러니까 고추 정식 1주일 전에 이랑의 비닐 멀칭을 완료한 것이다. 늘 그렇듯이 우리집 밭 일은 효율보다는 다소 미련하고 답답해 보이는 꼼꼼함이 먼저다. 즉, 곱게 트랙터로 로타리를 친 밭에는 입제로 된 살충제와 살균제를 산포해야 하고, 붕소도 산포한 뒤 관리기로 고랑을 가른다. 여기서 부터 우리집 밭일의 고단함은 시작된다. 관리가가 만든 골을 일일히 삽으로 간격을 조정하고 쇠스랑으로 흙을 긁어 모으면서 이랑을 만드는 일도 아내와 함께 일을 한다해도 사실상 그 일은 내가 혼자 온전하게 해 내야 하는 일이니 허리가 아프게 하는 삽질이 대략 2일은 걸린다. 다음으로는 점적 테이프를 설치하는 일인데, 80M길이의 밭과 60M길이의 밭에 각각 이랑을 3개씩 만들어도 3개의 비닐 하우스에 18줄의 점적 테이프를 설치해야 한다. 이 일은 통수실험을 거치면서 연결부위의 누수도 확인해야 하고 또 비닐을 덮기 전에 가지런히 점적 테이프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흐트러짐 없이 줄을 곧게 이루어야 하므로 매우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이 일에도 나의 느린 손과 미련한 꼼꼼함은 2일이 소요되었다. 마지막으로는 110cm폭의 40cm간격 유공 비닐로 이랑을 멀칭해야 하는데 이 일에는 아내의 도움이 없으면 일이 진행될 수 없다. 즉 2줄의 점적 테이프위로 유공 비닐을 운전하면서 좌우에서 흙으로 비닐 가장자리를 마무리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노지 같은 경우에는 공간의 여유가 있으면 듬성 듬성 괭이로 흙을 돋우서 비닐이 날리지 않게 한 후 관리기에 구글기를 달고 고랑을 이동하면 자연스럽게 흙이 좌우로 날리면서 멀칭비닐이 깔끔하게 정리가 된다. 그런데 우리 하우스는 관리기가 왕복작업을 할 여유 공간이 없으므로 아내와 일일이 손에 괭이를 들고 흙을 거두어 비닐을 마무리 해주어야 한다. 이 일에 또 2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외부에서 우리가 일하는 모습을 보는 마을 사람들의 반응은 늘 같다. 답답하고 미련스럽게 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꼼꼼하게 이랑을 안만들어도 하우스안에는 바람이나 비의 피해가 없어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데 손가락 하나 들어갈 틈도 없이 비닐의 좌우를 흙으로 마무리 하는 것이 쓸데 없는 짓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밭 주인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문제이므로 남들이 아무리 무어라해도 내 밭의 만듬새는 우선 내 마음에 찜찜함이 없어야 마음이 놓인다. 그러니까 우리 고추밭은 최종 로타리 작업이 끝나고도 정식 준비를 위한 밭 만들기에 대략 1주일 남짓한 시간이 더 필요한 셈이다. 그러나 고단함 속에서도 올 해도 역시 그 일을 나는 아내와 둘이서 묵묵히 해 냈다. 폭 6m 비닐하우스에 이랑을 3개만 만들어서 고추를 정식하면 초기에는 좀 썰렁한 느낌이 들어 4개 이랑을 만드는게 좋을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고추가 점점 자라서 수확을 할 때가 되면 6m폭 하우스에 이랑 3개가 적정함을 알 수 있다.
'농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 고추 정식 (0) | 2021.04.17 |
---|---|
2021, 오디 방제, 1 차(2021. 4. 6) / 2차 (2021. 4.14) (0) | 2021.04.11 |
2021, 고추밭 만들기 (2) (0) | 2021.04.01 |
2021, 고추밭 만들기 (1) (0) | 2021.03.26 |
2021, 고추모종 구입 (0) | 2021.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