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이야기

2021, 고추 건조

sunis 2021. 7. 22. 09:15

장마비가 그치고 7월 13일 부터 고추를 수확하기 시작했다. 

대체로 첫물 고추는 건고추로 별로 인기가 없다. 그래서 늘상 건고추를 말려서 수집상에게 첫물고추를 판매할 때는 좋은 값을 받기 어렵다. 대체로 이런 저런 트집을 잡으면서 고추값을 깎으려고하고 고추 작황이 좋아서 가격이 좋지 않다는 둥 말이 많다. 그런일로 수집상들과 신경전을 벌이는것이 귀찮아서 금년부터는 첫물고추 부터 선별을 하여 10KG박스에 포장한 후 가락동 시장에 경매를 붙였다. 홍고추값은 전문으로 잘하는 사람은 8만원 정도도 받는 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는 4만원대의 가격으로 홍고추를 판매했다. 경매 수수료가 4%이고, 서울로 홍고추를 갖고가는 운임이 박스당 1,000원, 그리고 이곳 농협에서 출하를 관리하는 수수료가 0.45%다. 그래도 전국에서 모인 고추들을 놓고 시장성을 놓고 가격이 결정되는 방식이라는 면에서 가격을 잘 받고 못 받고를 떠나서 그 결과에 대한 큰 불만은 없다. 즉 서로가 맞상대를 하면서 상대방의 정보 부족이나 궁박에 편승해서 일방이 약탈적인 거래를 통해 불균형한 이익을 갈취하는 형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150KG 정도의 홍고추를 경매로 판매하고, 남은 고추들은 건조를 했다. 

 

우리가 고추를 건조하는 방식은 이제 일정한 패턴을 이루었다.

제일 먼저 가장 잘 익은 고추를 수확하여 모양이 고르고 크기가 일정한 홍고추를 10KG박스에 포장을 한 후, 크기가 좀 많이 크거나 모양이 굽은 고추들은 일당 그물방 포대에 넣어서 차광막을 친 건조장에서 2일 정도 숙성을 시킨다. 아무리 잘 익은 고추를 따더라도 따고 나면 한쪽에 아직 완전히 익지 않아서 거뭇거뭇한 흔적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2일 정도 그늘에서 숙성을 시킨 홍고추는 세척을 한다. 이 과정은 사실 좀 많이 번거롭지만, 작년 부터 세척을 하고 나서부터는 세척을 하지 않고 고추를 말릴 수가 없었다. 첫번째 세척한 고추에서 나온 물은 각종 미세먼지와 농약의 잔류성분등이 씻겨서 눈으로 고추열매를 볼 때 예상하지 못했던 탁한 물을 만드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초벌 세척을 한 후 다시 흐르는 물에서 재벌 세척을 하고, 이것을 10KG 정도가 들어가는 작은 컨테이너 박스에 담아서 다시 호스로 물을 분사하여 3차 세척을 한 후 물기가 남은 고추를 40도에서 45도 정도의 온풍으로 5시간 내지 10시간 정도 건조시킨다. 이것은 세척한 고추 표면에 묻은 수분을 건조하는 것으로 다음날 아침에 표면에 물기가 제거된 고추를 다시 건조장으로 옮겨서 펼쳐준다. 우리의 건조장은 비닐하우스 바닥에 볏집을 깔아주기 때문에 비가 와서 수분이 바닥에 스며들어도 대부분의 습기가 직접 고추에 이르는 것을 차단해 준다. 이곳에서 세척을 한 후 표면의 수분을 제거한 홍고추를 태양광과 바람으로 자연 건조를 시키는 것이다.

 

 

 

잘익은 고추를 수확하고 이것을 세척을 하여 건조장에 널어 놓으면 고추의 색감이 매우 맑고 투명한 진홍색을 띤다. 전기 온풍 건조기에서 밤새 표면의 물기를 말린 고추를 건조장에 내려 놓으면, 아내는 이 고추들을 골고루 건조장에 펼쳐 놓는다. 그러면 투명한 진홍색을 띈 고추들은 점차 햇볕과 바람에 수분이 건조되면서 짙은 색으로 변색이 되는데, 이 자연광으로 건조하는 동안에는 고추를 이리 저리 뒤집어 주는 과정이 또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최종적으로 건조된 고추의 빛깔이 고르게 짙은 와인색에 가깝워지기 때문이다.  이런 고추 뒤집기 작업을 게을리 하면 소위 고추가 타서 검은색에 가까워지고 또 건조된 각각의 고추의 색깔이 고르지 않게도 된다. 이제 2물 고추부터는 본격적인 건조 작업을 통해서 서울의 가족과 친지들이 올 해 먹을 고추가루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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