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라는 말이 농사를 짓는 입장에서는 실감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시골에 이사온 후, 기후가 예년과 달라 수십년 농사를 짓던 분들이 애를 먹는 경우를 자주 본다. 즉, 자신의 경험에서 벗어난 기후조건에 따른 상황 변화에 난감해 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본다. 지난해 나는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를 떨어뜨릴 목적으로 비닐하우스에 차광막을 설치한 경험이 있다. 그것도 사실은 선진농가의 고추 마이스터를 방문해서 얻은 조언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35%차광막은 구하기 힘들다. 그리고 그것도 고추농사를 하는 입장에서 하우스 반원부 지붕 전체를 덮는게 아니라 햇빛이 하우스 중앙에 들어올 수 있는 각도를 맞추기 위해서는 6m폭 비닐 하우스의 11m 정도 되는 지상부폭 중 최상단부에 폭 4m짜리 차광막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런 규격을 맞추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 고창에서는 내가 원하는 차광막을 구할 수 없었고 강경의 농자재상을 통해서 따로 규격에 맞추어 주문하여 7월에야 차광막을 설치했던 일을 작년에 이곳 불로그에 포스팅한 사실이 있다.
그런데 5월 마지막날에 이르러 빛의 강도와 최고 온도와 최저 온도의 변화폭을 확인하니 낮에는 강한 햇빛을 차단하여 비닐하우스 온도를 다소 떨어뜨리는것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녁에는 15도 내외의 저온으로 측장을 거의 내려주어야 하는 상황이고 보면 노지에서 자라는 고추들이 받을 스트레스는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것임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올 해 유난히 고추를 많이 심은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런 급작스런 기후 변화에 대한 대비들이 철저하지 않다면 기대에 비해 그 결실이 좋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무튼 일조량이 많고 자외선이 강한 기후 조건에 대한 나름의 판단으로 나는 좀 일찍 차광막을 오늘 좀 서둘러서 설치했다. 작년에 비해서는 매우 빠르다. 작년에는 차광막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부득이 7월에야 설치했지만 정상적이라면 6월 초순경에는 차광막을 설치했어야 했다. 이런 저런 사유로 오늘 아침에는 관수 주기를 좀 단축해서 5일만에 다시 물을 주었고 물을 주는김에 불가사리액비도 함께 관주해 주었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것을 실감하게 된다.
차광막 설치와 관련하여 보충적인 내용을 추가한다.
농업관련 연구 논문을 검토한 결과 고추 낙화의 주요 요인으로는 저일조와 고온의 조건이 지목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때 저일조란 광량이 부족한 경우를 말하는데 이 때는 식물체내에 에틸렌 발생이 증가하고 이는 화아기관에 작용하여 낙화를 초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비가 오랜 기간 계속되어 고추에 일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면 고추 결실이 부실해지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이다. 그리고 고온의 경우에도 당연히 꽃눈이 낙화하는 경우가 심한데 이는 건조 상태와 맞물려서 칼슘이 부족해지고 전반적인 양분의 흡수가 저조한 결과 작물이 스스로 생식 생장을 위축시키는 자기 보호반응의 결과라고 보면 된다. 즉 적절한 수분의 보충으로 양분이 뿌리를 통해서 원활하게 흡수되도록 함과 동시에 비가림 시설 내부의 온도 관리를 통해 고온 상태를 완화할 것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강한 빛을 막을 목적으로 차광막을 씌우는 방법이 고려되는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30%와 80% 차광막에 따른 고추생육상태의 비교 결과 30%에서는 고추의 수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엽맥조직에도 큰 해를 끼지지는 않지만 차광율이 높아지면 일조량 부족과 같은 상황에 이르러 고추의 외형적인 성장과는 달리 작물의 건강도는 떨어지고 수정율도 낮아져서 고추수확에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런 까닭으로 고온기(6월~8월)에는 35%정도의 차광막으로 시설 내부의 온도를 낮추어 주고, 저일조 상태에서의 관수는 작물의 조직 발달에서 건강도가 떨어져서 웃자람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므로 관수는 반드시 맑은 날 오전에 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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