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1, 추석을 맞으며

sunis 2021. 9. 20. 15:55

시골에 내려와서 살면서 느끼는 것이, 추석이란 명절은 도시에서 맞던 것과는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추석이라는 명절 자체가 농경문화를 배경으로 한 추수감사절과 같은 것이니 도시와 시골이 그 느낌이 다른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대처로 나간 자식들이 고향의 부모를 찾아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착잡하다. 적적한 시골살이에서 모처럼 보이는 번잡한 모습이니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더욱 착잡하다. 물론 내 딸도 아비와 어미를 보러 내려올 것이지만, 시댁의 명절을 치루고 내려오는 것이니 남들이 명절 전에 분주할 때는 좀 쓸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늘은 아내와 모처럼 선운사, 도솔산에 올랐다. 지난 가을과 올 봄에도 간혹 도솔산을 오르내리기는 했지만 농번기에 접어든 후, 올 여름에는 한 번도 도솔산을 찾지 못했다. 오랜 만에 가보니 계절의 변화가 완연하게 느껴지면서 그 느낌이 참 새롭기까지 했다. 숲길을 따라 산을 오르면서 여름에도 짬이 날 때는 가끔씩 들를 것을 너무 무심했다는 후회가 든다. 선운사 주면에 유난히 많이 핀다는 상사화가 오늘 가보니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모처럼 연휴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찾은 선운사 주변은 불게 타오르는 상사화 꽃무리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번잡하기 짝이 없다. 

 

우리 내외는 도솔암을 거쳐 용문굴을 지나 낙조대에 올라 천마봉을 찍고 내려오는 코스를 따라 2시간이 채 못미치는 산행을 했다. 남들이 보면 우스운 정도의 코스지만 허리를 다쳤다 회복을 하고 또 관절이 튼실하지 않은 아내의 입장을 고려하면 그렇게 호락호락하기만 한 코스도 아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산에서 시원한 공기를 마시면서 선선한 바람결에 산을 오르고 나니 기분이 상쾌하기 그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모습에 아내와 사진 몇 장을 찍어 보기도 했다. 

 

늘 하는 당부지만 인물사진을 함부로 퍼가서 사용하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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