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연말연시에 즈음하여 이곳에는 눈이 많이 내리는 경향이 있다.
일상적이지 않은 하얀 눈으로 덮인 풍경은 때로 전혀 새로운 인상의 풍경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요즘은 그런 풍경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들 여유가 없는 삶을 산다. 그래서 내가 어렸던 시절에는 50cm 정도의 눈이 와도 그냥 눈이 많이 왔나보다 하고 말았는데 이제는 그 아래 20~30cm의 눈이 내려도 아우성이다. 다들 자기 차로 움직이는 것이 익숙한 세상이라 그 불편함이 바로 드러나는 탓이리라. 50년 전에는 그렇게 차가 많지 않았고, 심지어 눈이 내려서 고개길에 버스가 미끄러지는 상황이면 승객들이 내려서 그 언덕길을 버스를 밀고 올라가서 넘어가기도 했다. 그런 시절과 지금 세상을 비교하는게 그 자체로 낯선 일이되 버렸다.
2년 가까이 코로나라는 돌림병으로 세상이 흉흉하고, 그로 인해서 사는게 불편해진 사람들이 적지 않으며, 특히 서울에 사는 아이들은 마스크를 계절과 무관하게 늘 쓰고 살아가야 하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그나마 시골에 내려와서 사는 탓에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농협, 시장, 면사무소 등등)에 갈 때가 아니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살아서 그 고통스러움을 절감하지는 못하는데 가끔 상경할 일이 있으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부터 낯 선 상황에 불편을 금방 느끼게 되더라.
내년 3월에는 대통령을 새로 뽑는다는데,
살다 살다 이런 희한한 대통령 선거판은 처음인것 같다.
비정상적인 사람들을 여야 양대정당이 모두 후보로 뽑아 놓고 서로 대통령으로 뽑아달라고 하는데 여야를 불문하고 그 선거운동에 신이나고 열이 나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이는게 현실이다. 염치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애초에 대통령이 되겠다고 후보경선에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지만 당당하게 나와서 당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후보로 확정되었으니 그걸 지켜 보는 일반 국민의 마음은 참으로 착잡하다. 역대 이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가 여야에서 나란히 나온 적도 없었던것 같다. 완벽하게 마땅한 것은 아니라도 최소한 상대적으로 한 쪽의 우위를 결정할 요소는 갖고 있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 선거판이었는데......
내가 새로 이사온 지역은 후보를 보지 않고 정당, 즉 진영에 따라 표를 몰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이 지역의 유권자들도 현재 여당의 후보를 지지한다는 말을 떳떳하게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마지못해, 상대방을 찍을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찍어주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그런 분위기.
나는 늘 연말 연시에 바라는 것은 한가지 뿐이다.
우리 내외가 건강에 탈이 없이 잘 살아가는것과, 아이들이 사고없이 열씸히 잘 살아주는 것. 이외에 나와 내 가족이 떼 돈을 벌거나 벼락 출세하기를 기원해 본 적이 없다. 세상은 그렇게 분에 넘치는 행운을 아무에게나 주는게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아니 더 정직하게는 다 그 그릇에 맞는 행운을 바라는 거이 온당하다는 신념 때문이다. 돈 몇 푼 새로 쥐었다고 사람이 갑자기 제 격이 높아진양 목소리가 커지고, TV나 YOU-TUBE로 이런 저런 세상 이야기를 제 입맛대로 줏어 들으니까 세상사에 대한 나름의 인식이 남에 못하지 않다고 방자하게 아무말이나 다 하는 그런 세상인데, 나의 삶을 사는 자세가 너무 소극적이고 옹색하다고 하는 이가 적지 않으나, 복도 화도 다 자기 그릇만큼씩 받는게 좋다는 생각이 마음 편하게 사는 기본 자세라고 본다. 내년에는 새로 시작한 불루베리 농사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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