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옆에 있는 50평 남짓한 비닐하우스는 계륵과 같은 존재다.
단독 작물을 재배하기에도 좀 작은 규모일뿐 아니라 비닐하우스의 위치가 지난 가을에 심은 마늘을 수확한 후에야 트랙터가 들어가서 땅을 갈아 엎을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현재 마늘을 심은 곳을 그냥 길로 내버려 두는 것인데, 그곳에서 지난 3년간 마늘을 심어서 가족들과 함께 먹은 좋은 기억이 있는 아내에게는 동의를 구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그래서 이 비닐하우스는 늘상 삽질로 쟁기질을 대신하고 관리기로 로터리를 해서 텃밭 같이 우리가 먹을 작물들을 이것 저것 길러왔다.
올 해는 그간의 경험을 통해서 작물을 대폭 정리했다.
즉 이것 저것 복잡하게 욕심내서 심는 대신 주력 작물로 참깨와 서리태를 3/4의 공간에 심고 남은 작은 공간에 오이 2개, 가지 2개, 토마토 3개, 방울 토마토 2개, 그리고 참외 2개와 애플수박 5개를 심었다. 사실 지난 3년간 욕심껏 십여개씩 모종을 심었으나, 따로 관리를 하지 않아서 초반의 결실만 조금 맛보고 나중에는 해충과 흰가루병등으로 애물단지가 되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금년에는 욕심을 덜었다. 그런데 덜었다는 욕심도 이렇게 그 내용을 열거하고 보니 아직 충분하게 덜어내지 못한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먹을 것을 직접 재배해서 수확하고 그것을 가족들과 나누어 먹는 재미는 시골생활에서 포기할 수 없는 소소한 재미인지라 이 텃밭 농사를 접기도 쉽지는 않다. 계획으로는 이 텃밭을 올 해는 불루베리 화분재배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대략 30~40주 정도의 불루베리를 넉넉한 화분에 식재해서 역시 자급용으로 가족들과 나누어 먹으면 어떻까 하는 생각이다. 아마도 불루베리를 이 텃밭 비닐하우스에 심게 되면 150평짜리 오디밭은 저절로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연작피해 방지를 위해 윤작 프로그램을 시작하려하는데 그러기에는 하우스 3동은 비좁기 때문이다. 대략 4개동은 있어야 2개동씩 나누거나 1개동씩을 돌려가면서 주작물인 고추의 연작피해 방지를 위한 윤작이 가능할 것 같기 때문이다. 대략 우리 밭 옆의 1,000여평 밭을 빌리거나 구입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겠는데, 시골땅의 임대나 구입은 필요로 하는 사람의 의사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추이를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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