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이곳으로 이사를 하면서 장만한 귀농의 터전은 집터를 제외하면 농지가 700여평이었다.
그곳에는 다행스럽게도 이미 600평에 가까운 비닐하우스가 설치되 있어서 뽕나무를 캐내고 밭을 만들어 고추를 재배하면서 4년의 기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작년부터 한 가지 근심이 생겼다. 고추를 4년가까이 연작을 하다보니 연작 피해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미 농지가 충분한 경우라면 돌려짓기를 통해서 토양의 관리가 가능하지만 달랑 4개동의 하우스에 모든 농사를 의존하는 조건은 이런 상황에 매우 취약한 조건이었다. 그래서 2개 동에 남아있던 오디를 하나씩 줄여서 밭을 만들다가 작년 가을에는 마지막 1개동에 있던 오디마져 파버리고 밭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런 사정으로 1,000평 내외의 땅을 더 구하는게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생각으로 땅을 물색했는데,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작년 우리 밭에 바로 인접한 토지를 구할 수 있는 조건이 생겼다. 그래서 우여곡절끝에 1월 21일 800평 규모의 인접한 토지를 사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땅값은 자연 주변의 시세에 비해서 조금 비싸게 구입했다. 즉 땅을 사는 사람이 구매의사를 먼저 표시하면 가격은 오르게 마련인 것이 농지의 특성상 불가피하다. 그러나 시골에서 농지를 사는 것도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서울에서 지난 4년여 동안 아파트 값이 거의 2배가 올랐는데 여기에는 주택 공급이 적었던 수급의 불균형도 있지만 그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폭등시킨데는 유동성이 이 정권에서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유동성 증가에 따른 물가 상승은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을 연쇄적으로 불러오게 마련이고 시골의 농지도 이런 상황에서 예외일 수 없었다.
아울러 귀농인들이 꾸준이 유입되는 조건도 농지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었다고 본다.
사실상 시골에서 귀농인을 반기는 이유는 민간부문에서는 농지를 비롯한 부동산의 거래 주체로 새로운 수요자가 늘어난다는 점에 있다고 봐야 한다.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에서는 줄어드는 인구를 대체하여 중앙정부의 교부세를 받는데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되는 인구수를 늘리는데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농지구매와 관련하여 유튜브 등을 통해서 귀농에 관련된 정보를 제공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믿지 말고 자신의 눈과 귀를 통해서 직접 판단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즉 오래전 부터 우리의 농촌에는 노인들만 늘어가고 결국 그 땅은 남아 돌게 되므로 절대 땅을 사지 말고 임대를 해서 농사를 지으라는 충고가 있었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한 말이나 이건 실제 시골의 실정을 모르고 자기 뇌피셜에 의존해서 하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노인이 농사를 지을 수 없어서 농지를 내놓게 되면 1순위 구매자 또는 임차인은 가장 친분이 깊은 사람을 통해서 생기게 되고, 이것 저것 귀찮으면 농어촌공사의 농지은행에 내놓으면 시세에 맞게 또는 지사별로는 배당받은 농지구입자금을 소진하기 위해서 시세 보다 오히려 더 비싸게라도 농지를 사들이는게 현실이다. 즉 농어촌공사 자체가 거대한 지주, 그러니까 과거 일제시대의 동약척식회사와 다름없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리고 남의 땅에서 임대료를 내고 농사짓는 것은 장기지속의 관점에서 크게 권장할 일이 못된다.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이지 기존의 지역주민들과 임대 농지를 놓고 경쟁을 한다는 것이 애초에 불리하고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고작 얻을 수 있는 농지라는것도 소위 말하는 토박이들이 선택하지 않은 땅이 될 수밖에 없고 그런 땅은 농사를 짓기에 여러모로 불리한 조건이 많은데 그런 땅에서 농사 경험까지 없는 사람이 농사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이겠는가. 그러니 귀농인이 농촌 정착에 실패하게 되는 악순환은 이런 농지 선택의 불리함이라는 기본 조건에서 유래한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므로 귀농을 염두에 둔 사람은 해당 지역의 일정 규모의 자기 소유 농지가 있어야 장기적인 비젼을 갖고 책임감있게 농사를 지을 수 있고 봐야 한다. 또한 그런 자립 기반이 있어야 추가적으로 필요한 임대 농지도 여유를 갖고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이세상에 나만 약고 다른 사람이 나보다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아둔한 자기 착각에 지니지 않는다.
새로 마련한 농지는 장기적으로는 비닐하우스를 지어서 농사를 지을 예정이다.
그러나 추가적인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큰 탓에 우선은 노지 밭농사를 지으면서 재배할 작물의 선택 등을 천천히 고민해 보기로 했다. 일단 기존의 비닐하우스 중 5년차 고추농사에 사용되는 1개동의 비닐 하우스와, 그외 3년차, 1년차 비닐 하우스 별로 연작피해 여부 및 그 정도를 가늠해 보아야 할 것 같고, 피해가 드러나면 우선은 급한대로 노지에서라도 고추 재배는 할 수 있게 되었기에 다행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현재의 4개동의 비닐 하우스는 불루베리 화분 재배를 위하여 활용하고, 새로 마련한 토지에는 새롭게 비닐 하우스를 4개 동 정도를 만들어 고추를 비롯한 2개 정도의 밭작물을 연작피해가 없도록 윤작하는 용도로 활용하면 될 것 같다.
농지를 사려고 한 일련의 과정을 돌이켜 보면 간단하지 않았던 에피소드들이 뇌리를 스쳐간다. 아울러 시골 인심이라는 것은 서울로 유학간 시골 지주의 아들이 방학 때 친구와 고향을 찾아을 때 소작농 등이 보이던 모습에서나 찾을 수 있는 것일뿐, 실제로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대도시와 다름 없는 자기 이익을 위해서 치열하게 머리를 쓰고 갑을 관계의 유불리를 냉정하게 따진다는 점에서는 도농간 차이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재삼 확인할 수 있었다. 자본주의의라는것이 원래 돈이 인심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던가.
사족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귀농을 염두에 둔 젊은 청년세대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런 저런 경로로 귀농의 성공사례로 기록된 경우는, 대부분이 해당 지역에 부모나 친지가 있는 귀향인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아무 연고가 없는 곳에 찾아든 도시 출신의 귀농인을 진심으로 반기는 인심도 없을 뿐더러 그런 귀농인은 지역 토착주민들의 아주 쉬운 먹이감에 될 수도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런 불리한 조건을 돌파해야 귀농에 성공할 수 있는데, 그것은 오직 자신의 의지와 능력외에는 아무것도 도움이 될 것은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귀농지원정책이라는 것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우선 첫째로는 자치단체별로 일단 유입인구를 늘리는 것이 목표이고, 이후 그 귀농인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것은 이런 저런 깨알 같은 지원 정책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본인의 노력과 실력 그리고 기약할 수 없는 행운외에는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그 행운이라는 것에는 마침 자신에게 맞는 귀농지원정책 중의 하나가 될 수도 있는데 이것도 언제나 스스로 준비하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것이라는 점은 도시와 농촌의 차이가 없다. 타인의 성공사례는 그야 말로 남의 일이다. 타인의 성공담을 자신의 미래의 모습으로 착각하는 것이 귀농 실패의 첫번째 실수임을 명심해야 한다. 어떤 성공에는 반드시 비범한 희생과 노력, 또는 각별한 행운이 바탕이 되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도시에서 치열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경험이 없는 사람이 시골이라고 해서 좀 더 쉽게 성공할 가능성은 역시 없다고 보면 된다. 오히려 그런면에서는 도시의 복잡한 삶이 불성실성을 숨겨주는 의외의 순기능(?)이 있는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두번째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귀농인 정착지원금이라는 명목의 대출인데, 귀농인 창업지원금의 명목으로 3억원까지 장기 저리로 대출을 해준다는데 이것이 얼핏 귀농을 생각하는 젊은이들에게는 매력적인 유인책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연리 2%의 이자가 대수롭지 않을것 같지만 농사를 지어서 이자와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을 반드시 염두에 두고 정책 자금의 대출규모를 계산해야 한다. 즉 3억원을 대출 받을 경우, 5년의 거치 기간 동안에는 이자만 지불하므로 큰 부담이 없는것 같지만 6년차부터 원리금을 상환하게 되면 3억원을 대출 받았을 경우, 매 달 300만원 정도의 금융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농사를 지어서 매 달 300만원씩의 금융비용을 부담한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아주 가혹하게 귀농의 현실을 말한다면 내가 본 귀농인들의 대부분은 사실상 귀농 낭인이 되어서 살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에 내려왔으나 이런 저런 사정으로 정착의 조건이 쉽게 안정화 되지 않아서 일용직 근로자로서 또는 이런 저런 공공일자리 사업을 통해서 생계를 이어가면서 불평 불만과 우을증으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어울려서 술잔을 기울이면서 세상사를 한탄하는 사람들이 귀농 낭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보면 된다. 일전에 이 게시판의 다른 글에서도 말했듯이 귀농은 힘든 도시생활에서 인심좋은 시골로 이사해서 따뜻한 분위기에서 주변의 도움을 받으면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귀농은 국내 이민이라고 봐야 한다. 모든 것이 자신의 기존의 삶과 이질적이고 익숙한 것과 단절된 상태에서, 새롭게 주어진 생활조건에 적응하고 이런 저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면서 적응해야 한다는 점에서 해외 이민과 다르지 않은 것이 귀농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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