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이야기

2022, 홍고추 출하

sunis 2022. 8. 7. 21:58

 

고추를 수확하는 여름철, 올해는 이곳에 많은 비가 오지는 않았지만 이른 장마에 수시로 조금씩 내리는 비로 번잡함이 있었다. 현재 3물 고추를 수확하고 있는데, 어제는 오전에 고추를 따고서 모양이 좋은 고추들이 그냥 건조되는 것이 아까워서 10kg박스 4개 정도를 추려서 포장한 후 오늘 오전에 농산물유통센터에 가지고 갔다.

 

이곳에서 서울의 가락동농수산물시장으로 농산물을 날라다 경매처리가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홍고추를 출하하는 것은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즉, 수확한 고추를 크기가 균일하고 모먕이 비교적 곧은 것을 선별해서 10kg단위로 박스에 포장해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무더운 여름철 고추수확으로 땀범벅이 된 상황에서 따로 시간을 내서 홍고추를 선별 포장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농사일이 시간을 놓지면 안되는 일이 대부분이라 쉬운 일은 없는 편이다.

 

가락동으로 올라간 홍고추는 심야시간대에 경매가 이루어진다. 이 때 가장 설레이는 시간이다. 즉 내가 올려보낸 홍고추가 경매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기다려지는 때이기 때문이다. 물론 소량을 경매위탁하는 경우 높은 가격을 받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래도 시장에서 내가 기른 고추가 가격으로 또 다른 말로는 품질로 평가를 받는 것이기에 늘 설레는 마음으로 올려보낸다.

 

 


 

홍고추는 가락동시장에서 10kg 한 박스에 48,000원에 경매되었다.

홍고추 4kg을 건조하면 건고추 한근(600g)이 나오는데, 대략 건고추 2근반에 해당하는 홍고추의 가격이 48,000원이면 높은 가격이다. 그런데 실제 고추 수집상들은 건고추 1근을 1만원 내외의 가격으로 사려고한다. 도매상에 문의한 바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한 영업제한 등으로 고추의 소비가 부진하여 전년도 건고추 재고량도 적지 않은것 같다. 그러니 더 많은 수고와 시간이 드는 건고추값이 홍고추에 비해서 싼 기이한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다. 농산물 거래구조를 보면 농사짓는 사람들이 유통과정에서 수동적인 위치에 놓인 작물을 재배하면 늘 상인들에게 농락으을 당한다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조직된 작물재배농민들은 트랙터를 타고 여의도까지 가서 농성을 하면서 그들의 요구사항을 주장하고 송아지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풀어놓기도 하면서 더러는 그 보상을 얻어내기도 한다. 결국, 이나라는 묵묵히 조용하게 살아가는 사람만 이리 치이고 저리 뜯기면서 손해를 보는 특이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