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이야기

시골 살이의 터전 마련

sunis 2017. 9. 16. 11:49

몇 달 간 전국을 주유(?)하며 인생 후반을 보낼 거처를 물색했다.


생면부지에 일점혈육의 연고도 없는 시골에 나의 새로운 터전을 마련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귀농/귀촌 관련 정보를 무수하게 검색해보았고 그러면서 희망을 안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찾아갔던 곳에서 심드렁한 마음으로 돌아오기도 여러번 했다. 애초에 마음에 두었던 곳이 있었지만, 온라인상으로 접한 정보는 늘 오프라인에서의 검증과정에서 변화가 오는 경우가 많더니 역시 이 부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9월 초순까지는 충주로 거의 확정이 되는 상황이었는데 그 중 딱 한 번의 우연한 인연의 만남으로 전북 고창에 관심을 갖고 방문하게 되었다. 


사실 전북 고창은 내 귀농/귀촌의 고려지는 아니었다. 내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고창은 이미 농사로 이력이 난 농사 전문가들이 넓게 터를 잡아 농사를 아주 잘 짓는 곳이니 나처럼 농촌 경험이 없는 농사 초보가 얼굴을 내밀고 무언가를 새로 배우고 익히려 달려들기에는 좀 버겁게 느껴지는 그런 이미지가 있었다. 그러나 구경 차 아내와 함께 고창으로 내려가보았는데 아내는 첫인상으로 고창에 매료되었다. 어떤 곳은 산이 높고 골이 깊어 사람을 위압하기도 하고 또 어떤 곳은 그냥 심심하고 나른한 느낌을 주는 평범한 곳이었는데 고창은 완만한 구릉지가 시원스럽게 펼쳐지면서 그곳에 자리잡은 밭과 그 아래 평지에 자리잡은 논의 모습이 아주 평온하고 보기 좋았다고 한다. 


그래서 혹시 어디 빈 집이 없는가, 또 초보자가 농사를 시작하는데 너무 부담스럽지 않을 적당한 크기(1,000평 미만)의 땅이 없는가 물색해 보게 되었다. 2주간 사이에 고창에서 숙박을 하기도 하고 또 서울을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고창 일대를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귀농인의 안내도 받아보았고 부동산의 안내도 받아보았다. 부동산을 통해서 귀농지를 알아보는것은 현지에 사는 원주민과의 직거래에 비해 비용부담이 크다는 것을 전제하고 접근했는데, 그과정에서 한가지는 확실하게 배웠다. 즉 부동산은 <상품성>을 갖춘 매물을 확보하고 안내하며 그 성과에 따른 보상을 기대하고 보다 전문적이고 책임감있게 일한다는 것이다. 나의 경험상 고창에서 만난 부동산 업자는 그런 전문가의 자격이 충분했다. 다른 곳에서 만난 부동산 업자는 경우에 따라서 다르지만 거의 사기꾼에 다름없는 사람도 있기도 했었다. 결국 사람을 잘 만나서 그 인연의 과실로 이루어지는 일이 제일 좋은 것 같다.


전북 고창군 무장면에 오래된 농가주택이 있는 밭을 구했다. 

비용은 싸지도 않지만 또 바가지를 썼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남향을 바라보는 완만한 경사의 윗쪽에 자리잡은 집터가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그 옆으로 800평이 조금 못 미치는 밭이 위치했는데 이전 주인이 거의 모든 밭에 비가림 하우스 골조를 시공해두었다. 2개 동에는 뽕나무가 건재하고, 나머지 3개 동에는 밑둥과 뿌리만 남은 뽕나무 가 그대로 있어 이 것의 처리를 생각하니 좀 심란하기는 했다. 그러나 집에 바로 붙은 밭을 어찌 쉽게 구할 수 있겠는가, 말 그대로 문전옥답이라는 것이 이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물론 요즘은 논은 밭에 비해 인기가 덜하니 문전옥전이 더 확실한 표현이겠다. 


아직 그 구체적인 용도가 낯설지만 엉성한 가건물 형태의 농막에 건조기도 있고 3평짜리 저온저장고도 있다. 


집은 이미 수십년 전에 지어진 농가 주택이고 이전 주인분들이 5월에 읍내로 이사를 하시면서 비워두었던터라 수리가 불가피 하다. 처음에는 추위를 면하기 위해서 보일러 공사와 도배 정도만 생각했는데, 막상 빈집을 둘러보니 결국 전반적이 대수선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업자들이 쓰는 말로는 리모델링이 되겠다. 대략 1달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나름 대공사다. 그러니 그에 걸맞게 예상하지 않았던 많은 비용이 추가로 들어야 한다. 그렇지만 아내가 마음 편하게 느끼는 지리적 풍토적 분위기에 빚을 지지 않고 내 여력의 범위에서 집과 땅을 장만한것에 만족한다. 귀농지의 선택과정에서 집과 농지를 구매하는데 본인의 예산으로 부족한 경우 정부의 귀농지원정책에 따른 자금 지원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고 또 나도 경우에 따라서는 그럴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었는데, 그런 혜택(?)이 공짜가 아니라면 안받을 수 있으면 안받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올 겨울과 내년 1년을 아내와 농사일을 배우고 농촌 생활에 적응하면서 지내야 한다. 

물론 소득은 없을 것으로 본다. 뭐 있다해도 아주 미미할 것이다. 그러나 당장 성급하게 결과를 기대하기에는 나와 아내의 처지가 너무 준비가 안된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반백년 이상을 서울에서만 살아온 사람들이 어떻게 농촌에 내려가서 바로 적응하고 어떤 결실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런 생각 자체가 도독놈 심보지.... 그렇지만 그렇게 불안하거나 초조하지는 않다. 지금까지의 내 삶을 돌아보면 내가 터무니 없는 욕심을 내지 않고 내 성실성의 범위에서 노력하는 경우 내 삶이 꼬인적은 없었다. 그만큼 나는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살아왔다. 그러니 이곳에서의 새 삶도 큰 욕심이 없이 시작하는 것이라 잘 될 것으로 믿는다. 한편으로는 잔잔한 설레임도 있다. 



   


# 이 게시판은 귀농/귀촌에 관한 개인적인 경험과 느낌, 그리고 시골생활의 경험과 적응 과정을 중심으로 만들어질 것입니다.


저 역시 귀농에 관심을 갖고 정보에 목말라 수 많은 정보를 검색했지만, 지금 느끼기에 타인의 경험과 주장(?)은 참고만 할 것이지 어떤 보증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귀농 준비과정에서 이미 귀농했다는 귀농 선배라는 사람들이 귀농의 취지와 달리 새로운 곳에서 부동산 개발을 통해 이익을 기대하고 귀농인의 멘토를 자임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개인적인 이해를 은폐하고 귀농 예정자의 호감을 사려는 일부 사이트나 블러그도 보았습니다. 

최종적인 판단은 본인의 몫이며, 그 과정에서 진위와 시비를 가리는 것도 역시 본인의 역량과 안목에 달려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귀농은 국내에서 행해지는 이민이라고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미국에 이민가서 처음 접하는 교포사회에서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당한 수 많은 고생담과 피해담은 역시 귀농의 경우에도 적용 될, 같은 맥락이 있을 수 있음을 늘 명심해야 할것 입니다.

새로운 선택에는 늘 현실을 벗어나 낯선것에 도전하는 주저함과 두려움이 있게 마련입니다. 이 블로그의 귀농/귀촌 관련한 이야기가 그런 그늘에 아주 작고 희미한 불 빛이라도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이 게시판을 채워가겠습니다. 





'귀농 이야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로그를 만들자  (0) 2018.09.15
농촌생활에 필요한 기본 덕목   (0) 2018.03.02
귀농 그리고 귀농인...  (0) 2018.01.30
시골 이발소에서 이발   (0) 2018.01.25
봉촌 입주   (0) 2017.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