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이야기

토양검사

sunis 2018. 2. 21. 21:15

2월 초순 고추를 기를 밭의 토양검정을 농업기술센터에 의뢰했다.
측정오차가 15%를 상회하고 시료가 되는 토양의 표본채취 오차가 커서 절대적인 자료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마을 주민들의 말을 귀동냥하여 농사 준비를 하는 것보다는 어떤 기준점이나 근거는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토양검정을 의뢰했다.

 


예상했던 대로 뽕나무를 10여년 심어두었던 밭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유기질이 부족하고, pH가 높아서 토양은 알칼리성으로 기울어 있었댜. 그 원인은 화학비료와 석회의 과용으로 진단했다.  내가 뽕나무밭을 정리할 때 나무 밑둥에 시멘트 덩어리 처럼 엉켜서 굳어었던 석회를 본 기억이 난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작년에 이미 비닐을 모두 걷어냈고, 내가 11월 부터는 땅을 덮고 있던 제초 포막을 제거한 것이다. 그래서 토양이 볕을 쬐고 숨을 쉴 여지는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사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무엇을 먼저하고 나중에 할 지 가늠하지 못한 탓에 토양개선 효과가 좋은 유기질이 높은 퇴비를 시비하지 못한 채 겨울을 난 것이 아쉽다. 4월 중순에 고추를 정식할 예정이니 지금이라도 퇴비를 구한다면 시비를 할 시간은 있지만 마음도 급하고 내가 원하는 축분(우분) 퇴비를 구하는것도 수월하지 않아 올해는 그냥 유기질 비료(일명 유박)로 응급 처지를 하고, 깊은 밭갈이를 한 상태에서 이랑과 고랑을 천천히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올 해 농사가 끝나면 우분퇴비를 수소문해서 꼭 시비하여 토양개선을 위한 일을 과제로 남겨두었다.


아울러 토양검정결과를 검토하면서 고추농사에 필요한 좋은 조언도 들었다.

우선 밭을 설계하는데 있어 기존 4줄 이랑을 3줄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그 이유는 내가 선택한 고추종이 노지형이기에 그 성장세를 감당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로 인해 공기흐름이 원활하지 않으면 작물재배에 이런 저런 어려움이 많을 것을 염려해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기꺼이 그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울러 인근에 고추 시설재배를 잘 하는 분을 추천받기도 했다. 그 분에게는 점적관수에 관한 조언을 청취할 요량이다.


나와 같이 농사경험이 전부한 귀농인(?)은 지역주민의 경험에 기반한 조언과 농업기술센터의 기술적인 조언을 모두 참고 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장님이 문고리 잡는 식으로 혼자서 고민하거나 서로 엇비슷하게 아는게 빈약한 귀농인끼리 옥신각신하는것 보다는 그쪽이 얻을게 훨씬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역주민의 경험과 조언은 지역적 특수성이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귀중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즉 이론과 수치로는 환산할 수 없는 성공과 실패의 경험에서 우러나는 지역만의 특수한 풍토적, 기후적 특성이 그 조언에는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술센터의 이론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한 조언은 그런 경험적인 조언에 과학적 근거를 보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농업기술센터는 여러가지 제약이 없지는 않겠지만 기본적으로 농민들의 농사와 관련한 고충에는 늘 적극적이고 열린 자세로 대응하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농업보다 각종 정부지원사업으로 이런 저런 계산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그런 경우를 경계하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하고 기술센터 직원들을 대하는게 좋을 것이다.


오늘은 밭 준비를 위한 작업을 놓졌지만 토양검정결과를 놓고 농업기술센터에서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사람과 사람의 대화이기에 중간에 농사를 떠난 개인적인 이야기도 간간히 섞이기는 했지만 그 모든것을 포함해서 귀농인은 농업기술센터를 자주 들낙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절감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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