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이야기

2019, 고추 유인줄 설치 및 끈 묶기

sunis 2019. 5. 27. 11:43

지난 주에는 제법 힘든 일을 했다.

농사일에는 고단한 일이 있는데 이것을 머리를 잘 써서 편하고 쉽게 하는 사람도 있고, 그게 안돼서 나 처럼 고단하게 고생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그런데 나는 사람이 영리하지 못한 편이어서 늘 잘 모르는 일은 내가 확신이 설 때 까지는 좀 고단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머리보다는 성실한 노력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런 특징은 아마도 천성적인것 같다. 주변에서 농사일을 시작하는 귀농인들의 경우 대부분은 힘이 들고 어려운 방법 보다는 조금 더 쉽고 편한 방법을 선호한다. 그리고 그것을 <현명한 선택>이라고 한다.


고추를 정식한 후 땅에 뿌리의 활착이 이루어지고 성장이 진행되면 고추모의 상단이 Y자 형태로 분지하는 순간이 있다. 이 첫번째 분지 지점을 일명 방아다리라고 한다. 이 때쯤 되면 꽃이 피고 고추가 달리기 시작한다. 대개 이 시점을 지나면 첫번째 고추 유인줄 설치 작업이 진행된다. 나도 Y자 형태의 유인을 염두에 두고 따로 구입한 지주대 고정대를 설치했고 그 상단에 방아다리가 위치할 즈음이 되자 개개의 지주 고정대에 고추끈을 연결하여 1차 유인줄을 설치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후 2차 3차 분지가 이루어지면서 고추모가 왕성한 성장을 이루게 되면 개개의 고추모를 유인줄에 고정시켜주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의 경우, 인터넷을 통해서 고추 유인줄에 고추모가 흔들리거나 쓰러지지 않게 고정시키는 플라스틱으로 된 클립을 구매해서 고추모 고정작업을 했었다. 그런데 이것은 작업의 편의성은 있지만 고추가 점차 성장하게 되면 한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려서 쓰러지는 상황에서 고추를 하단부에서 단단하게 지지해주지 못하고 밀리는 단점이 있었다. 작년에는 이 때문에 무척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던 중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가다가 You-Tube를 통해 고추 유인끈을 이용해서 개별 고추를 묶어주는 방법을 소개하는 영상자료를 발견했다. 


해당 영상자료:  https://www.youtube.com/watch?v=nFAALKfHT_0&t=24s


온라인 정보는 늘 느끼는 부분이지만, 많은 정보가 유통되는 곳이라서 좋은 정보와 불량한 정보가 혼재하는 상황이 흔하다는 점이다. 특히 You-Tube의 경우는 흥미와 관심을 유도할 목적이 너무 앞서서 검증되지 않은 내용의 정보가 선정적으로 올라와서 유통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 다양한 정보에서 최량의 정보를 선택하는 것은 결국 각자 개인의 몫이 되는데 이때 그 선택의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본인이 스스로 진지하고 절실하게 고민하고 시도한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필요한것이다. 만일 내가 잘 모르는 내용 중에 쉽고 편한 방법과 고단하고 여려운 방법이 있다면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대체로 후자의 방식을 따르는 경우가 후회가 적을 확률이 높은것 같다. 세상사가 늘 그렇다. 시골에 낙향해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몸을 움직여서 좋은 먹거리를 직접 손수 만들어 먹겠다는 꿈을 갖고 온 사람들 중에도 10명 중 8~9명은 보다 편한 방법을 찾아 헤매는 모습을 많이 보게되는데,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 좀 안스럽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쉽고 편하게 살려는 마음이 강하다면 그냥 도시에서 사는게 백번 낫다는 점을 그들은 왜 모르는가 해서이다. 자기 생각과 행동의 모순을 확인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면 농사에 문외한인 나도 애처롭고 한심하게 느껴지는데 평생 농사를 지어온 현지의 원주민들은 그런 소위 귀농인을 얼마나 한심하게 볼 것인가.


우리 고추밭의 벌써 2차 3차 분지가 이루어지면서 성장이 왕성한 상황이라 내주 쯤에는 지주대를 Y자형으로 설치하는 작업을 하고 2차 유인작업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고추를 묶어 주는 작업은 곁순 제거와 함께 해서 시간이 더 많이 걸렸고, 그래서 다리도 더 많이 아팠다. 오랜 시간 쪼그린 자세로 일하는 것은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가고 혈류 소통에도 문제가 있어 아직까지 한쪽 다리가 저릿 저릿하다. 그런데 이런 힘들고 불편한 일을 몸소 해내고 나야 비로소 나는 농사일을 하나씩 배워간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나름 현명한 처신이 매사에 우선이라는 사람들에게 이런 내 모습은 여전히 미숙한 모습일 뿐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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