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디밭과 새 고추밭의 비닐하우스 포장을 했다.
낡은 비닐을 걷어낸 자리에 깨끗한 새 비닐로 하우스를 마감하니 기분이 상쾌하다.
그러나 초보 농부는 무슨 일을 해도 꼭 한 번씩 돌발상황에 직면하여 허둥대는 일을 면하기 어렵다. 비닐하우스 비닐 설치를 위해서 농협에 비닐을 주문해 두었는데, 무슨 생각으로 비닐하우스 폭을 계산했는지 11m폭의 비닐을 9m폭으로 주문했던 것이다. 당연히 비닐을 설치하는 순간에 비닐이 짧은 것을 발견하였다. 설치기사는 작업이 불가하다고 했는데 우여곡절끝에 하나는 교환을 하고 하나는 1.5m짜리 비닐을 따로 사서 덧대는 방식으로 시공을 완료할 수 있었다. 지나고 보면 별 일이 아니지만 당시에는 매우 당황했다. 설치인력들은 작업이 불가하니 철수를 하겠다고 하고, 비닐을 맞는 것으로 교환할 수 있는지 묻고......
결국 75m짜리 비닐하우스 2개동과 21m짜리 건조장 하우스 비닐 설치 작업은 잘 마무리가 되었다.
오늘은 짚을 넣어서 1차 로타리 작업을 해두었던 3개의 고추밭에 유박을 뿌리고 쟁기로 깊이 갈이를 실시했다. 물론 이장이 트랙터를 몰고와서 정성껏 쟁기질을 해주었다. 작년의 경우, 100평짜리 밭에 화학비료 대신 유박을 10포(200kg)씩 뿌렸었는데, 금년에는 100평짜리 밭에 우선 5포(100kg)만 뿌렸다. 그 이유는 작년에 고추재배를 했던 밭의 토양검정을 새로 실시해서 비료처방을 밭아야 하는데 과하게 시비가 되는 것은 좋지 않을듯 해서 다음번 최종 로타리 작업을 하기 전에 인산이나 가리, 기타 유황비료 등을 뿌릴때 추가적으로 최종 비료 시비량을 결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뽕나무를 캐내고 새로 고추밭을 만들기로 한 150평 짜리 밭에는 유박을 10포(200kg)을 뿌리고 쟁기질을 했는데, 뽕나무를 제거할 때 미쳐 나오지 못한 뿌리가 뒤짚힌 땅에서 솟아 나오기 시작하여 그 뿌리를 제거하는 일에 한나절을 보냈다. 물론 내일도 뿌리제거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밭을 만들 때는 다소 힘이 들고 번거롭더라도 밭정리를 깨끗하게 해두는 것이 좋다.
아울러, 비닐을 씌운 뽕나무에는 스프링 쿨러를 통해서 2시간 가량 물을 뿌려주었다. 물을 주기위한 목적 보다는 그간 심한 미세먼지로 덮인 뽕나무를 씻어 주기 위한 목적으로 스프링 쿨러를 가동한 것이다. 나무가 깨끗하게 씻김과 동시에 물을 듬뿍 머금고 나니 나무가 한결 싱싱해 보인다. 올해는 외부 먼지를 통제할 수 있는 비닐 하우스에서 좀 더 안심할 수준의 깨긋한 오디를 수확할 수 있을것 같아 기분이 한결 가벼워진다. 원래는 자연의 조건에서 생육한 작물을 먹는 것이 가장 좋다고 믿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환경조건은 옛날과 같이 자연의 조건에 의존한 농사를 어렵게 하는게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애초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작물"이란 관점에서 농사를 진행한다. 어떤이는 유기농 작물을 재배한다고 하지만 나는 솔직히 아직 경험이 일천하여 과감하게 유기농을 천명하지 못한 상태에서 소박하게 "내가 먹을 수 있는 수준"을 기준으로 농사를 지어가고 있다. 경험이 쌓이고 유통을 비롯하여 제반 조건이 유기농에 적합한 조건이 성숙된다면 나도 자신있게 유기농 작물을 재배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때까지는 다소 아쉽지만 유기농에 가장 근접한 농사를 내 현실조건하에서 지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화학비료는 가급적 사용을 하지 않으려고 하고, 유기질 비료와 부숙 유기질 비료(퇴비)를 중심으로 토양의 건강성을 유지하여 지속가능한 농사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농업을 "농생명 산업"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던데, 솔직한 내 심정은 우리의 현실에 비해 너무 말이 거창하다는 느낌이 들어 그 표현에 거부감이 생긴다. 그냥 소박하게 "나와 내 가족이 먹을 것"을 기르는 일이 농사이고 농업이라고 불리기를 바랄 뿐이다. 무언가 말로 그 내용을 더 돋보이게 하려는 것은 실속이 없는 것이 세상사의 경험이 아니던가.
20포의 유박을 하우스로 나르고 한 포씩 뜯어서 손으로 밭에 뿌리고 나니 팔과 허리가 뻐근하다. 게다가 어제 저녁에 받아 둔 30포의 퇴비까지 비료 적치장소에 함께 정리하고 나니 그 고단함은 생각이상으로 크다. 그러나 언제나 처럼 아직은 이런 일이 힘에 겨워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피곤함에 묻어있는 야릇한 성취감과 쾌감을 나는 은근히 즐기는것 같다. 육체 노동의 좋은 점은 오로지 자신의 근골에 의지해서 인내심을 가지고 속된 계산을 하지 않고, 또 자신과 비교하기 위해서 타인의 삶에 대하여 과도하거나 번거로운 관심을 갖지 않고 묵묵히 수행하는 마음 자세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세상에는 자신을 살피기 보다는 남의 삶과 생각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는 하다.
'농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9, 고추밭 이랑 만들기 (0) | 2019.03.27 |
---|---|
블루베리 식재 (0) | 2019.03.13 |
2019. 오디, 유박 시비 및 가지치기 (0) | 2019.02.22 |
2019. 고추모 성장 (0) | 2019.02.21 |
2019. 고추모 이식 (0) | 2019.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