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의 생장을 보는 것은 늘 놀랍다.
놀랍다는 표현은 여러 의미가 내포되는데, 작물의 생사 갈림이 놀랍고 또 살아 남은 식물이 왕성하게 자라나는 모습이 놀랍다. 그런데 또 한 편으로는 그렇게 잘 자라는것 같았던 작물이 해충의 가해를 받고 병이 들어서 스러져 가는 모습을 보면 또 놀랍다. 이 모든 놀랍다는 표현은 예상을 넘어서는 의외성과 기대와 어긋나는 예외성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지구 온난화와 그에 따른 기후 변화를 말하는데, 이건 예전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즉 농부가 작물을 재배하는데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조건외의 자연적 조건, 즉 기후 조건은 늘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고추는 육모과정에 유난히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가령 1월 중순경에 파종을 해서 싹을 틔우고 그 싹을 길러서 어린 모를 만들어서 포트에 하나씩 이식을 한 후, 그 이식한 모를 기르는데 또 2개월 정도가 걸리니 대략 4월 중순에 정식을 하는 나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파종에서 정식까지 모를 기르는데만 3개월이 걸리는 셈이다. 이 3개월의 시간은 어린 고추모에게 매우 힘겨운 생존의 기간이다. 즉 농부가 예측하지 못한 기온 변화와 생장조건의 다양한 변화를 극복해야 비로서 본밭에 옮겨질 모종의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고추농사에서 모종 농사가 절반이라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월 17일 정식한 우리 고추밭의 고추모는 2주의 시간이 지나면서 완전하게 본밭에 뿌리가 활착한듯 하다. 잎들의 색이 연녹색이었는데 그 색이 점차 짙어지고 줄기도 여리고 연약해 보였던 것들이 매우 꼿꼿하고 통통해졌으며 줄기와 잎사이에 곁순이 돋아나오는 기세가 제법 드센 느낌이 들 정도다. 비가림 하우스지만 그래도 고추 정식 2주가 지나면 고추유인을 위한 줄띄우기를 준비해야 한다. 나의 경우는 Y자 지지대를 이용하여 고추를 유인하고 키우는 입장이므로 먼저 Y자 지주대 기둥을 미리 박아야 하고, 이 때 방아다리 아래부분을 중심이 되는 고추줄에 일일이 고정시켜주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 작업이 정식2주가 지나서 부터 정식 1개월 내에 해야 할 일이다. 물론 2주가 지나면 고추모에 제법 꽃이 맺히기 시작하므로 진딧물외에 총채벌레 방제를 위해서 선제적 방제를 해주어야 한다. 무농약 재배가 아닌 경우라면 방제는 사전 기획을 바탕으로 선제적으로 행하는 것이 좋은것 같다. 즉 대략의 방제 약제를 작용기작을 고려하여 몇 종을 선정한 후 이를 또 교차방제를 위한 조합을 구상해 둔 후, 작물의 생장 주기에 따라 적절하게 선제적 방제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것을 게을리 해서 해충이 발견된 후에 서둘러 하게 되면 효과도 떨어지고 자칫 방제에 실패할 경우에는 파생적인 바이러스 질환 등으로 인해서 전작기에 걸쳐 쫓기듯이 비효율적인 방제를 하면서 고생스럽게 농사를 짓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 3년의 고추 농사경험 상 첫번째와 두번째 해에는 선제적 방제를 하지 못해서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에는 2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방제계획을 미리 세워두었고 그에 따라 우기가 오기 전에는 작물의 생육상태에 따라 살충제를 중심으로 해충 방제작업을 했고, 장마철이 시작되면서는 담배나방외에 역병과 탄저병을 예방하기 위한 각종 살균제 방제작업도 병행하여 그토록 극심한 탄저병과 칼라병등의 병해를 크게 걱정하지 않고 농사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올 해도 작년의 방제 경험을 토대로 선제적인 방제를 할 예정이다. 정식 후 1주일 이내에 반드시 진딧물 방제를 해야 하는데, 비가림 시설에는 겨울철을 토양속에서 보낸 해충의 알들이 날씨가 따뜻해 지면서 부화를 해서 활동하기 시작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고추 농사에서 가장 조심해야할 제1의 해충이 나와 같은 비가림 하우스에서는 진딧물이라고 본다. 총채벌레는 반드시 꽃을 통해서 고추에 가해를 가하는 해충이므로 방아다리 위로 하얀 꽃들이 개화하게 되면 관심을 갖고 선제적으로 방제를 해야 한다. 5월까지는 진딧물과 총채벌레에 대해서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오늘은 정식 후 5일째 첫 번째 관수(액비 포함)를 한 후 10일째 되는 날인데 2차 관수를 했다. 약간의 경사지 밭인지라 중간 밸브를 잠그고 상단에 20분 정도 먼저 관수를 한 후 밸브를 풀러서 전체관수를 했다. 대략 1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렸고 관수량은 150평짜리 오디밭을 포함해서 6톤 정도의 관수를 했다. 고추농사에는 물관리가 중요한데, 이것도 역시 지난 3년의 경험을 통해 시행착오가 있었다. 즉 과습의 경우 고추모가 웃자라는 사태를 초래하는데 대체로 관수시설을 해 놓은 경우에는 과습상태에 빠지기 쉬운것 같다. 이것을 막는 것은 적정한 토양의 수분상태를 파악하는 능력과 상당한 수준의 인내심이 필요한것 같다. 즉 고추에게 물을 너무 자주 많이 주면 고추모가 건강하게 자라기 힘들다는 점을 명심해서 관수주기와 양을 조절해 주어야 한다. 물을 많이 주면 쑥쑥 잘 자라는 모양새를 보면서 작물이 잘 자란다는 안도감에 빠지게되는데 결국은 절간이 길어지면서 초세가 무성할 뿐 과실의 결실에는 그게 그리 좋은것은 아니므로 과습에 빠지지 않기위한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건 정말 본 내용과 무관한 이야기로, 블로그 내용 작성시 사진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 때 내가 찍은 사진의 대부분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사진기라는 점, 그리고 이런 편리함은 별도의 사진기를 사용해서 파일을 옮기고 수정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 불가피하지만, 그 결과물이 독립된 고사양 사진기에 비해 딱히 부족함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럴때 마다 서울 충무로의 임사장에게 괜히 미안한 느낌이 든다. 내가 이 불로그 사진을 찍기 위해서 따로 라이카 M형 디카를 쓸 수는 없지 않은가? 임사장도 이해는 하겠지만, 미안한 느낌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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