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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분자를 심다

3월 5일, 그리고 오늘 3월 9일 이틀간에 걸쳐서 복분자를 심었다. 100평 짜리 비닐 하우스에는 330주, 130평 짜리 비닐 하우스에는 420주, 모두 750주를 심었다. 일에 요령이 있다면 하루일에 불과할 일이지만, 요령이 붙지 않은 나는 밭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즉, 이랑을 2개로 만들기로 하니 폭 6M의 비닐 하우스에서는 관리기로 고랑을 판 후 밭두둑을 만드는 일이 고단했다. 결국 밭두둑은 고생스러운 삽질과 괭이질 과정이 추가되어야 했고, 그 밭에 점적시설을 하고 비닐을 덮는 일이 모두 고생스러웠다. 특히 나는 고추 재배의 경우에도 그렇고 대체로 밭두둑을 남보다 크게 만드는 편인데, 그래서 보통 사람들이 편리하게 비닐 멀칭을 하는 경우 보다는 늘 좀 고단함이 수반된다. 그러..

농사 이야기 2023.03.09

耳順

마음에 특별히 욕심이나 남에게 돋보이려는 마음이 없으면 보고 듣는것이 다르다. 심지어 예전에는 잘 몰랐던 존재의 가치를 문득 깨닫고 아쉬워 할 때도 있다. 내가 지휘자로서 크게 그 존재감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던 이가 있는데 그 사람이 바로 베르나르트 하이팅크였다. 소위 말해서 평균 이상의 실력은 보장이 되있는 지휘자라고 인정하지만 특별한 개성이나 독특한 매력이 부족하다고 여겨서 늘 음반 선택에서 2번째 또는 3번째로 밀리거나 원하던 음반이 없을 경우 할 수 없이 선택하는 경우였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그런데, 요즘 하이팅크의 말러와 부루크너를 듣다보면 내가 젊은 시절 경솔했고 또 그래서 성급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에 들리지 않던 하이팅크의 음악의 감추어진 매력이 점점 크게 느껴진다...

복분자밭 만들기

비닐하우스에서 고추농사를 5년을 짓고 나니 연작피해가 염려되어 2개 동의 비닐하우스에는 금년에 복분자를 심기로 했다. 그래서 지난해 가을에는 고추밭을 좀 일찍 정리를 하고 10월 초순경 녹비 작물인 수단그라스를 심었는데 무릎까지 자라던 것이 12월에 날씨가 추워지자 고사하고 말았다. 그래서 수단 그라스가 고사한 위에 볏짚을 뿌리고 로타리를 한 후, 다시 쟁기로 깊이 갈기를 한 뒤, 2월 4일경 퇴비를 100평당 300kg정도의 규모로 투입한 후 로타리를 해두었다. 퇴비는 우분이 60%, 계분이 10%, 톱밥 20%, 왕겨 10%의 성분을 표시하고 있는 흥덕농협에서 발효시킨 것을 투입한 후, 퇴비가 흙과 섞이도록 다시 로타리 작업을 해두었다. 대략 3월 초순경 복분자 묘목을 식재할 예정이라면 지금쯤은 서서..

농사 이야기 2023.02.10

온천 이야기

내 나이 또래는 대체로 목욕탕에 대한 기억이 아련하게 남아있다. 지금 이시대를 사는 젊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지만 명절을 앞두고 붐비던 목욕탕의 분위기는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에게만 있는 어린 시절의 짙은 향수가 담긴 추억의 하나다. 목욕탕 직원이 잠자리채 같은 뜰채로 탕에 둥둥 떠다니던 때를 걷어내던 모습을 지금의 젊은 사람들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여탕으로 향하는 어머니는 목욕탕에서 빨리 나오지 말고 때를 천천히 불려서 깨끗하게 씻기고 나오라고 아버지에게 신신당부 했었고, 아버지는 나와 동생까지 아들 둘을 맡아서 씻껴야 했기에 힘이 들었겠지만 그래도 좌우에 아들을 하나씩 병풍처럼 두루고 목욕을 하는 것을 매우 흐믓해 하셨었다. 그러나 내 기억 속의 어린시절의 목욕탕은 그리 쾌적하거나 기분좋은 느..

나의 이야기 2022.12.27

속물주의와 교양

인간세상에서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해결해야하는 사람의 삶은 천상의 삶과 다를 수밖에 없기에 어차피 인생은 속물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속물과 그 속물들의 성공지향적 태도를 속물주의로 비난해왔다. 이것은 어쩌면 우리가 살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모순과 역설의 뒤엉킴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스스로 속물이 아니기를 바라고 더러는 스스로도 속물일 수밖에 없는 현실의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한다. 여기서 인간의 가치와 인격의 등급이 갈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속물은 사전적으로 "교양이 없거나 식견이 좁고 세속적인 일에만 신경을 쓰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 된다. 결국 세속적인 문제에서 초연할 수 없어도 속물과 구분되는 인간의 행동적 표지는 교양과 식견의 유무로 판단할..

나의 이야기 2022.12.25

대통령 부인을 둘러싼 잡음

정치적으로 어느 진영에 속했는지를 불문하고 대통령 부인의 해외 순방 동반은 거의 매번 시끄러운 논란을 일으킨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 진영의 대통령 부인은 곱게 보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보기 싫어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것 같다. 그런데, 진영을 구분하지 않고서라도 나는 대통령 부인의 언행과 그것을 둘러싼 이런 저런 소음에 짜증을 느끼고 있다. 정확하게는 전두환 시절부터 시작되었다고 보는데, 대통령이 되고 나면 정상 외교의 이름으로 해외 순방을 하는 것이 전통이 되었다. 그 이전에 박정희 대통령의 경우에는 별로 해외 나들이를 하지 않은 경우에 속하는데, 전두환 시절부터 대통령에 당선이 되면 정상 외교, 또는 내정과 외치를 구분해서 말하면서 대통령이 1년에 몇 차례씩 해외 여행을 다녀오는것이 당연하..

나의 이야기 2022.11.16

바흐 평균률을 듣다가...

웹 서핑 중 바흐 평균률 관련 안드라스 쉬프의 입장을 음반 내지에서 번역한 글이 보여 옮겨서 보관한 것이다. 원글의 번역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며 출처를 공개한다. 다른 유익한 내용이 많은 블러그이니 수시로 들러서 엿보기를 권한다. https://redee.tistory.com/37 쉬프의 바흐 평균율 신반(ECM) 내지 번역 J.S.Bach : The Well-Tempered Clavier Andras Schiff ECM 새벽에 할 일이 없어 쉬프의 평균율 신반에 실린 쉬프 본인의 글을 번역해봤다. 근데 나의 번역 수준이 너무 떨어져 내 번역을 올리지는 못하겠고 내. redee.tistory.com 새벽에 할 일이 없어 쉬프의 평균률 신반에 실린 쉬프 본인의 글을 번역해봤다. 근데 나의 번역 수준이 ..

수단그라스_녹비작물

시골로 이사한 후 처음 비닐하우스에서 고추를 재배한 지 벌써 5년이 넘었다. 당연히 연작 피해가 염려되었기에 올 해 고추 2개동은 빨리 밭을 정리하고 녹비 작물인 수단그라스를 파종했다. 녹비(풋거름)작물이란 줄기나 잎을 흙과 함께 갈아주어 땅에 유기물 공급과 함께 비료 효과를 기대하는 작물을 말한다. 통상 호밀이나 수단그라스 등이 많이 이용된다. 올 해는 고추밭을 일찍 정리한 후 10월 14일 트랙터로 로타리 작업을 한 후, 수단그라스 씨앗을 비료 살포기로 산포 해주고 다시 로타리 작업을 해서 씨앗을 토양에 섞이게 해주었다. 이후 스프링 쿨러를 통해서 약 6시간 정도 물을 충분히 주고 비닐하우스 측창과 앞뒷문을 거의 닫은 상태로 파종작업을 끝냈다. 이후 2일에 한 번 꼴로 해가 뜬 후 비닐 하우스에 온기..

농사 이야기 2022.10.25

[음반] 슈만(1810-1856)의 피아노 작품집

나는 슈만이 태어난 시대를 천재의 분출 시대라고 부르고 싶다. 슈만과 쇼팽은 동갑이고, 멘델스존은 슈만 보다 1년 앞선 1809년에 태어났으며, 리스트는 슈만 보다 1년 후인 1811년에 태어났다. 같은 시대에 음악계의 천재가 한꺼번에 쏟아져서 세상에 출현한 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지명도가 낮은 사람은 아마도 슈만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내 판단은 그렇다. 그런데 무엇보다 슈만은 동시대의 다른 천재에 비해 좀 복잡한 측면이 있어서 그 정체성을 일별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 것도 대중적 지명도가 떨어진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직전에 멘델스존의 무언가를 언급한 김에 슈만을 빠뜨릴 수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슈만은 어찌보면 멘델스존과 상반되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부유하지 않은 집안 출신의 슈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