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57

2022, 복분자주를 담그다.

이곳으로 이사한 후 매년 복분자주를 담궈왔다. 오늘도 이장이 재배한 복분자 10kg을 사다가 복분자주를 담궜다. 매번 자료를 정리했지만 사람마다 다른 말이 있어 내 자신이 오락가락하다 보니 나름의 확신이 있는 자료를 갖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주의 양과 설탕의 양인데, 이것은 거의 모든 집 마다 다 다르다고 해야 할듯하다. 그래서 내가 지난 4년동안 담궈왔던 복분자주는 매년 맛이 달랐다. 그런데 비교적 작년의 경험을 반추해서 금년 복분자주를 담근 자료를 요약해 두기로 한다. 복분자 10KG에 1.8L 용량의 25% 소주(21%소주도 있다) 14병, 설탕은 2.5KG을 넣어 복분자주를 담궜다. 올해는 5KG씩 나누어서 2개의 용기에 나누어 담근점이 특이사항이다. 설탕의 양을 결정하는데는 담금주의 알..

나의 이야기 2022.06.11

2022, 텃밭 마늘 수확 및 고구마순 이식

시골에 내려온 후, 집앞 텃밭에 마늘을 놓고, 마늘 수확이 끝나면 고구마를 심곤 했다. 이게 올 해로 4년째인데, 마늘이 겨울을 지내고 초여름에 접어들 때면 수확을 하고, 이내 밭을 정비해서 고구마 순을 심으면 이게 또 가을녁 추석쯤에 수확을 할 수 있다. 고구마는 마늘에 비해서 밭의 조건이 맞지 않아 생각 만큼 좋은 결실을 거두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땅을 그냥 내버려 두면 잡초만 무성하기에 어쩔 수 없이 매번 고구마순을 사다가 심어서 멀쩡하게 생긴것들은 골라서 서울의 가족들에게 나누어 주고, 다소 못생긴 것들은 겨우 내내 우리 군고구마 간식감으로 소비한다. 시골에서는 땅이 있으면 그냥 놀리기가 힘들다. 한켠의 작은 비닐 하우스에도 참깨와 서리태를 심고, 또 한 켠에는 파를 심고, 그외 꽈리 고추며 가지,..

나의 이야기 2022.06.07

2022, 동백꽃

동백꽃은 내게는 늘 동경의 꽃이었다. 서울서 나고 자란 나는 남녘에서 피고 지는 동백꽃을 보고 자라지 못했으며, 그 실물을 보기 위해서 19살 무렵 겨울, 그러니까 지금으로 부터 43년전에 험한 길을 버스를 타고 고창 선운사를 찾았던 적이 있다. 그러나 정작 동백은 아직 피지 않아 시들어진 동백나무만 늘어져있던 한적한 사찰을 둘러보고 오고 만 것이다. 그 이후, 어찌어찌하여 다시 동백을 보았을 때는 4월이 다되어 벗꽃이 만발하던 시절이었다. 오늘 번잡한 농사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동백나무를 둘러보니 동백꽃이 만개해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벌써 2주전 쯤에 만개했는데 우리집 뒷켠에 심겨진 동백은 꽃이 피는 기색이 없어서 실망스러워했는데, 오늘 보니 꽃눈이 제법 많이 맺혀있고 동백꽃들이 하나 둘식 피기 시작했..

나의 이야기 2022.04.12

2021/2022, 연말 연시에

대체로 연말연시에 즈음하여 이곳에는 눈이 많이 내리는 경향이 있다. 일상적이지 않은 하얀 눈으로 덮인 풍경은 때로 전혀 새로운 인상의 풍경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요즘은 그런 풍경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들 여유가 없는 삶을 산다. 그래서 내가 어렸던 시절에는 50cm 정도의 눈이 와도 그냥 눈이 많이 왔나보다 하고 말았는데 이제는 그 아래 20~30cm의 눈이 내려도 아우성이다. 다들 자기 차로 움직이는 것이 익숙한 세상이라 그 불편함이 바로 드러나는 탓이리라. 50년 전에는 그렇게 차가 많지 않았고, 심지어 눈이 내려서 고개길에 버스가 미끄러지는 상황이면 승객들이 내려서 그 언덕길을 버스를 밀고 올라가서 넘어가기도 했다. 그런 시절과 지금 세상을 비교하는게 그 자체로 낯선 일이되 버렸다. 2년 가까이 코로..

나의 이야기 2021.12.28

2021, 추석을 맞으며

시골에 내려와서 살면서 느끼는 것이, 추석이란 명절은 도시에서 맞던 것과는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추석이라는 명절 자체가 농경문화를 배경으로 한 추수감사절과 같은 것이니 도시와 시골이 그 느낌이 다른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대처로 나간 자식들이 고향의 부모를 찾아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착잡하다. 적적한 시골살이에서 모처럼 보이는 번잡한 모습이니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더욱 착잡하다. 물론 내 딸도 아비와 어미를 보러 내려올 것이지만, 시댁의 명절을 치루고 내려오는 것이니 남들이 명절 전에 분주할 때는 좀 쓸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늘은 아내와 모처럼 선운사, 도솔산에 올랐다. 지난 가을과 올 봄에도 간혹 도솔산을 오르내리기는 했지만 농번기에 ..

나의 이야기 2021.09.20

2021, 솔순주를 거르다.

지난 4월 중순경에 솔순을 따다가 솔순주를 담갔다. 시골에 내려온 후 매년 봄이면 연례 행사처럼 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솔향이 가득한 솔순주의 맛이 좋아서 매년 그냥 지나가면 허전할것 같아 빠지지 않고 솔순주를 담근다. 담금주는 발효를 가속시키기 위해 설탕을 넣게 되는데, 담금주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설탕을 넣은 비율을 얼마나 잘 조절하는가에 달린것 같다. 10병 정도의 담금주를 넣었는데, 실제 솔순을 거르고 술병에 다시 담은 솔순주는 9병에 반병 정도가 나왔다.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는 과도한 호기심에 솔순주의 맛을 보았다. 우선은 깨끗한 잔에 솔순주를 따라서 그 빛깔을 보고 다음으로는 향과 맛을 보았다. 처음 솔순과 술을 섞었을 때는 맑은 물에 솔순이 담긴것 같았는데, 140여일이 지난 후에는 은은..

나의 이야기 2021.09.01

2021, 솔순주를 담그다.

시골에 이사를 한 후 처음으로 담금주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봄에 소나무에서 새로 나는 솔순으로 담근 술이었다. 솔향이 짙게 풍기는 것이 좋아서 매 해 빠지지 않고 담그게 된다. 작년에도 솔순을 따서 술을 담근 기억이 있는데, 올 해는 솔 순이 나오는 시기가 10일 정도 빨리 당겨진것 같다. 결국 기후변화라는 것이 이런 사소한 것에서도 느껴진다. 4.5kg 솔 순을 따서 22L짜리 술담그는 병에다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말린 후 설탕(140g)을 넣어서 흔들어 준 후, 담금주 1.8L짜리를 10병을 넣었는데, 마지막 병은 술이 약간 남았다. 결국 솔 순을 4kg을 넣어야 했는데, 힘들게 딴 솔 순이 아까워 모두 넣었더니 술이 덜 들어가는 상황이 되었다. 작년의 경우에는 3.5kg의 솔순을 에 담금주를 10병을..

나의 이야기 2021.04.19

산보 / 운곡 습지(2)

겨울 동안 움직임이 없어 둔해진 몸을 좀 가볍게 할 욕심도 있어 요즘 열씸히 걷고 있다. 대개 걷는 장소가 선운산이나 운곡습지로 굳어지는것 같다. 집에서 멀지 않으면서 또 일상을 함께하는 동네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서 산보를 할 수 있으니 가장 무난한 장소인것 같다. 처음 이사온 해에 나와 아내는 이른 저녁을 먹고 소화를 시킬 겸 동네에서 어슬렁 거리면서 산보를 한 적이 있었다. 시골 인심이 대놓고 싫다 좋다는 말은 하지 않지만 안보이면 뒤에서 서울서 이사온 사람들... 하면서 뒷말을 하는 법이다. 천천히 시간이 흘러가면 그 때 몰랐던 것들이 다 알아지는게 또 시골 인심이다. 어제까지는 날이 따뜻했는데, 오늘은 제법 쌀쌀한 바람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모처럼 사진기를 들고 나선 산보길에 눈에 보이는 정경이..

나의 이야기 2021.02.23

산보 / 운곡 습지

아내와 함께 가끔 선운사 뒤쪽 산을 오르곤 한다. 그러나 산높이가 대단한 것이 못되는지라 딱히 등산이라는 말을 쓰기도 멋적은 면이 없지 않아서 그냥 산을 오른다고 한다. 그것도 농번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다. 대략 6~7km 정도의 거리이고 걸음 수로 대략 1만보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인데, 아내에게는 딱 적당한 운동량인것 같아 농번기가 시작되기 전 시간이 있을 때면 산에 오르곤 한다. 그런데 오늘 같이 산에 사람들이 많이 몰릴것 같은 휴일이면 그 번잡한 대열에 굳이 우리까지 낄 필요는 없다고 여겨 산에 오르는 일을 피하곤 했다. 오늘도 아내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운곡 습지로 산보를 다녀오기로 했다. 고창 지역은 대체로 가뭄에 물걱정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그 이유를 운곡 습지에 와보면 알것도 ..

나의 이야기 2021.02.14

농한기에 할 수 있는 일 들

시골에 이사하여 3년의 농사를 경험하고 이제 소위 말하는 농한기를 보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해 본다. 먼저, 농사짓는 규모와 양태에 따라서 농한기는 과거와 같이 온전한 의미의 쉬는 시간이 아닌 경우도 적지 않은것 같다. 나의 경우만 돌아보아도 대략 비가림 하우스에서 재배한 고추를 모두 정리하고 빈 밭에 볏짚을 뿌려 밭을 갈아 놓으면 대략 12월이 다 간다. 그러니까 연말까지 농사일에서 온전하게 손을 놓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그리고 1월 중순이면 고추씨를 선택해서 모종을 내야 하니 사실상 농한기라고 할 만한 긴 휴가기간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일의 집중도와 농사일에 투입되는 시간의 총량을 고려하면 대략 나의 경우 12월에서 1월 중순까지, 그리고 고추모종을 종묘사에 의뢰해서 육묘해서 정..

나의 이야기 2021.01.28